긱 이코노미(Gig economy)의 유래·발전·한계를 짚어본다

[일간투데이 정우교 기자] 1920년대 미국 공연장, 공연 주최 측은 주위의 재능 있는 연주자들과 계약해 단기 공연을 기획하곤 했다. 그렇게 유래된 말이 '긱(gig)'이다. 이 단어는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첫 번째는 '(대중 음악가·코미디언의) 공연', 또 하나는 '임시로 하는 일'을 뜻한다. 오늘은 두 번째 의미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 본의(本意)에서 파생…'온 디맨드 경제 바람'을 타다

최근 '긱 이코노미'라는 새로운 채용 형태가 주목받고 있다. 정확한 뜻을 이야기하자면 조직에 속하지 않고 단기 계약을 맺으며 일하는 '독립적인'경제활동을 의미한다. 인공지능(AI)이 발달함에 따라 인간이 개입할 수 있는 직업군이 축소되면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새로운 경제 형태다.

긱 이코노미보다 우선적으로 설명해야할 개념이 있다. 바로 '온디맨드 경제'다. 이는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각종 물품이나 서비스가 모바일 네트워크 또는 온라인 장터를 통해 즉각 제공되는 주문형 서비스를 의미한다.

예전처럼 공급 중심이 아닌, 수요자의 '수요'가 유통 과정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해당 서비스들은 대체로 온라인을 통하기에 접근성이 좋고 편리하며 가격 경쟁력에서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우버', '에어비앤비' 등도 이에 속한다.

지난 5월 한국정보산업연합회에서 발표한 '긱 이코노미 동향과 시사점'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전 세계 온디맨드 기업 투자규모 중 78%가 2015년 이후에 투자됐다. 또한 글로벌 유망 스타트업 상위 5개 중 온디맨드와 관련된 기업은 3개로 나타났다. (우버, 디디추싱, 에어비앤비) (2016년 중순 기준 / 출처 : CB Insight)

 

영국의 배달음식업체, 딜리버루(Deliveroo). 사진=deliveroo.co.uk


■ 긱 이코노미…어떤 기업들이 있나?

'온디맨드 경제'가 전세계적으로 급성장함에 따라 '긱 이코노미'를 활용한 서비스도 점차 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유망 스타트업 중 중국판 '우버'라고 불리는 '디디추싱(Didi Chuxing)'은 모바일 앱을 통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택시·개인 차량을 배차해주는 중국 차량 공유서비스다. 텐센트와 알리바바 그룹이 투자했으며 지난해에는 애플도 10억달러를 투자했다. 게다가 같은 해 우버 차이나도 합병하며 광폭행보를 보였다.

그런가하면 '긱 이코노미'를 통해 집안일, 수리, 배달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있다. 지난 2008년 설립된 '태스크래빗(Task Rabbit)'이 그것. 지난 9월에는 가구업체 '이케아'가 이 기업을 인수했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할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가구 조립 서비스와 관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외에 법률 조언, 가사노동, 음식배달, 카풀, 프로그래밍, 반려견 산책 등 국내외 기업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긱 이코노미를 도입하고 있다.

 

단기 아르바이트 중개 서비스, 태스크래빗(Task rabbit). 사진=구글플레이/태스크래빗(Task rabbit)


■ 편리함만 존재하지 않는다, 긱 이코노미의 암(暗)

긱 이코노미가 '노동'에 새로운 변화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정적인 평가도 존재한다. 계약이 단기로 이뤄지는 까닭에 비정규직·임시직이 늘고 있다는 우려다.

이는 달라진 고용 형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지난달 10일,영국 가디언지는 우버의 운전자 제임스 패러와 야센 아슬람이 우버를 상대로 소송결과를 보도했다. 주요 내용은 우버의 운전자들은 '근로자'로 보호받아야 된다는 것. 영국 법원은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우버 측은 대다수의 운전자들은 기존 고용상태를 선호한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대법원에 상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논란의 쟁점은 노동 제공자가 '근로자'로 분류될 경우, 법이 보호하는 권리를 누릴 수 있지만, 자영업자일 경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반대로 기업은 근로권에 대한 법적 책임 없이 최소한의 비용과 노력으로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동을 제공받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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