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부터 7천530원…소상공인·영세업자 인건비 부담
무인화 시스템 증가·서민 물가 일제히 상승 '부작용'

▲ 최저임금이 시간당 7천530원으로 16.4% 인상된 지 일주일이 된 7일 시민들이 서울 시내의 셀프주유소(왼쪽)와 무인편의점(오른쪽)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최저임금 시행 일주일 째 그 후폭풍이 거세다. 기존 6천470원이었던 최저임금은 지난 1일부터 7천530원으로 인상됐다. 16.4% 역대 최고 인상률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로 국민소득을 올리고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시킨다는 취지로 시행됐다. 그러나 인건비 상승에 부담을 느낀 고용주가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고 품목의 가격을 올리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 '셀프(Self)'에 고용 시장 '헬프(Help)'

인건비 인상으로 소상공인과 영세업자들은 고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에 매장 내 무인주문기기를 도입하면서 아르바이트생 고용을 줄이고 있는 추세다. 주문부터 결제까지 셀프로 가능한 무인주문기기 키오스크는 프랜차이즈 식당은 물론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와 분식집 까지 등장했다.

주유소 역시 점원이 아예 없는 셀프주유소가 늘어나고 있다. 이달 기준 전국 1만2천500개의 주유소 가운데 '셀프주유소'는 2천여개로, 인건비 부담에 따라 올 한해 약 1천여개의 주유소가 셀프주유소로 전환할 것이라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인건비 부담을 줄여주는 목적으로 올해 약 3조억원의 예산을 일자리 안정자금으로 배정했다. 그러나 이는 중소기업중앙회가 추산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올해 추가로 부담해야할 인건비 약 15조2천억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영세업자들의 무인주문기기 도입은 올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키오스크는 한 대에 500만원에서 800만원대로 기기당 1.5명의 인건비 절감 효과와, 점포당 회전률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되던 지난해 7월 키오스크 관련업체의 주가가 상승하기도 했다.

키오스크 외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배달 대행 업계도 뜻밖의 이익을 봤다. 정보통신기술(ICT)기반 물류 스타트업 '바로고(barogo)'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99만건이었던 배달 건수가 한달 후인 12월 230만 건으로 상승했다.프랜차이즈 업계가 딜리버리 서비스를 도입하며 직접 고용했던 배달 인력을 배달 대행으로 변경하는 추세 때문이다.

직접고용을 하면 라이더의 인건비를 비롯해 보험료와 주유수당, 식비 등을 지불해야한다. 하지만 배달 대행을 이용하면 이를 아낄 수 있다.

이처럼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서비스업 고용은 올 한해 지속적으로 화두가 될 전망이다. 부작용 또는 반사이익을 보는 업계가 나오는 가운데 오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현실화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맞물려 새해 들어 서민들이 즐기는 먹거리 가격이 오르고 있다. 인건비 부담이 큰 외식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두드러진다. 사진=연합뉴스


■ 빨간불 켜진 서민 물가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서민 물가까지 덩달아 뜀박질을 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외식 업체부터 개인이 운영하는 식당까지 계산대 앞에는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해 메뉴 일부의 가격을 올린다'는 문구를 붙여 놨다.

지난 2일 모스버거가 와규치즈버거와 남반치킨버거 등을 200원 올렸고, 치플레더블치즈버거와 데리아끼치킨버거는 400원을 더 받기로 했다. 놀부부대찌개는 대표메뉴인 부대찌개를 기존 7천500원에서 7천900원으로 5.3% 올렸다.

신선설농탕은 지난 4일부터 7천원이었던 설렁탕 가격을 8천원으로 14.3% 가격을 대폭 올렸다. '3천900원 쌀국수'로 주목을 받았던 미스사이공도 쌀국수 가격표를 4천500원으로 바꿔달았다.

이 같은 물가 상승은 지난해 7월 최저임금 인상이 확정된 이후 서서히 조짐을 보여 왔다. 롯데리아가 지난해 11월 비슷한 업종 중 가장 먼저 가격 상승을 알렸다. 불고기버거는 3천400원에서 3천500원으로, 새우버거는 3천400원에서 3천600원으로 올리는 등 평균 5.8% 가격을 올렸다.

KFC도 지난해 12월 말부터 치킨을 비롯한 햄버거, 음료, 사이드 등 24개 메뉴를 최소 100원부터 최대 800원까지 평균 5.9% 인상했다.

가격 인상 단행은 뷰티업계까지 이어졌다. 샤넬은 새해 벽두부터 약 300여개의 스킨케어와 색조, 향수 제품을 평균 2.4% 인상했다. 특히 네일케어 제품인 '르 디슬방 두쉐르'는 1만7천원으로 6.3% 인상됐으며 립제품인 '루즈 알뤼르 잉크'는 4.7% 올라 4만3천원에서 4만5천원이 됐다.

바비브라운도 립틴트 제품을 5% 인상했으며, 불가리향수도 스테디셀러 향수 중 일부를 4.6%올렸다.

가구업계의 가격 인상 계획도 눈에 띈다. 시몬스는 10여종의 매트리스 가격을 5% 인상하기로 했다. 현대리바트는 오는 15일부터 식탁과 침대 등의 가격을 약 3~4% 인상할 계획을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이 근로자 소득을 증가시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등을 원인으로 근로자의 소득은 증가하고 이는 소비 확대로 이어져 물가 상승 압력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0월 '2018년 한국 경제 7대 이슈' 보고서를 통해 "최저임금 적용 대상자의 소득이 직접적으로 상승되면서 소비 확대 및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소규모 영세사업자에 대한 지원 대책을 마련해 인건비 부담 충격을 완화하고 유통시스템 관리감독을 바탕으로 한 가격 안정 및 생활과 밀접한 품목의 수급안정 등 물가안정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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