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수준 평가 미국·EU 90점↑…한국 '78점'
분산형 전원 미활성화·경제급전 원칙 '걸림돌'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신산업의 스마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핵심 기술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뒤처져 있고 투자 또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국내외 에너지 신산업 트렌드 및 활성화 과제' 보고서를 통해 국내 에너지 산업구조가 에너지 신산업 활성화를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에너지 신산업은 ICT(정보통신기술) 융합이 가속화 되고 전기 공급자와 소비자 간 실시간 정보교환이 가능한 지능형 전력망이 구축되는 등 스마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또 대규모 설비를 통한 중앙집중적 공급 방식에서 소규모 분산형 전원에 의한 공급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원자력과 석탄화력 발전이 축소되고 친환경 에너지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에너지 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지난해 '2016년 기술수준 평가'를 통해 각 국가의 에너지 기술수준을 평가한 결과, 우리나라는 78.3점을 받았다. 반면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 등은 90점 이상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산업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액 역시 선진국 대비 부족했다. 미국은 에너지 효율성, 화석연료, 신재생에너지 등에서, 일본은 원자력발전 분야에서 최대 투자국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의 R&D 투자액은 최대 투자국 대비 화석연료가 32.2%, 신재생에너지가 19.8%, 에너지효율성 11.4%, 원자력발전 10.1% 수준에 불과했다. 

선진국에서 확산하는 분산형 전원도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다. 

우리나라 전력시스템은 지방의 대용량 발전소에서 전력을 대량 생산해 원거리 소비지역으로 송전하는 방식이다. 이에 전력 생산 시설은 남부지방에 있지만 소비는 수도권 지역에 편중 돼 있어 수도권 전력 소비량의 34.2%를 타 지역에 의존하고 있다. 

보고서는 "독일 베를린은 400MW급 열병합발전소를 주거지 내에 설치해 깨끗하고 안전한 방식으로 전력과 난방을 동시에 공급 한다"며 "우리나의 경우 분산형 전원 비활성화 탓에 지역별 전력 자급률 격차가 빚어지고 고압 송전선로 건설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전력수급의 불안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에도 제동이 걸리며 재생에너지 보급 확산 역시 지연되고 있다. 

지난 정부는 '제2차 에너지 기본계획', '제4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 등 신재생 에너지 보급에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관련 예산이 지난 2012년 9천713억원에서 2016년 7천208억원으로 감소하는 등 실질적 동력 확보가 부족해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소비자 비용지불의사가 낮은 것도 주된 장애요인으로 지적됐다. 

재생에너지가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수용성과 금융조달이 해결돼야 하는 만큼 이행 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우리나라 소비자의 재생에너지 지불의사액은 월 1.35달러로 일본(16.55달러)과 미국(9.15달러) 대비 크게 적었다. 

보고서는 또 오는 2030년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당초 예상보다 높은 36.1%로 잡은 정부의 '제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안'을 두고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역행 한다"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률을 높게 추산했기 때문. 

현행 전력거래 시스템은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을 우선적으로 공급하는 '경제급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에 비용이 높은 친환경 에너지는 전력 공급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가동률이 낮아지고 발전량이 확대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 스마트그리드, 에너지관리시스템 등 에너지 신산업 분야에 대한 R&D투자가 확대돼야 한다"며 "소규모 분산형 전원이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경제급전 중심의 전력거래 시스템을 개선하여 환경과 국민안전이라는 가치가 제도적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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