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는 천명을 바꿀 수 있다
조상의 유골 속 아원자가 좋은 파동 내어 후손들에게 同氣感應

풍수학의 대명제는 천명을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곽박의 <금낭경> 산세편에 탈신공개천명(奪神工改天命)이 나온다.

“화가 복으로 돌아서는데 하루도 걸리지 않으니 이에 군자는 신묘한 공력을 기울여서 천명을 고친다. 경에서 말하기를 조상을 장사 지내는 원리는 길흉의 반응이 계곡에서 메아리가 들리는 것처럼 빠른 것에 있다.(禍福不旋日 是以君子 奪神工改天命 經曰 葬山之法 若呼谷中言 應速也)”고 했다.

천명을 고칠 수 있다는 대명제는 풍수학이 5천년 역사에서 재야학문으로 살아남아 있는 생존의 이유이기도 하다. 나의 운명과 숙명을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을 풍수학 이외에서는 찾을 수 없다. 그렇다고 아무나 천명을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군자라야 가능하다는 말이다.

문제는 어떻게 신묘한 공력을 내손에 쥐느냐이다. 공력이란 자연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인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좋은 자리를 찾아야 한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좋은 기운을 어떻게 받을 수 있느냐가 핵심과제이다. 일반적으로 땅의 정기를 직접 받기에는 너무 강하다. 그래서 용맥 위에다가 주택을 짓는 것을 매우 조심스러워 한다. 아무 탈 없이 땅의 생기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조상의 시신을 그 곳에 모시는 것이다. 즉, 신묘한 공력이란 조상의 유골을 통하여 땅의 정기를 후손이 수용하는 것을 말한다. 로봇태권브이가 번개의 전기를 받아들이는 것과 같은 모양새이다.

좋은 자리, 길지, 명당이란 조상의 시신이 편히 쉬는 묘지로써 일급지라는 의미이다. 묘지를 좋은 자리에 만들려고 하는 것은 조상을 좋은 곳에 모시려는 효의 발로이지만, 특히 조선시대에 강조된 것이다. 고려시대에는 음택보다 양택을 더 중요시했다는 것을 도선국사 설화와 십훈요 그리고 고려시대 이전의 묘가 많지 않다는 것을 증거로 들 수 있다.

묘지가 길지여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조상의 유골이 땅의 정기를 흡수하여 유골 속의 아원자가 좋은 파동을 내어 후손들에게 동기감응(同氣感應)을 통하여 심리적인 안정과 총기(聰氣)를 부여하고 불굴의 의지를 갖게 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후손은 출세를 하거나 부자가 되거나 남보다 뛰어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조상은 죽어서도 후손을 위해 유골까지 희생한다. 뼈대 있는 집안이라는 말이 생겨난 이유이기도 하다.

동기감응론은 동일한 기운은 서로 영향을 받는다는 이론이다. 같은 핏줄을 나눈 조상과 후손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조상의 유골이 땅 속의 좋은 생기를 만나면 좋은 파장이 생기는데 후손들은 조상과 同氣이므로 조상의 좋은 파장으로 복을 받는다는 것이다.

현대의 물리학에서 동기감응론은 더욱 설득력 있게 들린다. 양자론에서 가장 인상적인 불가능성은 아마도 1925년 볼프강 파울리가 주장했던 배타원리라고 할 수 있다. 아원자(亞原子)입자들 중에서 어떤 짝들은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상대방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즉시 “알아차린다”는 것이다. 입자들은 스핀이라고 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양자론에 따르면 한 입자의 스핀이 결정되는 순간에 그와 짝을 이루고 있는 다른 입자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순식간에 반대의 스핀을 가지게 된다. (중략) 놀랍게도 그런 사실은 1997년에 제네바대학의 물리학자들이 서로 반대방향으로 약 12킬로미터를 쏘아 보낸 광자 중에서 어느 하나를 건드리면 다른 광자도 순간적으로 반응한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증명되었다. [일간투데이 일간투데이]

‘아원자의 스핀’만으로 동기감응론이 입증되었다고 주장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동기감응론이 상당한 근거가 있는 말이라는 것이다. 아원자론에 의하면 조상의 유골이 만들어내는 파장 또는 스핀에서 후손들이 자유로울 수는 없다.

'주역'「건괘」에서는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같은 소리가 서로 응하며 같은 기운이 서로 구하여 물은 습한 곳으로 흐르고 불은 마른 곳으로 나아가며 구름은 용을 따르고 바람은 호랑이를 쫓는다.”(子曰 同聲相應 同氣相求 水流濕 火就燥 雲從龍 風從虎)라고 하여 동성상응(同聲相應)과 동기상구(同氣相求)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음이 동기감응론의 근원이다. '주역'에서는 인간과 신이 서로 감응하여 신명(神明)을 만들어내는데, 이 신명을 통하여 인간은 신의 영역을 공유할 수 있다고 보았다.

동기감응론이 하늘과 인간을 연결하는 고리로써 조상이 막중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것이 화복론과 연계되어 조상숭배사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곽박의 '금낭경'에서는 ‘시신을 묻을 때에는 땅 속의 생기를 올라타야 한다. 오행의 기는 땅 속을 돌아다닌다. 사람은 부모로부터 신체를 받았으니 부모의 유골이 기를 받으면 후손들은 음덕을 받을 것이다.’라고 하고 있다.

동기감응을 통하여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로또와 같은 벼락부자가 된다거나 어느 날 갑자기 왕이 되는 것과 같은 황당무계한 이야기는 아니다. 인간이 삶의 모든 것을 하늘에만 맡겨 놓았을 때, 비가 오지 않으면 기우제를 지냈다. 왕이나 마을의 촌장이 죄인이 되어 비를 내려달라고 하늘에 기우제를 지냈다.

그런데 언제까지 기우제를 지내야 하는가. 그것은 비가 올 때까지 지내야 한다. 비가 오지 않으면 많은 사람이 죽는다. 기우제를 지낸다고 비가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 당시 사람들도 알았다. 다만, 무지한 백성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면 비가 온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이 기우제정신이다.

기우제정신은 바로 누구나 갈망하지만 아무나 가지지 못하는 불굴의 의지를 나타내는 표상이다. 불굴의 의지란 될 때까지 하는 정신, 꺾이지 않는 정신을 말한다. 큰 인물은 불굴의 의지가 없이는 될 수 없다. 7전8기의 정신이 불굴의 의지의 표본이다. 즉, 될 때까지 노력하는 것이다. 고시생이 고시에 합격할 때까지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중간이 포기하면 영원히 고시에 합격할 수 없다. 동기감응은 후손에게 불굴의 의지가 생기도록 만들어준다는 이론이다. 그 핵심에는 조상의 유골이 있다.

그래서 우리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자기의 무덤자리를 찾으러 산천을 헤매었다. 단지 후손을 위해서. <김규순 서울풍수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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