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 범칙금으로 공공청사 짓는 한국
우리나라는 교통사고로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사람이 선진국에 비해 매우 많은 편이다. 2016년 한해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이 4천292명이며 부상당한 사람은 33만1천720명이나 된다. 이를 인구 10만 명을 기준해보면, 영국 2.9명, 일본 3.8명, 독일 4.2명, 프랑스 5.3명인데 우리는 9.4명이나 된다.
■ 선진국 안전시설 투자…사고줄여
우리나라도 2003년부터 2006년까지 교통벌금을 교통안전시설에 투자하는 ‘자동차교통관리개선특별회계’를 운용했다. 당시 뚜렷한 효과가 있었는데 이 기간 교통사고 사망자가 1천명이나 넘게 줄었다고 한다. 재정당국의 반대로 폐지된 교통안전특별회계는 다시 부활돼야 한다.
공짜점심 없듯이 공짜안전은 존재하지 않는다. 도로 선을 제대로 표시만 해도, 어두운 터널의 공간을 밝게만 해도, 자주 반복해서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장소를 고치기만 해도, 교통사고를 대폭 줄일 수 있다. 교통사고는 단순한 재산상 손해에 그치지 않고, 인명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피해를 주기까지 한다. 해마다 4천명이 넘는 사망자의 유가족들이 겪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고통과 후천적 중장애를 입게 되는 부상자를 포함해 수십만의 부상자 및 그 가족들의 치명적 아픔을 생각하면, 교통벌금으로 공공시설을 짓는 발상은 매우 후진적이다. 교통벌금은 온전히 교통사고를 줄이는데 사용되어야 한다.
헌법 제10조는 국가는 국민의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국가는 국민의 생명신체를 보호할 적극적 책무를 지닌다. 교통벌금을 특별회계로 관리하지 않는다고 해, 이를 가지고 바로 국가가 ‘생명 및 신체 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또 전 세계 6개 국가뿐인 ‘5030 클럽’(인구 5천만이면서 연 3만 달러 이상인 나라)에 7번째 진입을 목전에 둔 나라의 국격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일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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