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종교 맏형' 천도교 수장, 이정희 교령 인터뷰

이정희 교령이 인간 존엄성을 강조하는 천도교의 인내천(人乃天) 사상이야말로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대안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류재복 대기자

[일간투데이 황종택 주필] "모든 사람이 하늘처럼 존엄한 존재라는 천도교의 인내천(人乃天) 사상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공동 가치로 발전·승화시켜야 할 고귀한 자산일 것입니다. 갈등을 해소하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대안이 담겨 있기 때문이지요."

호암 이정희(湖菴 李正熙·72) 천도교 교령은 포덕157년(2016년) 봄, 교령에 취임한 이후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분주한 삶을 살고 있다.

중일변의 꿈, 대도중흥비전21을 구현하기 위함이다. 최근에는 포덕광제를 위한 범국민의식개혁운동의 일환으로 인내천의식개혁 운동을 전개하면서, 이를 기반삼아 안으로는 포덕역량을 확충해 교단을 중흥하고 밖으로는 민족정기 발양과 남북평화통일·세계평화에 이바지하기 위함이다.

지난해 11월 24일 ‘인내천운동연합’을 출범시킨 배경이다. 서울에 인내천연합 사무처를 구성하고 전국 각지에 지부를 결성하며,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도 지부를 설치해 교민들을 대상으로 특별 강연을 열기도 했다.

이정희 교령은 "오늘날 우리 인류는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고도화된 과학문명과 물질적 풍요를 누릴 정도로 발전했지만 정신문명은 극도로 쇠퇴해 인간존엄성이 갈수록 흐려지고 있다"며 "따라서 인내천 의식개혁 운동을 통해 행복한 사회구현의 메시지를 사회에 전달하고 건전하고 밝은 기운을 조성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인간 존엄, 곧 생명 가치에 대한 호암 교령의 신념은 굳다. 그리고 이를 설파하는 그의 표정엔 소명감이 진하게 배어 있음을 공명케 한다. 

“‘사람이 곧 한울’이니 사람을 한울처럼 공경하고 누구나 한울이니 차별 말고 대하라는 ‘인내천’보다 더한 인간존중과 평등이 있겠습니까.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사람 중심이다’, ‘사람이 먼저다’라고 하는 것도 궤를 같이 한다고 할 것입니다”

호암 교령은 인간 존중의 사회 건설이야말로 국민행복지수를 높이는 길임을 환기시키면서 “나라엔 경제적 GNP(국민총생산)만 있는 게 아닙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얼마나 존엄하게 대하는 지로 가늠되는 ‘정신적 GNP’를 높여 진정으로 잘사는 나라, 행복이 충만한 국민, 세계인에게 이상적 삶의 전형을 보여줘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교령이 황종택 일간투데이 주필과 대담하고 있다. 사진=류재복 대기자

 

사람을 존중하는 호암 교령의 실천적 외침은 공감적 울림이 크다. 살아온 삶이 뒷받침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대덕연구단지에서 40여 년 동안 근무했고, 공주대와 한남대 객원교수 및 미국 시라큐스대 교환교수를 역임한 데서 보듯 첨단과학기술로 무장한 전문테크노크라트들과 오랜 기간 교유하면서도 행정학자·철학자로서 현실과 이상, 과학과 종교, 실무와 이론적 대안을 고뇌하고 연구한 족적이 잘 보여주고 있음이다. 

호암 교령은 최첨단 과학기술문명인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인간존엄성이 위협받고 있다며 “인내천 및 사인여천 정신에 기반 해 윤리를 새롭게 해석하고 널리 선양하도록 해 나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호암 교령이 우리 사회, 나아가 지구촌 사람들과 함께 친밀하게 더 넓고 더 높게 호흡하고 있는 원동력이 바로 무엇인지를 알도록 하게 한다. 

호암 교령의 이 같은 공적 활동은 사상적 토대인 천도교의 ‘대도중흥 무극대도(大道中興 無極大道)의 길’을 닦기 위해서다. 한울님의 뜻을 이어 시천주 인내천 진리로써 근본을 다시 세워 정신문명을 새롭게 밝힌다는 목표에 맞춰져 있다.

이를 통해 행복한 사회 구현을 위한 새로운 메시지를 온 세계에 전달하고 희망의 밝은 기운을 조성하겠다는 다짐인 것이다.  호암 교령은 천도교단을 이끄는 수장으로서의 꿈을 성운전환의 ‘대도중흥 비전 21’로 압축했다. 대도중흥을 실천적으로 한국 사회에 전파하기 위해 ‘인내천운동연합’도 출범한 것이다. 

이를 위해 대도중흥 중일변 민족통일을 위한 △특별기도 △인재양성 △포덕2500 △삼일운동100주년기념사업 △인내천통일운동 △성역화 사업 △동학문화센터 개관 △천도교중앙도서관 설립 △세계화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인다. 무엇보다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의암 손병희 기념관 건립을 중점 사안으로 추진 중이다.

