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이사 선임 방지·대표이사 사추위서 제외 등 정관변경도 추진

▲ 지난해 11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 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KB 금융지주 임시 주주총회에서 노조원 주주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에게 손을 들어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KB금융그룹 노조가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외이사 후보로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 교수를 추천했다.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이하 KB노조)와 우리사주조합은 권 교수 사외이사 후보 추천안과 낙하산 인사의 이사 선임 배제, 대표이사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제외를 위한 정관변경안 등을 주주 제안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KB노조는 2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 발의서를 일반주주와 우리사주 조합원에게 발송하며 위임장 확보에 나섰다. 다음달 7일 주주제안서와 위임장을 KB금융에 제출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임시주주총회 당시 KB노조는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해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당시 KB금융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찬성 의결권을 행사했지만, 찬성률은 17.78%로 집계돼 최종 부결 처리됐다.

이번에 노조가 또다시 권 교수를 노조 추천 사외이사 후보로 올리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노동이사제'가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또 정관변경을 통해 당원으로서 공직 또는 정당 활동에 종사한 기간이 총 2년 이상인 자를 최종 퇴직일로부터 3년 동안 이사로 선임할 수 없다는 내용을 신설할 계획이다. 이는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KB금융은 지난달 KB부동산신탁에 부회장직을 신설하고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한 김정민 부회장을 영입한 바 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사추위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안건도 재상정된다.

KB노조는 지난해 대표이사가 이사회 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지배구조위원회 ▲감사위원회 ▲감사위원후보추천위원회 ▲평가보상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등 6개 위원회의 위원이 될 수 없도록 정관변경을 요청한 바 있다.

이번에는 해당 안건을 손질해 대표이사가 사추위에서만 제외되도록 했다.

KB노조는 KB금융이 진행하고 있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 절차의 주요 문제점으로 사외이사 예비후보 풀 구성과정의 불투명성, 주주 대표성 및 소통 왜곡을 꼽았다.

이밖에 인선자문위원 위촉과정의 불투명성 및 주주들과의 소통 부재, 최종 사외이사 후보 선정에 대한 대표이사 회장의 영향력 심각, 추천 절차 진행 담당 실무인력에 대한 대표이사 회장의 영향력 심각, 추천 프로세스 단계별 차단벽(Firewall) 실체·작동 여부·효과 검증 불가, 사외이사 평가의 절차적 공정성 부족 및 불투명성 등을 지적했다.

박홍배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KB 금융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 절차는 포장만 요란할 뿐 실제로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며 "사외이사 예비후보 풀(Long List)과 인선자문위원 선정이 불투명한 점, 회장이 직접 사추위에 참가하는 등 모든 과정에서 사실상 대표이사 회장의 손바닥 위에 있다는 점에서 '셀프 연임' '참호구축' 등으로 비판받았던 지난 회장 후보 선임과정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편 KB노조와 우리사주조합은 주주제안서와 위임장을 KB 금융지주 측에 제출할 예정인 다음달 7 일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날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에 관한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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