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나사르 사건' 정리와 함께 국내 성범죄 판결 사례를 되짚는다

[일간투데이 정우교 기자] 미국 체조선수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난 래리 나사르(Larry Nassar) 미 여자 체조대표팀 주치의에 징역 175년형이 선고됐다. 

영국 가디언지의 보도에 따르면 미시간주 랜싱법원의 로즈메리 아킬리나(Rosemarie Aquilina) 판사는 이같은 판결을 하며 나사르에게 "당신에게 이런 벌을 내리는 것은 나의 영예이자 권한이다", "당신은 감옥에서 걸어나갈 자격이 없다"라고 언급했다. 아킬리나 판사는 또한 "당신의 사형집행영장에 사인을 했다"라고 말했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래리 나사르는 지난 1986년 미국 체조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30년간 어린 체조선수들에게 상습적으로 성폭행‧성추행을 저질렀다. 그렇게 밝혀진 피해자만 156명이었다. 이 중에는 올림픽 메달 리스트인 시몬 바일스(Simone Biles), 가브리엘 더글라스(Gabby Douglas), 알렉산드라 레이즈먼(Aly Raisman) 등도 포함돼 있었다.

이중 시몬 바일스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번 판결을 한 아킬리나 판사에게 "Thank you, You are my hero(감사합니다, 당신은 나의 영웅입니다)"라며 감사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판결이 확정된 후, 미국 올림픽위원회는 미국 체조의 감독들에게 사임을 촉구했다. 스캇 블랙먼(Scott Blackmun) 미국 올림픽위원회 CEO는 공개서한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표했다고 가디언지는 25일(현지시간) 전했다. 

 

래리 나사르. 사진=REUTERS/Brendan McDermid, 연합뉴스 제공


■ 30년만에 밝혀진 사건…"누구도 믿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6년 체조선수 레이첼 덴홀렌더(Rachael Denhollander)가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그녀는 15살때부터 나사르에게 피해를 받았다고 했다. 처음에는 미시간대학 내부 중심으로 조사되다가 체조계 전반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피해사실을 밝히는데도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는 많은 피해 여성들의 증언을 전하면서 "일부 피해 여성들은 부모님, 고치, 지인들에게 피해사실을 알렸지만, 그들은 믿는 것을 주저했다"고 보도했다. 그 중 제이미 댄츠쳐(Jamie Dantzscher)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격을 받았다"면서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조차 내 말을 믿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그들은 나를 '거짓말쟁이', '매춘부'라고 부르며 비난했다"고 언급했다. 

 

로즈메리 아킬리나 판사. 사진=Dale G. Young/Detroit News via AP, 연합뉴스 제공


■ 175년형을 선고한 아킬리나 판사에 열광한 미국 국민들 

한편, 이번 재판을 담당한 아킬리나 판사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상 최악의 성폭행범에게 최고형량을 선고한 그녀의 판결에 미국 국민들은 열광하고 있다. 

그녀는 재판 당시 피해자들의 증언을 시종일관 진지한 자세로 경청하고 공감했다고 한다. BBC는 24일(현지시간) 아킬리나 판사에 대해 "그녀는 재판과정에서 치료사로서의 역할을 했다"면서 "피해여성에 대한 공감을 숨기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아킬리나 판사는 피해자들에게 "당신은 더 이상 희생자가 아니다", "당신은 생존자다", "당신의 증언은 전 세계가 듣고 있다" 등 위로와 격려의 말을 전했다. 

특히 가해자인 나사르가 판사에게 보낸 탄원서를 읽고 내던지는 장면은 소셜네트워크 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탄원서에는 증인들의 증언을 듣고 있기 얼마나 힘든가에 대해 씌여 있었다고 한다. 

 


■ "대한민국에는 없는 판사판결"…국내 반응

국내 네티즌들도 이번 판결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었다. 이미 온라인 상에서는 "아킬리나 판사같은 판사는 국내에 없다", "판사들 보고 있나?" 등 국내 성폭행범 판결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지난 12일 6살 조카를 상습으로 성폭행한 A씨에게는 징역 15년을 선고했으며 17일 친딸을 강제로 추행하고 성폭행한 혐의 구속 기소된 B씨에 대해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피해자들은 아픈 기억을 안고 평생 살게 됐는데 가해자들은 고작 10년 전후의 약소한 판결이 이어지고 있는 최근 국내 판결 사례다. 

지난 23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성폭력 사건의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피해생존자 인권을 침해하는 사례를 선정해 발표했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형부로부터 강제추행과 강간피해를 입은 외국인 피해자 의 사례다. 

자료에 따르면 당시 재판을 담당한 판사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항거를 억압할만큼의 위협이나 폭행을 하지 않았고 피해자가 몸부림 치고 이불을 뒤집어 쓴 채로 우는 정도의 약한 방어를 하며 옆방에 있는 아버지와 오빠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고, 피해 이후 같이 차를 마셨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피해자가 느끼게 될 수치심과 친족성폭력피해의 특수성을 간과한 판결이라고 협의회 측은 덧붙였다. 

미국 국민들이 아킬리나 판사와 이번 판결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히 '175년 징역' 때문이 아니라고 보여진다. 사건의 초기부터 '피해자'와 피해자들이 받은 '상처'에 집중한 '적절한 처벌'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는 어떠한가. '성범죄'에 대한 공정한 수사와 단호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점차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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