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스포츠는 우리의 삶을 건강하게 또 즐겁게 만들어준다. 지금까지 즐긴 스포츠는 제법 되지만, 손에 꼽을 만한 스포츠로는 바둑, 탁구, 골프 정도다. 바둑은 중학시절부터, 탁구는 대학에서 공부를 길게 하는 덕에 수준은 동네탁구에 불과하지만 10년의 구력이 있고, 골프는 70대 싱글 기록을 가지고 있다. 골프는 2년 전 끊었고, 바둑도 10년간 둔 기억이 없으니 끊은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은 건강유지를 위해 탁구만 하고 있다. 바둑의 격언 중, 반외팔목(盤外八目)이란 말이 있는데, 바둑판 밖에서 보면 8집정도 더 잘 보인다는 뜻이다. 8집 범위 내에서 스포츠와 인생을 돌아보고자 한다.

먼저 인생이건 스포츠건 실력이 중요하다. 운동경기에서 실력 못지않게 기운이나 담력 등 심리적 요인이 승부를 가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심리적 요인도 평소 실력을 꾸준히 연마했을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이기에 실력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인생에서도 실력이 중요함은 물론이다. 인생을 ‘운7 기3’이라 하지만 운이 실력을 앞설 순 없다. 앞서 간 사람, 나름 성공한 사람은 모두 실력으로 그 자리에 갔다.

■ 운이 실력을 앞설 순 없는 법

둘째, 복기가 중요하다. 바둑이건 골프건 탁구건 게임을 마친 후 무엇이 문제였을까 머리와 마음으로 복기한다. 상대와 함께 하는 복기는 더 힘들다. 감정을 억누르고 차분한 마음으로, 전혀 괜찮지 않지만 괜찮은 척해야 한다. 인생에서도 복기는 매우 중요하다. 복기는 자신의 치부를 정면으로 바라보아야 하기에, 또 아프다고 피해서도 안 되기에 매우 힘든 작업이지만 꼭 필요한 작업이다. 스포츠건 인생이건 더 나은 미래는 정확한 복기에 달려있다고 보아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셋째, 지는 것과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이기기 위해서는 여러 번 지는 경험을 해야 한다. 오답이 정답을 안내하듯 실패는 경험이며 성공의 필요조건이다. 탁구장 식구들의 실력이 일취월장하는데 비해 내 실력은 답보상태니 지는 것을 밥 먹듯 한다. 그러나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탁구는 건강을 위해 하는 것이라는 본질을 놓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더 잘 치려고 분수에 넘는 연습을 할 경우 몸에 무리가 와 도리어 탁구를 못 칠 수도 있다. 인생에서도 분수를 모르는 무모한 일을 벌이다가 인생 자체를 망치는 경우를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넷째, 고수를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고수는 하수가 가보지 못한 많은 길을 이미 가 본 사람이기에 대접받을 자격이 있다. 고수의 반열에 오르려면 자신의 부족을 깨닫고 계속 배우려는 겸손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오만한 사람은 고수의 반열에 오르기 어렵다. 또한 중도포기는 금물이다. 바둑에서 초반에 요석이 죽었다고, 골프 첫 홀에서 더블 보기를 했다고, 탁구에서 초반에 점수 차가 많이 벌어졌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포기하는 순간 게임은 끝나게 된다. 필자는 첫 홀 더블보기를 했지만 싱글을 기록한 경험도 있다. 인생에서도 중도포기는 금물이다. 아직도 수많은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공격이 최상 수비…새해도 거침없이

다섯째, 이기고 지는 것에 너무 집착할 필요가 없다. 멀찍이 떨어져서 보면 승패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결과가 어떠하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며,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인생을 돌아보니 다 그게 그런 것이기에 최선을 다한 과정에 만족하자는 것이다.
여섯째, 인생이건 스포츠건 욕심이 문제다. 욕심은 눈을 흐리게 하여 수읽기를 방해하고, 판단을 흐리게 하며, 무리수를 두게 하여 승부를 망치게 한다. 자족하지 못해 인생을 그릇 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분수에 맞게 살아야, 그래야 여유 있는 삶이 가능하게 된다.

스포츠와 인생이 같은 것만은 아니다. 스포츠는 질 경우 내일 다시 도전할 수 있지만, 인생에서의 실패는 회복이 더디고 많은 고통을 수반하며, 내일이 기약되지 않을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해를 넘기는 시기가 되면 인생을 다시 음미하게 된다. 내일 일을 모르면서도, 모래도 글피도 보장되어 있는 것처럼 사는 게 우리의 모습이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는 버나드 쇼의 묘비명은 우리에게 능동적 삶을 권면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바둑에서 고수는 수를 아끼다 지고 하수는 수를 남발하다 진다고 하는데, 공격이 최상의 수비임을 믿기에, 필자도 무술년 새해에는 인생도 탁구도 거침없이 공격하고, 치열하게 방어하고자 한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