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많이 팔렸다고 좋아만 할 게 아니다. 산업 전체가 바뀌고 있다. 상황이 심각하다. 대한민국도 정부를 중심으로 산·학·연 콜라보레이션(협업)을 새롭게 해야 한다.”

세계 최대 전자산업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8' 기간(9일∼12일)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 현장에서 지켜본 한 국내 대기업 최고경영자의 토로다. ‘충격, 경이, 전율’로 표현되는 감상이다. 예컨대 이번 CES를 ‘주도한’ 중국기업들은 반도체를 사가서 사물인터넷(IoT), 빅 데이터,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전 분야에 걸쳐 더 많은 가치를 만들고, 만들겠디는 의지가 상상을 초월했다는 것이다.

51번째 개최된 올해 CES의 주제는 ‘스마트 시티’였다. 스마트 시티란 컴퓨터 연결망이 인간의 신경망처럼 도시 구석구석까지 연결된 도시를 말한다.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도시 구성원 간 네트워크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고 교통망이 거미줄처럼 효율적으로 짜여 진 것이 특징이다. 사무실에 나가지 않고도 집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텔레워킹(teleworking)이 일반화된 도시이기도 하다.

■‘전율’의 4차 산업혁명 현장

미래학자들은 오래전부터 21세기의 새로운 도시 유형으로 스마트 도시를 꿈꿔왔다. 그 꿈의 스마트 도시가 CES 2018의 주제로 우리에게 성큼 다가왔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ES는 지난해 스마트 홈을 주제로 내세운 바 있다. 집안의 모든 기기들이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으로 연결돼 스스로 움직이는 시대를 연 것이다. 스마트 시티는 가정단위의 사물기기와 인공지능을 도시단위로 끌어내 거대한 도시가 자율로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이토록 뜨거운 주제였던 만큼 전 세계 160개국 내노라 하는 4000여 개의 업체들이 참여했고, 참관객만도 20여만명이 넘은 배경이다.

총 179개 우리 기업들의 ‘선전’도 긍정 평가할 만하다.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참가해 IoT, AI 등이 연동된 제품들을 다수 선보이며 관람객의 주목을 끌었다. 국내 중견·중소기업들도 부스를 차리고 자사의 혁신 기술들을 선보였다.

문제는 ‘4차 산업혁명의 충격 현장’이라는 CES에서 보았듯, 이를 주도할 수 있는 우리의 실천의지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사실이다. 자칫 글로벌 메인 스트림, 곧 주류(主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할 때라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준비 미흡은 객관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다보스포럼에선 우리나라의 제4차 산업혁명 준비도를 세계 129개국 중 경쟁국에 뒤진 25위로 평가했다. 격변의 글로벌시대, 우리의 경험과 역량을 집약해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

■투자·규제완화로 변화 주도

주목할 점은 지역이나 기업을 이끄는 지도자의 혜안과 리더십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경쟁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냥 새로운 변화에 대해 두려워하며 현실과 기득권에 안주해선 안 된다.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진취적인 도전을 이끄는 리더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의 기회는 현실로 구현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소프트웨어, 특히 ‘최고의 소프트웨어’는 괴짜(geek)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경험적 사례’를 눈여겨보아야겠다.

그들은 넘치는 자유 의지, 자신의 관심사에 대한 엄청난 집착, 기존 질서에 대한 강한 저항정신을 가진 사람들이다. 결국 우리 사회가 그런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문화와 환경을 갖추지 않고서 소프트웨어 산업을 성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경제의 활로를 열기 위해선 경쟁력 있는 업종에 대한 선제 투자가 시급하다. 정보통신과 인공지능, 친환경 등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요즘, 해외기업들은 선제적인 투자로 변화를 앞장서 이끌고 있음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백성의 삶을 옥죄는 과도한 법과 제도도 문제이지만 민초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시의적절한 법과 제도 정비가 긴요하다.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시대에는 발 빠르게 대처해 세계 10위권까지 도약했던 한국경제의 추동력을 다시 살려야겠다. ‘논어’는 이렇게 교훈을 주고 있다.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으나 앞으로의 일은 오히려 좇아갈 수 있다.(往者不可諫 來者猶可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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