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관식 변호사·방위사업청 무기체계계약 자문위원

[일간투데이] 필자는 지난 5월 방위사업청의 무기체계계약 자문위원으로 선발돼 활동 중이다. 평소 방위산업 분야에 관해 많은 관심이 있었기에 그간의 활동은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무기체계계약 자문위원으로 군수조달실무위원회에 참가해 심의한 안건 중 다수는 계약업체의 납기 초과에 따른 지체상금 면제와 관련한 것이었다. 군수품 조달계약에 따라 납기가 정해지게 되면 계약업체는 해당 납기까지 군수품을 납품해야 하는데, 계약업체의 군수품 납품이 지체되면 해당 계약업체는 지체된 기간 동안의 손해배상으로 계약서에 명시된 지체상금 산정방법에 따라 지체상금을 부과 받게 된다. 다만 천재지변으로 인한 납기지체 등 계약업체의 책임이 없는 사유임에도 불구하고 지체상금을 부과한다면, 계약업체 입장에서는 매우 억울할 것이다. 필자가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군수조달실무위원회에서는 위와 같은 사유로 계약업체가 지체상금을 면제해 달라는 요청을 하게 되면, 계약상대자(정부-계약업체)간 상호 귀책여부를 면밀히 검토해 부과여부를 결정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외부자문 통한 ‘계약심의’ 합격점

다른 시각에서 지체상금은 계약업체가 납기지연에 따라 부과된 손해배상금으로 방위사업청이 특별히 이를 면제해줄 이유는 없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계약업체나 제3자의 관점에서 군수조달심의위원회에서의 검토는 요식적이고 소극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가 관찰한 위원회에서의 활동은 이런 예상과는 사뭇 달랐다. 실제 해당 계약과 관련해 계약업체에게 잘못을 물을 수 없는 다른 사정이 있는 것은 아닌지, 더 나아가 정부 측의 귀책으로 납기가 지연돼 불합리하게 부과된 지체상금은 없는지에 대해서 꼼꼼하게 검토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관련 기관에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계약업체의 서면주장과 자료를 검토하는 것은 물론, 위원회 회의서도 계약업체에서 직접 출석해 구두로 의견을 밝힐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됐다. 또, 위원들이 궁금한 사항을 현장에서 바로 업체에게 문의하고 업체는 이에 대해 답변하는 등 충분한 소명절차가 보장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위원들 상호간 적극적인 토론과 다각도의 심도 있는 심의 절차로 인해 회의시간이 길어져 다음 일정에 문제가 생기는 등 의도치 않은 피해를 입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런 경험은 다른 측면에서 보면 군수조달실무위원회의 심의가 충실히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여하간 필자가 미력하나마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느낀 바는 심의를 위해 모인 모두가 이러한 ‘충실성’을 기반으로 위원회에 참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효율적 심의과정 제고는 필요

무기체계계약 자문위원 제도에 관해 첨언을 하자면, 지체상금이 부과된 사유에 대해 관련기관의 사전 검토결과 계약업체의 귀책이 명확하고 계약업체서도 이를 인정한다면, 심의 과정을 과감하게 생략해 시간을 절약하고 다른 안건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는데 시간을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정부의 귀책을 계약업체가 입증하고, 관련기관의 검토를 통해 정부의 귀책이 명확할 경우에도 동일하게 심의 과정을 생략해야 할 것이다. 군수품 조달계약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부가 계약상대방과 동등한 지위에서 체결하는 계약이므로, 상호간의 지체사유에 대한 합의가 되면 별다른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더라도 분쟁 없이 해소 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방위사업청의 업무는 방위력 개선사업, 군수물자의 조달 및 방위산업의 육성 등 자주국방과 국가안보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 책임이 막중하다. 필자 역시 이러한 방위사업청의 무기체계계약 자문위원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향후에도 방위사업청이 지금과 같이 ‘충실성’을 잘 살려가며, 외부 자문위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국가 안보를 위해 함께 고민해 나간다면, 방위사업법에서 정한 바와 같이 방위사업의 투명성·전문성 및 효율성을 증진해 방위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수 있다. 이로써 자주국방 태세를 구축하고 경제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데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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