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순 서울풍수아카데미 원장
풍수학의 출발은 조상숭배사상이다. 조상숭배란 누구나 무슨 뜻인지 안다. 그러나 대개 그 깊이를 알지는 못한다. 조상숭배사상의 뿌리는 천인합일사상, 천손사상에 그 기원을 둔다. 역사를 살펴보면 신이 지배하던 신화시대가 있었고, 신과 인간이 더불어 살던 신인시대가 있었으며, 신과 인간이 절교를 하여 땅위에는 인간만이 남은 인간시대가 도래했다.

애초에 우리 조상들은 천신으로 하늘에서 살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중국과 일본과는 달리 사람이 죽으면 우리는 ‘(원래 고향인 하늘로)돌아가셨다’고 하며, 소천(召天)이나 귀천(歸天)이라고 한다. 우리는 하느님의 자손 즉, 천손사상(天孫思想)을 갖고 있다.

하늘과 인간이 하나라는 천인사상이 천손사상으로 발전하는 것은 하늘에서 내려온 인간이 살아서는 하늘로 돌아가지 못하게 된 시점 이후인데, 하늘과 땅의 통교가 단절된 것이다. 이는 인간이 하늘의 이치와 천지운행의 순서를 인지하였음을 의미한다. 인간이 우매했을 때에는 미지의 하늘에 대해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었다.

■조상숭배 뿌리는 天人合一 사상

동이족의 기록이 풍부한 은(상)나라의 조상숭배사상에 대해 살펴보자. 은(殷)나라는 조상신 숭배사상이 매우 강하였다. 이는 초월적인 상제(上帝)를 조상신과 동일시했기 때문이다. 은족은 조상숭배사상을 기반으로 사상적인 통일을 기하였으며, 이로써 부족 집단들의 연합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이로써 은이 중원의 천하를 얻을 수 있는 세력을 형성한 모티브를 제공하였다.

은족(殷族)에게 조상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존재였다. 세상을 떠난 조상들은 영혼이 되어 신비로운 방법에 의해서만 교류할 수 있다고 믿었다. 죽은 조상에 대한 은족들의 애착은 정치적일 뿐 아니라 조상에 대한 친밀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은나라는 오로지 자신들의 혈통이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 제사란 은족의 영속성을 위하여 조상들에게 긴밀한 협조를 요청하는 의례였다. 조상숭배사상(祖上崇拜思想)은 종족의 번식을 통하여 영원한 생명을 추구하는 정신에 근거하여 조상을 기리는 것이다.

하늘과 사람이 하나라는 천인합일사상은 바로 조상과 후손이 하나라고 보는 관점으로 발전하는 것이 조상숭배사상의 영향이다. 시쳇말로 두사부일체(頭師父一體)라는 말의 근원이다. 하늘은 크고 영원하듯이 하늘에 계신 조상을 섬기는 우리도 영원할 것이라는 희망이 깃들여져 있는 것이다. 이러한 종족의 영속성을 위한 바람이 풍수로 이어진다. 조상숭배사상은 선민사상의 발로이기도 하다.

풍수학에 있어서 조상의 역할은 무엇인가. 생명은 이어지는 것이다. 내가 죽어도 나의 후손이 이 땅을 지킨다. 후손을 통하여 내가 존재하는 것이다. 내가 하늘과 같이 영원히 사는 길은 영원히 후손이 연결되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유전자를 통하여 나는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다.

무덤이 발달한 나라는 대체로 조상숭배사상이 강한 곳이다. 이집트의 신전과 피라미드는 파라오숭배사상의 산물이다. 파라오숭배사상이 바로 조상숭배사상의 원형인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풍수학이 존재하는지 확신이 없다. 그러므로 신화(神話)에서부터 존재하는 조상이 후손을 보호해주는 풍수학으로 발전한 곳은 동아시아뿐이다.

내가 영원히 존재하기 위해서는 후손에게 하늘의 영원한 기운을 흠뻑 받도록 전달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하늘의 기운을 직접 받는 것은 벼락 맞는 것과 같으니 이를 순화하여 전달하는 방법은 천기를 받은 땅이 정기를 만들고, 그 정기를 조상의 유골이 받아서 길한 파장을 만들어 나에게 보내주는 것이다.

■천기를 유골이 받아 후손에 전달

풍수학은 내가 죽어서 나의 유골이 후손을 위해 희생과 봉사를 하는 것이다. 풍수학은 내리사랑이다. 즉, 자식이 잘되도록 희생하는 부모의 마음이다. 이것을 잘못 역해하면, 조상의 유골을 길지에 묻어서 내가 잘되어 보고자하는 이기심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것을 탐욕의 과잉이라 한다.

이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자기가 잘되려고 조상의 유골을 이리저리 옮기게 되는 것인데, 이쯤 되면 후손이 아니라 애물단지이다. 무식의 소치로 조상을 흉지에 모신 죄를 뉘우쳐서 길지로 옮기는 것이라면 백번이라도 지당한 일이다. 그러나 조상의 유골을 이삼년이 멀다하고 이장하면서 자신의 발복을 바라는 사람이 지금도 우리 주위에 있다.

결국 세상은 개인의 노력과 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 많다는 것을 선조들이 알았던 것이고, 죽어서 유골을 희생하면서라도 후손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의 발로에서 나타난 것이 풍수학이다. 역사적으로 자기의 조상을 믿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사람은 패배하지 않으며, 성공하지는 않더라도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 증거가 가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가문에서 풍수학이 유기체처럼 엮여져서 가문의 유산으로 내려오고 있는 것은 조상이 깨달은 지혜를 후손에게 전달하고자하는 틀로써 마치 이솝우화와 같은 상징성을 지니면서도, 유전자를 통하여 생생하게 작용하게 하는 촉매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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