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지도층의 국부(國富) 유출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국세청이 조세회피처를 이용해 재산을 은닉한 혐의를 받는 개인과 법인들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간 것이다. 모두 37곳의 대기업과 유명인사가 상당수 대상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에는 지난달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뮤다의 한 로펌에서 유출된 '파라다이스 페이퍼스'에 이름이 나온 기업과 개인이 포함됐다. 당시 이 자료에는 한국가스공사를 비롯해 공기업과 효성그룹, 현대상사 등 대기업 90곳, 한국인 200여 명이 버뮤다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소득과 재산을 은닉한 정황이 담겨 있다.국부를 유출한 방법도 치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세회피처에 만든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컨설팅 비용 등을 가짜 거래로 빼돌리거나, 해외 현지 법인 투자를 가장해 법인 자금을 유출한 뒤 사주가 개인비자금으로 이용한 사례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또 거래실적 단가를 조작하거나 중개수수료 등을 해외에서 받은 뒤 법인의 전·현직 직원 명의 계좌를 이용해 국내로 반입한 경우도 있다.국세청은 올해 10월까지 역외 탈세혐의자 187명을 조사해 1조 1천여억 원을 추징한 바 있듯 해외 조세 회피는 만성화됐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대기업의 조세회피처 내 직접 투자를 모두 부정적으로 볼 순 없다. 해외거래가 많은 기업의 경우 법률적 제약이나 투자자정보 노출 위험 등을 피하기 위해 조세피난처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재산도피 등의 목적으로 조세피난처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우리보다 세율이 낮은 나라이다 보니 국내에서 과세를 회피하기 위한 경우가 적지 않을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조세 포탈이자 국부 빼돌리기인 것이다. 세정당국은 면밀히 조사해 세금 탈루를 막고, 관련자는 엄단하길 바란다. 대기업인의 윤리도덕성 위반에는 추상같은 제재가 따라야 한다. 이번에 조세 도피의 뿌리를 뽑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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