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지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최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 등 삶의 질을 중요시 하는 사회문화가 확산되면서 기업문화 역시 변화하고 있다.

신세계는 이달부터 주 35시간 근무제를 대기업 최초로 시행했다. 이에 주 5일제 기준 한 시간 일찍 퇴근하는 것이다. 선진국 수준으로 근무시간을 낮춰 다소 파격적인 행보라는 평을 받았다.

롯데그룹 역시 지난해 11월부터 오후 5시 30분(요일에 따라 오후 6시 30분)이 되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지는 PC온·오프제를 실시하고 있다. 업무 마무리를 못한 이들을 위해 연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만 그마저도 겨우 10분이다.

"어이쿠 꺼졌네"라며 눈치 보지 않고 가방을 쌀 수 있어서 좋다는 일부 롯데계열사 직원들의 반응을 보면 변화하는 기업문화가 장점이 더 크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일하는 '시간'이 줄어든 것이지 일의 '양'이 줄어든 것은 아니기에 근무시간 내내 쫓기듯 일하는 기분이 든다는 의견도 있다. 한 직원은 PC온·오프제 시행 초반, 시간 내 업무를 마무리하지 못해 결국 집에 와서 남은 일을 처리했다는 일화도 털어놨다.

일각에서는 근무제 변화가 최저임금 인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계열사와 가맹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경우 시급이 큰 폭으로 상승함에 따라 월급 역시 오를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근무시간 단축으로 인해 소폭 오르는데 그쳤거나 더 낮아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어차피 정시 출퇴근을 해왔던 이들은 이른 퇴근보다 높은 임금이 더 낫다는 반응이다.

신세계는 근로시간 단축이 2년 전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해온 장기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사이에서도 평균 노동시간이 긴 국가 상위권에 속하는 등 이미 오래전부터 과로사회라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었다. 그에 대한 해결 방안이 하필 정부의 임금 상승 시행과 맞물려 진행되니 비용절감이라는 의혹을 떨칠 수 없는 것이다.

기업들은 새로운 시스템 적용이 비교적 낮은 임금을 받는 직원들의 입장까지 고려됐는지, 타이트한 업무강도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충분한 설명을 통해 설득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또 변화된 제도가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직원들과의 소통을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이 줄어든 것만으로는 업무의 생산성과 직원의 삶의 질까지 높아졌다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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