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는 아직도 동일한 장애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고 있으나 정부는 신뢰성이 떨어지는 예산 추계를 이유로 관련법 개정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군인·경찰 등이 상이를 입어 국가유공자가 되는 경우 국가는 상이 정도에 따라 연금과 유사한 보상금과 간병 목적의 간호수당을 매월 지급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일반 국민인 장애인의 경우 장애정도에 따라 장애인연금과 더불어 만 65세 미만까지 간병서비스에 해당하는 장애인활동지원급여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장애 정도가 심해 다른 사람의 보호 없이는 활동이 어려운 사람이라는 점이다.

상이자에 대한 간병지원 서비스인 간호수당부터 우선 살펴보자. 군인·경찰 등이 공무상의 사고로 인해 한눈이 실명되고 다른 눈은 교정시력이 0.1 이하가 되거나, 양쪽 귀가 들리지 않게 되거나, 신경계통 또는 정신계통 또는 흉복부 등의 장애로 일생동안 노무에 종사할 수 없게 되거나, 한쪽 발의 엉덩이에서 무릎이상의 부위가 절단돼 국가유공자인 상이자가 된 경우 이들은 국가유공자에 대한 간병서비스인 간호수당을 받지 못한다. 상이의 정도가 간호수당 지급 기준에 미달하기 때문이다.

■복지사각지대 몰린 상이 유공자

그런데 국가유공자가 아닌 일반 국민인 경우에는 장애등급 제 2급에 해당되며, 월 평균 118만원의 활동지원급여를 받을 수 있다. 국가유공자인 상이자가 활동지원급여를 받으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받을 수 없다.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에서 국가유공자인 상이자는 활동지원급여를 받을 수 없도록 막고 있다. 국가가 간병에 있어서 상이자 즉 ‘국가유공자 장애인’을 차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유공상이자가 간호수당 또는 활동지원급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해 9월 발의했다. 같은 당 권미혁 의원 또한 이와 관련해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선택권 부여를 찬성하고 있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재정부담 주체와 관련해 관계 부처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국가보훈처의 경우에는 간호수당과 활동지원급여 둘 다 주자는 입장이다. 한쪽은 부담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이고 다른 쪽은 더 달라는 입장이다.

간호수당과 활동지원급여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가 변경되는 경우 이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활동지원급여 연령제한인 만 65세 미만이어야 한다. 권 의원에 따르면 그 수는 450명 정도라고 한다. 활동지원급여 월 평균금액 118만원보다 적은 수당을 받는 사람은 상이 2급에 해당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상이 1급 및 2급만 간호수당을 받을 수 있으므로 2급에 해당하는 사람은 절반인 225명이라고 가정하자. 그러면 간호수당 대신 활동지원급여를 선택할 경우 두 금액의 차액인 44만원이 1인당 추가 되는 금액이다. 225명 전체를 대상으로 계산하면 연간 12억원(225명×12개월×44만원)의 추가재정소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희생 대가는 고사하고 차별까지

추가 재정과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간호수당 수급자 중 활동지원급여 신청자격이 있는 1천264명 전부가 활동지원을 선택한다고 전제할시 개정안에 따른 추가예산소요를 최대 연 638억원(1천264명×12개월×421만원)으로 추계하고 있다. 권 의원은 간호수당 수급자 중 활동지원급여 신청자격이 있는 사람을 450명이라고 밝히고 있는 반면, 보건복지부는 1천264명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활동지원급여는 월 118만원이고 이 금액에 최중증 장애인에게 지급하는 가산급여 8만7천원을 추가한다 하더라도 월 127만원 정도인데, 보건복지부는 월 421만원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박 의원이 발의한 이 법률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고, 아마도 의결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회의 공식적인 검토보고서에는 법률 시행에 따른 추가재정소요가 상당히 크다는 보건복지부의 의견만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사실 확인이 필요할 것이다.

사람이면 누구나 장애를 입으면 고통과 불편을 겪을 것이다. 특히 일상생활이 어려운 장애인에 대해 국가는 간병 목적으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간병 서비스에 있어서 일반 국민인 장애인에 비해 국가유공자인 장애인을 더 차별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그들에게 장애로 인한 고통에 차별로 인한 어려움까지 줄 수는 없지 않은가. 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해당 법률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예산의 과소는 부차적 문제 아닌가. <김태완 정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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