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IT 혁명 기술은 선두…최신 특허 기술 역량은 하위권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우리나라가 반도체와 다중 통신 등 3차 산업혁명 기술 분야에만 역량이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되면 소프트웨어·바이오기술 분야에서 뒤처지며 4차 산업혁명 시대 경제발전이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지홍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임현경 서울대 경제학부 석사과정, 정대영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 11일 BOK경제연구에 게재한 '4차 산업혁명과 한국의 혁신역량: 특허자료를 이용한 국가·기술별 비교 분석, 1976-2015'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지난 1976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특허청(USPTO)에서 승인된 500만개 이상의 실용특허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이 이뤄졌다. 국가별 혁신역량의 추세를 확인하기 위해 기간을 1976년∼1985년, 1986년∼1995년, 1996년∼2005년, 2006년∼2015년 등 총 4개로 구분했다. 

연구진은 특허를 가장 많이 출원한 15개 주요국을 중심으로 혁신 역량의 양적·질적 측면을 모두 반영하는 'H(Hirsch)지수'를 계산한 결과, 우리나라는 1985년까지 14위에 머물다 2006년∼2015년 8위로 올라섰다. 

이는 우리나라가 반도체와 다중 통신, 컴퓨터 그래픽 관련 등 IT혁명과 관련한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보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특허 출원 수 기준으로 선별한 상위 10개 기술 중에서는 우리나라가 같은 기간 15위에서 3위로 급상승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되는 소프트웨어와 생화학·제약 관련 신기술 분야는 발전 초기단계에 머물러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이 특허 출원 속도를 기준으로 10개 주요 기술을 선별해 국가별 혁신역량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1996년∼2005년 10위, 2006년∼2015년 11위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연구진은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혁신 역량 순위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나 특허의 질적인 측면까지 고려할 경우 양적 성장 대비 부족한 모습"이라며 "2006년 이후 특허 출원 속도가 가장 빨랐던 소프트웨어와 생화학·제약 분야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어 신기술 발전에는 뒤처져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IT 및 3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에만 편향 돼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진은 특허 출원 수를 기준으로 '데이터 처리'와 '컴퓨터 및 디지털 처리 시스템' 등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기술 출원 속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인공지능(AI)와 빅데이터 분석이 기반이 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또 나노테크놀로지와 주사탐침현미경 등 생화학·제약 관련 기술 발전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최근 들어 특허 출원 속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기술들은 이는 4차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해 주목해야하는 분야"라며 "우리나라는 빠른 산업화와 IT기술 발전에 매료돼 새로운 시대의 핵심 기술 이행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하며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대한 투자를 적극 확대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이행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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