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패션연구소, 올해 10대 이슈 및 내년 전망
'탕진잼·스튜핏·그레잇' 이중적인 소비형태 반영
SNS스타 인플루언서 온·오프라인 플랫폼 장악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올해 패션시장은 대통령 탄핵과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1인 가구 증가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모바일 콘텐츠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내 유명인사인 '인플루언서'가 패션 시장을 주도했다. 

내년에는 높아진 소비자 안목과 경험에 따라 고객과 기업, 브랜드와의 관계에서 상호 연결성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삼성패션연구소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17년 한해 패션 산업 10대 이슈 및 2018년 패션 시장 전망' 을 내놨다. 

연구소는 올해 패션 시장 10대 이슈로 ▲고군분투 ▲홈 플랫폼 시대 ▲이중적인 소비 규범, 탕진잼과 스튜핏 ▲고객 경험시대 ▲의식있는 소비자 ▲온·오프 리테일 주도권 경쟁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영향력 확대 ▲히트 아이템이 없는 시대 ▲포멀 코드의 완화 ▲헤리티지 기반 스트리스 무드 확산 등을 꼽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가계의 실질 소득이 지난해 대비 하락함과 동시에 의류 및 신발 등 패션 관련 지출 비중 역시 지난 2013년을 정점으로 3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대통령 탄핵과 중국의 사드 보복 등으로 인한 내수 경기 부진이 패션 시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주요 패션 채널인 백화점의 매출 비중도 지난 2012년 78.6%에서 올해 3분기에는 70%까지 하락하는 등 전반적으로 패션 업계 실적은 저조했다. 

 

▲'에잇세컨즈(8Seconds)'가 출시한 새우깡 파자마가 온라인 몰에서 연이어 품절되는 등 올해 홈웨어 아이템이 화제를 모았다. 사진=삼성물산

이 같은 부진에도 1인 가구 수 증가와 셀프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 확대로 지난해에 이어 라이프스타일 시장은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 조류독감과 살충제 달걀 등 건강과 안전에 대한 이슈가 제기되며 안정과 휴식을 위한 공간을 찾고자 하는 심리가 트렌드로 번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자라(ZARA)'와 'H&M홈(H&M Home)' 등 의류브랜드의 인테리어업계 진출 매장 확대와, '에잇세컨즈(8Seconds)'와 '스파오'에서 출시한 파자마가 온라인 몰에서 연이어 품절되는 등 홈웨어 아이템이 화제를 모았다. 

올해는 저성장 시대 속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상반된 소비형태가 나타났다. 상반기에는 '소소하게 탕진하는 재미가 있다'라는 의미의 '탕진잼'이 키워드로 올랐다. 하반기에는 팟캐스트 '김생민의 영수증'이 히트하면서 '스튜핏(stupid·어리석다)'과 '그레잇(great·좋다)' 열풍이 불었다. 현재의 만족만을 추구하는 소비에 스튜핏이라고 지적하고 절약과 검소함에는 그레잇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는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 현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피로감과 불안감을 반증 하는 사례가 됐다.

복합쇼핑몰을 중심으로 패션보다 체험형 콘텐츠를 확대하는 경향이 나타나며 고객 경험 시대가 도래했다. 특히 올해는 인문학적 가치와 지적 욕구 해소를 위해 '서점'이 문화 공간으로 새롭게 떠올랐다. 스타필드 코엑스몰은 지난 5월 별마당 도서관을 오픈하고 새로운 지적 경험을 제공하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해방촌과 연희동, 서촌 등에 자리 잡은 독립 서점의 인기도 이 같은 현상을 반영한다.


