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울상' 뷰티업계…미국·유럽 등 진출 모색
CJ·롯데·신세계 유통 빅3…베트남 등 동남아 겨냥

▲ 롯데면세점이 베트남 다낭공항에 이어 나트랑 국제공항 신(新)터미널 면세점 단독 운영권을 획득했다. 사진은 롯데면세점 베트남 다낭공항점. 사진=롯데면세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올 해는 유통기업의 탈(脫)중국 움직임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포스트 차이나(Post China)'로 떠오르는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국가로의 진출이 눈에 띈다. 중국인 관광객에게 의존했던 방식을 탈피해 내국인과 일본인 관광객으로 눈을 돌리고, 미국과 유럽 등으로 기업을 진출시켜 다각화·다변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보복으로 국내 유통시장은 4계절 내내 한파를 겪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중국인 관광객은 28만여명으로 전년 동기인 91만7천500여명 대비 약 70% 감소했다.

그러다 약 10개월이 흐른 지난해 11월 한중 양국이 관계 정상화 합의문을 발표하면서 사드 갈등이 봉합 수순을 밟는 모양새다. 지난해 8월까지 60%대였던 중국인 관광객 감소세가 9월 들어 50%대로 소폭 줄었고, 11월에는 42%까지 감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극심한 경제보복을 겪은 탓에 국내 기업들은 한 우물만 파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제 2의 '사드 리스크'가 와도 흔들리지 않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 2017년 '울상' 짓던 화장품업계 올해는 웃을까

중국인 관광객에 의해 가장 호황을 누렸던 분야는 단연 화장품이다. 그만큼 사드 이슈 직격탄을 맞은 산업 또한 뷰티다.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한 국내 뷰티브랜드는 매 분기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떨어져 적자를 봤다.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5% 감소했으며, 영업이익 또한 39.7% 줄었다. '달팽이크림'으로 유명한 잇츠스킨은 3분기 누적매출 30.7%, 영업이익도 64.4% 감소했다. 이니스프리 역시 지난해 3분기 누적매출과 영업이익은 동기간 각각 14.6%, 41.4% 축소됐다.

반면, LG생활건강은 지난해 3분기 매출액이 2.9% 늘었으며 영업이익도 3.5% 증가했다. 이는 LG생건이 국내로 들어오는 중국인 관광객이 아닌 중국 내수 시장에서 '후'와 '오휘' 등의 럭셔리 화장품 비중을 확대한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또 LG생건은 지난 2016년부터 일본·미국을 비롯한 20개국에 진출했던 것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중국 의존도를 낮춘 기업과의 격차를 눈으로 확인하자 화장품 브랜드들은 베트남 등 동남아와 미국, 유럽, 중동 등 신시장 개척에 나섰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9월, 미국의 가장 큰 규모의 뷰티 로드샵인 '세포라' 144개 매장에 라네즈를 입점 시켰다. 또 미국 유니온스토어에 이니스프리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으며, 설화수도 프랑스 파리에 백화점에 단독 매장을 열었다.

또 중동시장 사업성을 검토하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 에뛰드하우스 두바이 1호점을 열었다. 향후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 중동 국가로 매장을 확산해 나갈 예정이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아시안 뷰티에 대한 열망이 높아지고 있는 중동의 고객들에게 아모레퍼시픽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혁신적인 뷰티 문화를 전파할 것"이라며 "국내 시장을 넘어 중국과 동남아시아, 인도, 중동, 유럽으로 이어지는 유라시아의 새 길을 '아시안 뷰티(Asian Beauty)'로 연결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도 화장품 수출 판로 다변화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0일 발표한 '화장품산업 종합발전계획'을 살펴보면, ▲해외 인허가 지원 ▲잠재소비시장 플래그십 스토어 운영 ▲해외 현지 수출 거점 확보 ▲한국 브랜드 인지도 제고 등을 추진한다.

아울러 최신 피부과학응용연구에 기반 한 새로운 유형의 화장품 개발과 4차 산업혁명 선도기술 확보 등에 지원하며 오는 2022년까지 세계 3개 화장품 수출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포스트 차이나 찾아 나선 대기업

중국 시장 위주의 산업에서 벗어나는 것은 뷰티업계 뿐이 아니다. 사드 보복의 피해를 입은 국내 유통 기업들은 일제히 포스트 차이나를 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CJ는 베트남을 동남아시아 진출 교두보로 삼고 식품과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사업을 진출시키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식문화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 CJ그룹의 식품계열사 들이 적극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CJ프레시웨이는 지난해 5월 호찌민 인근에 물류센터를 착공했으며 이는 올해 초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 물류센터를 거점으로 현지 외식 프랜차이즈와 호텔, 레스토랑 등에 식자재 유통을 강화하고 유망 유통업체에 대한 인수합병(M&A)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베트남 최대 물류기업인 '제마뎁'을 인수한 대한통운을 지난 12월 흡수합병하고 베트남 내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CJ오쇼핑도 지난해 베트남을 비롯해 태국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4개국 TV홈쇼핑에 진출해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동남아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중국 내 롯데마트 매각과 면세점 사업 난항 등 사드 보복의 최대 피해자인 롯데그룹도 차세대 시장으로 베트남을 꼽았다.

롯데그룹은 백화점과 마트, 호텔 등 10여개 계열사가 모두 베트남에 진출해 있다. 이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두 팔 걷고 나서 화력을 쏟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해 7월 국정농단 수사와 면세점 관련 이슈 등 악재 속에서도 베트남을 찾아 지난 2014년 지어진 하노이 초고층 랜드마크 '롯데센터 하노이' 등을 방문했다. 또 응우옌득중 하노이 인민위원장과 만나 롯데가 진행 중인 '롯데몰 하노이' 등의 사업들에 대해 설명하고 다양한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또 베트남 우정통신공사인 'VNPT'와 롯데멤버스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상호 포인트 교환이 가능한 글로벌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국내 유통업계가 멤버십 서비스를 해외 기업과 호환하는 첫 번째 사례다.

중국인 관광객의 급감으로 적자 폭이 커졌던 롯데면세점도 베트남으로 진출했다. 지난해 베트남 나트랑 국제공항 신(新)터미널 면세점 단독 운영권을 획득한 것. 이번 운영권 획득으로 오는 2028년까지 10년간 나트랑 국제공항 면세점을 운영하게 됐다.

이마트도 중국 현지 고객의 외면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12월 말 중국 내 매장을 완전 철수했다. 이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해외 시장 공략 무대로 동남아를 선택하고 지난해 7월 베트남에 이마트 2호점 부지 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함께 라오스와 캄보디아 등에 진출을 검토하는 등 동남아 시장 공략에 불을 붙일 예정이다.

이에 중국에서 나란히 고배를 마신 신 회장과 정 부회장이 동남아에서 다시 2라운드를 펼쳐 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도 베트남을 포스트 차이나로 지목했다. 현경연은 지난해 '포스트 차이나의 선두주자, 베트남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자!' 보고서를 통해, "베트남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 및 국내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이미지를 활용해 중산층 소비시장을 공략하고, 다양한 인프라 건설 기회를 선점해야한다"며 "베트남 자체로도 성상 잠재력이 충분하지만 아세안 진출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활용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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