의암은 3·1운동 7년 전인 1912년부터 7차례에 걸쳐 모두 483명에게 이신환성(以身換性) 수련을 시켜 3·1운동을 준비했다. 서울 우이동에 봉황각을 짓고 이곳에서 비폭력 평화 독립운동의 전사들을 양성한 것이다.

‘이신환성’이란 ‘육신의 안락을 위한 삶을 성령의 참된 삶으로 바꾸라’는 의암의 가르침이다. 이곳에서 49일씩 수련을 통해 체험한 성령으로 무장한 이들이 전국으로 내려가 시민운동을 전개하며 훗날 3·1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게 하는 데 막중한 역할을 했다. 

 

현대 천도교의 주요 종교행사와 더불어 시일식이 이뤄지고 있는 서울 종로 경운동에 있는 중앙대교당은 1920년대 붉은 벽돌로 건축된 것으로 당시 명동성당, 조선총독부청사와 함께 3대 건축물 중 하나였다. 사진=천도교 홈페이지

 

천도교는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사와 깊은 연관이 있다. 세계사에 길이 빛날 3·1독립운동은 천도교가 중심이 돼 일어난 것이다. 당시 천도교인들의 수가 2천만 인구 중 300만명이 넘는다고 박은식의 ‘한국독립운동지혈사’에 기록돼 있다.

천도교는 일제강점기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서 국가경영의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3·1독립운동선언에 참여한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의암 손병희를 필두로 천도교인 15명이 포함돼 있다. 

이 같은 공헌이 있기에 해방 직후 백범 김구 선생은 귀국하자마자 의암 묘를 참배하면서 ‘3·1운동이 아니었으면 임시정부가 없었고, 의암이 없었으면 3·1운동도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의암을 높이 평가했다. 이승만 대통령도 두 번이나 참례했다.

자유당 시절인 1959년 ‘손병희 선생 기념사업회’가 결성돼 이승만 대통령이 명예위원장을 맡고 조동식 동덕여대 총장이 위원장을 맡아 파고다공원에 동상을 세우고 전기를 쓰고 묘비를 제막했는데 미처 기념관은 짓지 못한 채로 1965년 사업회가 해체됐다.

그래서 아직도 중국의 국부인 쑨원(孫文)이나 인도의 국부인 간디에 비견할 민족지도자인 의암의 뜻을 기리고 유물을 제대로 전시할 공간이 없다고 했다. 의암은 특정교단의 지도자를 넘어 민족의 스승인 것이다.

“세계에서도 유례없이 여러 종교와 화합해 비폭력평화 독립운동인 3·1운동을 이끈 민족지도자이자 시민운동, 여성운동, 어린이운동, 언론·출판·교육운동을 이끈 근세의 선구자이므로 교단 차원이 아니라 범국민적 차원의 운동이 필요하고, 평화통일을 위해서도 의암 정신을 계승 발전하길 바란다.”는 게 호암 교령의 기대다.

호암 교령은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지난 50여 년간 성사되지 못하고 있는 의암 손병희 선생 기념관을 정부 차원에서 추진할 것을 건의했다고 전하며 기념관 건립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최근 초대 기념사업회 위원장이었던 조동식 선생의 손자인 조원영 동덕여대 이사장이 의암기념관건립위원회를 열심히 준비 중이며 곧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국내 민족종교의 ‘맏형’으로서 자리매김해 온 천도교. 시천주・인내천(侍天主・人乃天)사상을 중심으로 전제 봉건주의, 외세에 항거했던 동학운동의 사상적 밑거름이 된 한국 최초의 신종교를 말한다. 그렇다. 천도교는 한국 근・현대사의 전환기마다 민족운동과 더불어 사회 문화운동에 등장함으로써 큰 역할을 해온 신앙공동체였기에 종교적 시각으로만 제한해 간단히 풀이하기엔 쉽지 않다.

천도교는 제1세 교조 수운 최제우 대신사가 1860년, 천도교를 창건한 후 158년의 역사 속에서 1894년의 동학혁명, 1904년 갑진개화운동, 1919년 3·1독립운동을 이끌어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천도교는 백만에 가까운 교도들이 희생 속에서 이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고 민족의 생명력을 키워온 것이다. 

이 같은 빛나는 역사와 전통이 있기에 이정희 교령은 지난 취임사를 통해 “다시 한 번 대도중흥의 길을 닦아 교도 300만명이 넘는 대교단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물론 타종교와도 적극 교류하고 있다. 현재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가입 종단인 천도교는 ‘한국종교연합’을 결성해 이웃종교 간 교류와 대화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현대 지식정보 산업사회는 다종교 다원화 시대가 분명하고, 종교 간 대화는 필수적임을 전제, 고대 역사시대부터 종교인들이 왕사 역할을 해왔듯 현 시대에도 국가 최고 지도자의 스승으로서 특정 종교의 지도자 역할만이 아닌, 이 시대의 스승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게 호암 교령의 생각이다. 

 

"[황종택의 直問卽答‧②] 인공지능시대, 인간존엄성 위협받고 있어…인내천(人乃天) 살려야"에서 계속…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