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경영연구소, '2018년 산업전망' 통해 국내 주요 산업 대중국 경쟁 심화 예상
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폰·자동차·철강 등 전방위적 양적·질적 경쟁 압박 강화

▲ 중국의 경쟁력 상승에 따른 업종별 리스크 시작 시점. 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올해 국내 자동차산업이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발 한한령(限韓令·한국산 물품과 서비스의 구매를 제한하는 행정조치)으로 큰 홍역을 치른 가운데 새해에도 우리 경제가 중국발 격랑에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13일 KEB하나은행 산하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8년 산업 전망'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급격한 경쟁력 상승으로 향후 우리나라 기업들은 실적이 악화되며 경기불황에 직면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의 경쟁력 강화로 LED·철강·LCD·휴대폰·이차전지 등에서 우리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내년에 올해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던 디스플레이가 위기를 맞는 것을 시작해 오는 2020년 반도체·석유화학·조선 등 우리의 주력 산업 대부분이 전방위적으로 중국발 황사에 뒤덮일 것으로 보인다.

사상 최대의 '슈퍼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은 올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굴지의 국내 기업들이 강력한 독점력에 기반해 공급을 조절함으로써 분기마다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내년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굴기(崛起·비약적 발전)'를 내세우며 반도체 부문에 대한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중국업체들의 공급물량 증가가 본격화하면서 빡빡했던 수급상황이 풀리며 반도체 시장의 특성상 5~10%의 과잉공급만으로도 가격 급락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대형·소형 모두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일시적인 공급부족으로 LCD 패널 가격이 상승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던 디스플레이 부문은 현재 건설중인 국내외 LCD공장들이 내년에는 순차적으로 완공돼 패널가격이 약세로 전환될 것으로 관측된다. OLED시장 또한 당분간은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나 내년 말부터는 과거 LCD의 사례에서처럼 중저가 시장부터 중국 기업들에게 잠식될 것으로 보인다.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 건설 중인 중국 LCD 공장이 모두 완공되면 증설 물량이 LG디스플레이 총 생산능력의 50%에 해당하고 내년에 완공되는 중국 반도체 공장의 생산능력은 삼성전자 총 생산능력의 20%에 달한다"고 말했다.

4G 가입자가 70%를 넘어서며 시장 포화로 성장이 둔화된 중국 대신에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중동시장의 선전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보인 휴대폰 시장 또한 내년에 중국업체의 파상공세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과의 기술격차가 크게 줄어들면서 종래의 중저가 시장뿐만 아니라 고가 프리미엄폰 시장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위치가 크게 위협받을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산업별 경기 전망. 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동차 시장은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의 세제혜택 종료로 G2의 신차 수요가 둔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업체간의 경쟁은 한층 심화되면서 2~3%의 저성장 기조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토종 업체들은 강화된 기술 경쟁력과 사드로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올해 중국 시장에서 부진을 한 틈을 타 저가의 소형 SUV를 중심으로 소득이 증가해 소비여력이 향상된 내륙의 자동차 수요를 자체 흡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부문은 내년도 세계경제 성장에 따른 해운 시황 개선과 오는 2020년부터 시작되는 선박 연료 황 함유량 제한 강화 등 환경 규제, 유가회복에 따른 해양 플랜트 수주 가능성 증대 등으로 선박 발주량 회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전 세계 선박발주량 회복 지연으로 한국·중국·일본 조선소간의 경쟁심화로 수익의 커다란 개선은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철강부문은 중국의 구조조정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제품가격 상승으로 올해의 실적 회복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동차 등 전방산업의 위축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수요가 제약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중국에서 생산능력 1억톤급의 초대형 철강사 하북철강이 등장하는 것을 비롯해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면 그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위원은 "과거 중국의 위협은 양적 확장에 따른 공급과잉 유발이 대부분이었는데 앞으로는 양적·질적 성장을 포함하고 있어 이전보다 리스크의 질(質)이 더욱 안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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