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권력과 과거 권력의 전면전? 검찰 수사로 궁지에 몰린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반격에 나섰고, 여기에 청와대가 맞대응하면서 전 정권과 현 정권의 정면충돌 양상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물론 ‘칼자루’는 살아 있는 권력인 문재인 정부가 쥐고 있다. MB 측이 판을 뒤엎을 만한 회심의 ‘히든카드’를 내놓지 않는 한 대반전은 난망이다. 야권에선 MB 측이 노무현 정부가 청와대에 남긴 비공개 파일을 일부 갖고 있다는 얘기도 나돈다.

여하튼 검찰 수사의 ‘칼끝’이 MB 턱 밑에 이르렀음을 직감케 한다. 주목되는 것은 MB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측근들이 변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MB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과 관련, 수사의 키 맨으로 지목된 김희중 전 제1부속실장이 “이명박 참모 20명, 30명은 사실관계를 모른다”며 “이명박 스스로 밝혀야 한다”고 대놓고 말할 정도다.

김희중 전 실장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비롯한 측근 인사들이 옛 ‘주군’인 MB에게 불리한 진술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김성우 전 다스(DAS) 사장 등은 다스 설립 과정에 MB의 관여가 있었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MB를 향한 검찰 수사가 옥죄고 있는 형국이다.

■MB 턱 밑까지 다다른 검찰 ‘칼끝’

향후 수사 결과는 차치하고 정권교체기마다 반복되는 한국 정치행태에 자괴감을 느낀다. 왜 우리는 선진국처럼 전임 정권의 좋은 정책을 승계·보완하고, 업적을 존중하지 못한 채 ‘단죄’의 역사를 되풀이해야만 하는가! 미국은 민주·공화당 출신을 가리지 않고 전직대통령들이 국가적 위기 시 한데모여 국민통합의 중심역할을 한다. 지도자로서의 책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기에 국민이 믿고 의지한다.

물론 전직 대통령이라도 나랏돈을 엉뚱하게 쓴 의혹이 있다면 실체적 진실은 규명돼야 한다. MB 스스로 “저의 재임 중 일어난 모든 일의 최종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밝힌 만큼 검찰의 수사에 협조할 필요가 있다.하지만 MB가 정치보복이라고 단정한 데에는 나름 이유가 없지 않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검찰은 MB를 겨냥해 전방위 수사를 벌인 게 사실이다. 검찰은 ‘MB 전담팀’까지 꾸려 국정원 댓글 조작 지시와 다스 실소유, 국정원 특활비 의혹 등을 샅샅이 훑으면서 MB정부·청와대 인사들을 조사했다. 감사원까지 나서 4대강 사업을 다시 감사해 ‘정치 감사’ 논란을 불렀다. 검찰은 어제 다스 협력업체 IM 본사와 관계자 주거지 등도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일은 이 전 대통령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는 정치 보복이었다는 점이다. 정치보복의 단초를 연 것은 MB정부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악순환의 뿌리를 알게 한다.

■물정 모르는 매미 신세 될까 우려

문무일 검찰총장은 MB의 성명이 나온 뒤 “법적 절차대로 하겠다”고 밝혔다. 전(前) 대통령에 이어 전전(前前) 대통령까지 ‘영어의 몸’이 되는 사태로 비화할 수 있다. 걱정되는 바는 ‘피의 보복’을 불러일으키는 정치보복은 국론의 사분오열을 부른다는 점이다. 현재 권력과 과거 권력이 전면전으로 치달으면 국민은 불안해하고 여야 협치는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아니 급변하는 한반도 상황에 대처하는 힘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작금 한반도 주변 국제정치 상황 전개는 100여 년 전과 흡사하다. 미·중·일·러 열강들의 각축장이다. 국제사회는 냉혹하다. 과거처럼 식민제국주의시대는 아니지만 약육강식이 현실화 되는 정글은 존재하고 있다. 우리 국민이 단합해 대처해야 한다. 춘추시대 오나라의 대신 소유자(少孺子)는 오왕에게 단합과 자력갱생을 위한 정세판단의 중요성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뜰 안에 큰 매미 한 마리가 있고, 그 아래 사마귀가 매미를 덮치려 엿보고 있다. 그러나 매미는 그것도 모르고 울고만 있다. 그런데 사마귀는 매미를 덮치려는 데 정신이 팔려 새가 자신을 엿보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다.(不知螳螂在其後也 螳螂委身曲附欲取蟬)”

올해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70주년을 맞는 해이다. 해방 후 극심한 좌우 분열과 6·25전쟁의 참화를 딛고 세계 10위권의 국력을 보유한 우리다. 그런 나라에서 보수와 진보가 극한 대결을 벌이는 건 정상이 아니다. 안보위기 상황에서 세계 스포츠축제인 평창동계올림픽 개최가 코앞에 있다. 후진적 정치보복의 악순환을 끊고, 선진민주정치를 고대하는 마음은 어찌 필자뿐이겠는가. 오늘 대한민국이 상황판단 못하는 매미 신세여선 안 된다. 열강들의 눈초리가 매서운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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