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은 물, 호랑이는 바람 = 風水의 조합
풍수학은 동아시아에서 발생한 생존학, 생존의 방법 기술한 지식정보체계

풍수학을 응용하는데 그 메카니즘을 알아야 더욱 정확한 적용이 가능하다. 메카니즘을 이해하기 위해서 풍수의 기원 즉, 뿌리를 아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6천년전 그들에게 용과 호랑이는 무슨 의미를 가졌는가. 용은 龍, 호랑이는 虎인데 자세히 살펴보면 주술적인 요소가 한문글자에 스며들어 있다. 그것이 바로 卜이라는 글자이다. 卜은 매우 오래전에 생겨난 글자이며 점(占)과 무(巫)를 의미하므로 결론적으로 용과 호는 주술의 대상이거나 매개체였다고 생각된다. 또한 용은 물을 의미하고 호랑이는 바람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바람은 풍(風), 물은 수(水)이니 여기서 풍수라는 단어가 조합된다.

풍수학에서는 사신사(四神砂)가 중요한 용어이다. 물론 용·혈·사·수·향이라고 하는 중요한 용어가 있지만, 이는 풍수학이 발달한 후기의 단어이다. 사신(四神)은 우주의 네 방위를 지키는 상징적인 영험한 신이다. 사신은 동쪽의 청룡, 서쪽의 백호, 북쪽의 현무, 남쪽의 주작을 말한다. 2300년전의 책인 <예기>, <회남자>에 사신의 개념이 기록되어있지만, 그 이전에 용과 호랑이가 인간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증거가 고분의 출토물이다. 최소한 용호(龍虎)의 기원은 기원전 40세기로 올라간다.

인류는 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를 거치면서 자연의 모든 위험에 대응하여 생존의 몸부림을 쳤다. 석기시대에는 하늘에 대한 경외심은 주술로 나타났고, 청동기시대부터 인류가 하늘 원리를 인식하면서 농사를 짓고 집을 세우고 물을 가두는 저수지를 만들었다.

주술은 인류의 원시적인 종교행위로서 생활의 규범이 되었고, 인류의 사유가 덧붙여져 종교와 철학의 시발점이 되었다. 그리고 철학은 통치술의 바탕으로 선택되어 발전하였다. 원시적인 주술행위는 인류가 이룩한 정신문화의 바탕으로 학문적인 연구대상이다.

풍수학은 동아시아지역에서 발생한 생존학으로 생존의 방법을 기술한 지식정보체계이다. 생존지식체계에서 주술과 철학과 학문적 의미를 넘나들며 매개적인 역할을 하는 대상이 바로 ‘용과 호랑이’이다. 용호는 풍수수학에서는 떼어 넣을 수 없는 매우 핵심적인 개념이다. 풍수의 기원이 6천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증거가 서수파유적의 고분이다.

사신을 무덤속의 벽화로 남긴 것이 사신도(四神圖)이다. 사신도는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많이 발견되었다. 풍수학에서 무덤은 살아있는 후손들이 잘 살도록 죽은 조상들의 염원을 담은 기념비적 인공물이다. 무덤속의 사신이 무덤 밖으로 나오면서 풍수학이 더욱 강렬해지고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졌다. 그것이 사신사라고 하는 좌청룡・우백호・북현무・남주작이다.

풍수학은 풍수해를 입지 않으려는 선조들의 눈물겨운 노력이었다. 현대 도시에서 풍수해를 크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아직도 태풍과 홍수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태풍과 홍수로 인해 해마다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과학이 발달하여 기상예보가 가능하며 장비와 토목이 발달한 지금도 사상자가 나오는데 수천년 전 무방비상태에서는 닥친 자연재해는 그들에게는 재앙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생존 노력과 자연운행에 대한 지식 그리고 신에 대한 염원이 유기적으로 엮어져서 풍수학으로 발전한 것이다.

풍수학의 경전인 <장경>에서 ‘풍수학의 법칙은 물을 다스리는 것이 첫째이고, 바람을 이용하는 것이 둘째다’라고 했다. 이는 바람과 물의 조화가 풍수학의 요체임을 말하고 있는데 선조들은 용과 호랑이를 내세워서 풍수해를 막고자 했던 것이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서 좋은 터를 찾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김규순 서울풍수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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