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고액세금체납자가 이렇게 많은 지 놀랍다. 국세청이 12일 발표한 2억 원 이상 세금 체납자는 2만 1천여 명이다. 이들이 납부하지 않은 세금은 모두 11조 5천억 원으로서 우리나라 국세 세수의 약 5%에 달하는 규모다. 체납자 명단에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같은 기업인과 구창모 씨, 김혜선 씨 같은 연예인들도 포함됐다.

경악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던 체납자 가족의 말과 달리 집안 곳곳에서는 5만 원 권 돈다발과 골드바 등 숨겨둔 재산 4억 5천만 원어치가 발견되기도 했다는 사실이다. 문을 열어주지 않아 전동 공구로 문을 열고 들어간 10억 원대 체납자의 집의 소파 쿠션 안에선 1천만 원 권 수표 3장이 발견됐다고 하니 고액 세금체납자들의 도덕불감증이 어느 정도인지 분노케 한다. 체납자 상당수는 사례를 든 인사들처럼 재산을 꽁꽁 숨겨두고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 값비싼 외제차를 끌고 다니고 해외 여행할 돈은 있어도 세금 낼 돈은 한 푼도 없다고 우기는 철면피들이다. 이 정도면 명백한 범법 행위다.

해마다 ‘체납과의 전쟁’을 벌이지만 체납자와 체납액은 계속 늘고 있다. 징수 실적도 시원찮다. 지방세 체납은 지자체 재정을 위협한다. 가뜩이나 쪼들리는 지자체 곳간이 세수 감소로 비어가고 있다. 세금 내는 것은 국민 4대 의무 중 하나다. 조세정의 차원에서도 체납세금을 징수할 수 있는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 세금 도둑과의 숨바꼭질에서 이기려면 보다 강력한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결손처리 되는 지방세가 많다는 것은 조세행정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이런 현실을 감안해 지방세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국민의 불편을 줄여주기 위한 조세행정 시스템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 꼬박꼬박 세금을 잘 내는 모범 납세자들이 상대적 불만을 갖지 않도록 공평과세 정의를 확립해야겠다. 그게 바로 문재인 정부가 내걸고 추진하는 ‘적폐청산’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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