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유통사, 의무휴업 등 규제 속 올해 출점 '제로’
소상공인 비용 부담 '전안법'…개정에도 논란 여전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올해는 대형유통사와 소상공인 모두 어려운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의 경우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고자 시행된 정부의 날카로운 규제로 인해 점포 차별화와 PB상품 확대 등이 예상된다.

소상공인은 전안법(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전부 개정 법률안)이 일부 개정됐지만 소비자 피해 발생 시 최종 판매자에게 책임이 강화되는 등 생존에 대한 논란을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 한 달에 4번 쉴까…대형마트 의무휴업

지난해는 롯데마트 서울 양평점과 스타필드 고양 등 대형마트 및 복합쇼핑몰의 개장이 이어졌다. 그러나 올해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출점 계획이 '제로' 상태다.

쇼핑의 비중이 온라인과 모바일로 확산되는 추세와 더불어 의무휴업 등 정부의 대형유통사를 겨냥한 날선 규제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마트는 서울 동대문구 장안점과 울산 학성점이 폐점되며 2개가 줄어 현재 145개다. 출점 제로를 넘어 마이너스로 전환하는 모양새다.

대형마트의 월 2회 의무휴업은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 살리기를 목표로 지난 2012년부터 시행됐으나 사실상 그 효과는 미미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전통시장의 일평균 매출액은 의무휴업이 시행된 2012년 4755만원에서 2015년 4812만원으로 3년간 1.2%의 소폭 증가에 그쳤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2014년 소비자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형마트 의무휴업 효과 소비자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대형마트 쉬는 날 소비자들의 전통시장 방문회수 증가는 규제 시행 전 대비 0.92회에 불과했다.

소비자들은 전통시장을 찾지 않는 이유에 대해 신용카드와 모바일 페이 사용의 어려움, 편의시설 부족, 주차 및 교통 불편 등을 꼽는다.

전통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에 대형유통사의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시장원리를 거스르는 정책이자 소비자들의 편의 침해라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현재 국회에는 26개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입법 발의됐다. 전통시장 인근 출점 제한과 의무휴업 확대하는 방안 등이 주요 골자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월 2회였던 의무휴업은 4회로 늘어난다.

대형유통사는 점포의 차별화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을 도입한 엔터테인먼트 형 서비스 도입이 늘었으며, 어린이 직업 체험 센터나 숍인숍(shop in shop) 형태의 매장을 열어 고객이 하루 종일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소규모 매장의 출점과 PB상품 강화, 온·온라인 연계 서비스 확대 등에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 전안법 개정안 국회 통과 1인 시위 모습. 사진=연합뉴스


■ 숨 고르기 이른 '전안법'

정부의 규제는 비단 대형유통사만을 향하진 않았다. 의류와 잡화 등 생활용품에도 KC인증(국가통합인증)을 받아야하는 전안법이 지난 2016년 1월 공포됐고 지난해 1월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반발로 적용이 유예됐다. 그러다 지난 29일 일부 규제를 완화한 개정안이 통과돼 오는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전안법은 전기용품을 대상으로 하는 '전기용품안전관리법'과 의류, 잡화 등 생활용품을 대상으로 하는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이 합쳐진 법이다.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등을 보호하고 소비자의 이익과 안전을 보호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KC인증을 받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에게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논란이 일었다.

대기업의 경우 안전 검사를 할 장비를 갖추고 있어 자체 인증이 가능하나 영세업체는 외부 기관에 이를 맡겨야해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비용 발생은 곧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것이 논란의 요지다.

전안법 폐지 모임이 개설되는 등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정부는 위해도가 낮은 상품에 한해 KC인증을 면제하는 개정안을 지난달 29일 통과시켰다. KC인증과 시험서류 구비 등 사전 관리에 대한 규제를 완화 하는 대신 최종 판매자에게 사후관리 책임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영세업체들은 "당장 급한 불은 끈 셈"이라면서도 "인증 의무에 해당하는 품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사고 발생 시 최종 판매자에게 과도한 책임이 몰린 구조가 여전히 우려스럽다"는 의견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는 오는 7월 전 까지 소상공인들은 범법자로 내몰릴 가능성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개정안 시행 후에도 소비자 피해 발생 시 최종 판매자에게 책임을 묻는 법이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며, 올 한해 전안법과 관련 정부와 소상공인간의 마찰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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