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문재인 정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위험스러울 정도로 커진 가상화폐 시장을 진정시키려고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운을 띄웠는데 되레 '벌집 쑤신' 꼴이다.

정부로선 그럴 만도 하다. 전 세계 GDP(국내 총생산)의 2%를 차지하는 나라가 가상화폐 거래량의 20% 이상을 점유한다니. 글로벌 시장에 비해 50%에 이르는 웃돈(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주고 거래해야 하는 가격도 분명 과열의 징후가 의심스럽다.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장도 거품이 부풀어 올랐다가 꺼지면 여기저기서 재산을 잃은 투자자들의 피눈물과 고통의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그래도 거기에는 일정한 재산과 직업이 있는 40대 이상 중년 세대들이 대부분이기에 어느 정도 버틸 만하다.

이에 반해 가상화폐 시장은 이제 갓 직장생활을 시작한 사회 초년생 또는 취업준비생이 다수여서 이들이 실패한다면 우리 사회 전체에 두고두고 큰 부담이 되기에 정부로선 개입 안 할 수가 없다.

이러한 정부의 심모원려(深謀遠慮)가 2030 젊은 세대는 전혀 달갑지 않다. 그들은 당장 실력행사를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로 달려간 것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층 결집 창구로 각종 개혁 정책 추진의 동력원 역할을 했던 곳이라 마냥 외면할 수도 없다.

그들은 안정적인 소득과 집값 상승이라는 고성장의 혜택을 누린 기성세대와 달리 신분상승의 사다리가 없는 '흙수저' 젊은 세대에게 모처럼만에 열린 '기회의 창(窓)'을 정부가 닫아 걸고 있다고 분개한다.

참여 정부를 계승한 현 정부로선 실제 적용대상자는 3% 남짓이었지만 '세금 폭탄으로 집값 상승의 기대가 꺾인다'며 95% 이상의 국민들이 반대하면서 정권을 잃는 계기가 됐던 10여 년 전 종부세 악몽이 떠올랐으리라.

지난해 5월 출범 이후 꽃길만 걸을 것 같던 문재인 정부도 이제 본격적인 가시밭길이 열렸다. 과거의 실패 경험을 거울삼아 지지층의 이해(利害)와 충돌하지만 국가적으로 옳은 정책을 어떻게 잘 수행해낼지 현 정부의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시간이 도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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