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는 국민 생계와 직결돼 있다. 역대 정부마다 정책의 주안점을 두고 챙긴 국정과제다. 문재인 정부가 첫 편성한 예산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소득주도성장 등 일자리 창출 추진 정책에 속도가 붙게 됐다. 정부는 국회에서 확정된 예산 428조8000억원을 2018년 1월부터 적극 집행한다는 목표다. 여야 간 가장 쟁점이었던 공무원 증원 경우 정부안(1만2221명)보다 후퇴한 9475명으로 확정됐다. 연평균 공무원 순증이 7000명 수준임을 감안하면 공공 부문에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정부 목표는 관철시켰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지난 5월 10일 1호 업무지시로 일자리위원회와 집무실의 일자리상황판을 만들도록 했다. ‘일자리 양은 늘리고, 격차는 줄이며, 질은 높인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 정도로 정책 최우선순위를 일자리 창출에 두고 있다. 그러나 성과는 정책 목표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고용동향에서 연초 40만명을 웃돌던 취업자 증가폭이 10월 27만9000명으로 뚝 떨어졌다.

설상가상 내년엔 신규 취업자 수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다. 베이비부머(1955년생∼1963년생)의 대규모 은퇴로 신규 취업자수가 30만 명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국책 연구원 전망이 나왔다. 인구 감소로 인해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에서 ‘고용도 노동인구도 없는 시대’로의 전환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한국노동연구원은 ‘2017년 노동시장 평가와 2018년 고용전망’ 보고서에서 내년도 신규 취업자 수가 29만6000명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예상 신규 취업자 수(32만4000명)를 3만 명가량 밑도는 수치다. 노동연구원이 이듬해 취업자 수 전망치를 30만 명 미만으로 내린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처음이다.

정부·여당의 일자리 창출에 대한 각별한 각오와 대책이 시급하다. 직시할 일은 일자리 창출의 주체는 기업이라는 사실이다.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사업을 확장해야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정부 정책은 투자를 위축시키고 기업의 발목을 잡는 쪽으로만 질주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해 세계가 법인세 인하 경쟁을 벌이는데 우리만 홀로 법인세를 올리기로 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기업부담을 가중시켜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뺏는 역효과만 낳고 있다.

이러니 대기업 위주로 순이익이 증가해도 고용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상장기업의 지난해 순이익은 100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실업자 수는 100만명을 넘기면서 채용 한파가 여전하다. 점점 굳어지는 '고용 없는 성장'을 풀어낼 구조적인 해법이 절실한 현실이다. 자금의 선순환은 경제 활성화의 필요조건이다.

5대 기업집단의 사내유보금은 370조 원으로 10년 만에 3배 정도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투자 효과, 이른바 '낙수효과'가 희미해지면서 소수 대기업 중심의 성장이 전반적인 고용 확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성장과 고용이 선순환을 이루려면 사회적 합의 마련부터 서둘러야 한다. 특히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기업의 입장을 충분히 수렴한 정책 대안이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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