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운명'을 놓고 주변 열강들이 본격 논의하고 있다. 우리가 미처 다 알지 못하는 한반도 정세의 긴박감이 감지되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 정부의 능동적이고 치밀한 대응이 긴요하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이 북한의 불안정한 사태 발생 시 핵무기를 확보하는 방안 등을 미국과 중국 고위 관계자들이 논의했다고 13일 밝힌 것이다. 그는 또 중국은 북한에서 대량의 난민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조치를 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미국 측에 알렸고, 미국은 유사시 미군이 휴전선을 넘어 북한에 가야만 하더라도 반드시 한국으로 복귀하겠다는 점을 중국 측에 약속했다고 전했다.

미 국무장관이 북한의 급변사태 시 대처에 대해 이처럼 구체적 구상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궁금한 점은 우리 정부가 어느 정도까지 파악하고 있는 지 여부다. 틸러슨 장관은 조지프 던포드 미 합참의장을 포함하는 중국과의 대화가 진행돼왔다고 소개했다. 북한으로선 ‘정권 붕괴’를 전제로 한 내용이어서 추후 반응이 주목된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G2(주요 2개국) 의도대로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해선 안 된다는 경계를 하게 하는 발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데 중국은 논의 사실에 대해 언급을 회피하고 있어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 “미국이 말하는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겠다”고만 반응하고 있다.

한반도 운명에 대한 논의를 주변국들이 하는 상황인데 우리 정부가 상황 관리를 위해 말을 못 하는 건지, 관여 여지가 크지 않은 건지 궁금증만 증폭되고 있다. 실로 우리 민족의 운명을 결정짓는 분수령적 시기에 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대처해야겠다. 우리가 국제정세에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현재 미국은 중국의 실질적인 대북 압박을 유도하기 위해 대중 경제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엄포를 놓고 있다. 반면, 중국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는 미국과 북한 간의 사안이라며 '중국 책임론'을 약화하려 하고 있는 상태이다. 양국은 이런 갈등 속에서도 북한 핵미사일 해결을 위해 빅딜을 추진한다는 외신도 나오고 있다.

이런 실정이기에 막상 한반도의 당사자인 한국은 이 국면에서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워 종속적 위치로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이다. 북핵 외교에 '한국 건너뛰기'가 없도록 우리가 전략적으로 접근해야겠다. 1648년 베스트팔렌조약 이후 민족국가의 주권이 국제사회에서 보장됐다지만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서 보듯 국제사회 힘의 균형은 언제든지 바뀌고 결국 명분과 힘을 가진 세력의 의지가 새로운 국제사회 질서로 자리 잡고 있잖은가. 국제사회에 당당히 제시할 명분과 이를 스스로 이룰 힘을 길러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통해 2차 세계대전의 인류 마지막 숙제를 풀어야 한다. 통일 한반도를 새롭게 디자인해서 동아시아와 세계가 겪고 있는 시대적 아픔을 풀어내는 새로운 세상의 청사진을 제시할 때 통일은 국제사회에서 명분을 갖게 된다.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을 상황별, 단계별로 시나리오를 설정,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전략전술을 세워야겠다. 대한민국의 명운이 달린 절체절명 시기이다. 국민적 지혜와 힘을 모아 함께 대처해 나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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