▲ 이욱신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해마다 12월이 되면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일이 있다. 멀쩡하던 인도가 파헤쳐지면서 새로 보도블럭이 깔리는 것이다. 공사 기간중의 통행 불편은 말할 것도 없고 적잖은 국민 혈세가 낭비된다는 점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다음해 예산으로 중앙정부로부터 더 많은 지방교부금을 타 내기 위해 '불용예산 없애기'에 매진한 탓이다. 쓰지 않으면 내년도 예산에서 깍이니 지자체로선 국민여론이 따갑더라도 어쩔 수 없다. 이러한 사정은 외국도 다르지 않아서 '12월의 열병(December Fever)'라는 표현까지 있을 정도다.

이에 더해 요즘 새롭게 12월의 열병으로 떠오르는 것이 있으니 통신사 멤버십 포인트 없애기다. 연초에 일괄 지급된 통신사 포인트는 연말이 되면 자동 소멸하므로 그동안 못 썼던 포인트를 12월에 모두 소비해야 하는 것이다. 통신사들은 경쟁적으로 자사 포인트를 효율적으로 활용한 소비지출법을 내놓고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선 포인트 소멸을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12월의 열병에도 불구하고 지난 9월 한국소비자원이 밝힌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열 가운데 여섯(59.3%)은 기한 내에 통신사 멤버십 포인트를 다 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멸되는 포인트 규모만도 자그만치 5천여억원에 이르는데도 말이다.

소비자들은 통신사 할인혜택이 할인한도나 횟수 등 제약이 많아 활용이 쉽지 않다며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상품을 사거나 서비스를 구매한 대가의 5~20% 등 일정 비율의 결제에만 사용되고 사용횟수가 동일 구매처에서 1일 또는 1주 1~2회로 제한돼 대량의 포인트를 소진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포인트만의 소비가 아닌 다른 제품의 구매에 할인혜택이 부가되는 식이어서 포인트 소모를 위해서 더 많은 소비를 해야 하는 본말전도가 일어나기도 한다.

포인트도 엄연히 소비자가 치른 값의 일부다. 통신사들은 결제비율의 상향, 횟수 제한 확대를 통해 포인트 소비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한편 포인트를 이용한 통신비 결제 등도 전향적으로 검토해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에 동참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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