급변하는 정치 지형 속에서 소비자들은 개인의 취향과 사상, 소신을 보다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문화를 형성했다.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나 사회공헌 활동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중요해지면서, 브랜드에서도 스스로 윤리의식을 제고하고 도덕적 가치를 어필하기 위한 캠페인에 힘쓰는 모습이다. '디올(Dior)'은 올해 S/S(봄·여름) 시즌 컬렉션에서 'WE SHOULD ALL BE FEMINISTS(우리 모두 페미니스트가 돼야한다)' 티셔츠를 통해 여성 운동의 목소리를 대변했으며, '구찌(Gucci)'는 동물 보호를 위해 '퍼(Fur)'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는 패션 유통 구조의 변화가 눈에 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패션 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21% 상승했다. 반면 백화점은 지속적인 부진을 겪고 있으며, 신규 오픈하는 복합쇼핑몰도 패션 매장 비중을 감소하는 추세다, 이에 오프라인 업계의 모바일 진출, 자사몰 리뉴얼, 인공지능(AI)를 활용한 개인화 서비스, 온·오프라인 연결 등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모바일 콘텐츠의 확대는 SNS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소비자들의 취향 세분화와 다각화된 개성을 수용할 수 있는 비 제도권 브랜드들이 증가하며 블로그나 SNS를 통해 운영되는 마켓이 급성장했다. 특히 인터넷 스타라고 불리는 인플루언서(Influencer)들이 주축이 돼 온라인에서 얻은 인기를 오프라인으로 진출시키는 플랫폼도 등장했다. 

▲지난달부터 평창동계올림픽 기념 롱패딩인 일명 '평창롱패딩'을 중심으로 벤치파카가 인기를 끌었다.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보인 12일 오전 서울 광진구에서 인근 중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소비자들의 다양한 취향과 제도·비제도를 가리지 않는 브랜드의 등장으로 올해는 단일 아이템이 지지를 얻기 어려웠었다. 그러다 연말이 가까워진 지난달, 평창동계올림픽 기념 롱패딩인 일명 '평창롱패딩'을 중심으로 벤치파카가 인기를 끌었다. 소비자 취향 세분화 시대에 벤치파카의 히트 비결은 불황형 소비에 걸 맞는 가성비와 희소성, 화제성으로 분석된다.

너도 나도 롱패딩을 착용하는 현상처럼 올 한해는 캐주얼 아이템이 영향력이 강화됐다. 회사원들의 전형적인 오피스 룩인 슈트 패션이 취향의 진화와 기업문화 개편, 기후 등으로 유연해진 것. 이에 슈트 등의 판매는 부진한 대신, 재킷과 팬츠 등의 판매는 신장했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최소한의 격식은 갖추되 취향에 따라 스타일링이 가능한 패션을 '매너 슈트(Manners Suit)'라고 정의했다.

명품 브랜드에도 트렌디한 변화가 찾아왔다. 패션업계에서 가장 큰 이슈였던 '루이비통(Louisvuitton)'과 '슈프림(Supreme)'의 협업이 그것이다. 명품과 힙합패션 브랜드의 만남은 딱딱한 럭셔리 브랜드인 루이비통에게 파격적이고 쿨한 브랜드 이미지를 더해주는데 성공했다는 평이다. 

삼성패션연구소는 내년 패션 시장에 대해 '상품 이탈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상품 이탈'은 상품이나 구매행동 자체보다 경험과 감성, 서비스 등으로 그 소비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패션 역시 소비자들의 높아진 안목을 반영해 차별화 된 가치를 갖기 못할 경우 소비자들의 선택에서 밀려나게 된다는 해석이다. 

이지은 삼성패션연구소 그룹장은 "내년에는 개인과 개인, 개인과 브랜드 등 모든 것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상호 긴밀하게 연결되는 이른바 '하이퍼 커넥티드 소사이어티(Hyper Connected Society)'가 키워드로 떠오를 것"이라며 "각 브랜드 들은 개별 소비자와의 연결과 경험을 제고하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소통을 이어나가는 한편 기업들은 가변성을 새로운 표준으로 받아들이고 가성비와 편의성, 참신함 등 다각도로 점검해 민첩하게 대응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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