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아름다운 투혼이었고 빛나는 도전이었다. 카메라에 비친 발바닥은 빨간 속살이 다 드러나 처참 그 자체였다. 물집에 물집이 생기고 그 속에서 다시 물집이 생길 정도로 부상이 심했다. 그는 그 아픔을 이겨내고 뛰었다.

하지만 그는 밝았고 긍정의 에너지를 쏟아냈다. 외신들은 그의 위트 넘치는 인터뷰 솜씨에 반했다. 외교관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평화올림픽'이니 '평양올림픽'이니 초등학생 땅따먹기 놀이 같았던 실검순위경쟁을 조용히 종식시킨 이도 그다.

정현 선수가 테니스 4대 메이저 대회로 꼽히는 호주 오픈 4강에 올랐다. 강력한 서브와 길면 대여섯 시간 넘게 걸리는 경기 시간 때문에 테니스는 체격조건과 체력이 좋은 유럽계 선수들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다. 특히 메이저 대회에서 아시아권 선수가 4강권에 들어간 것은 매우 드물었다. 대만계 미국인 마이클 창, 일본의 니시코리 케이(錦織 圭) 등 손에 꼽을 정도다.

국내에선 2000년대 초중반 세계 무대를 여러 번 노크한 이형택 선수가 많이 거론됐다. 지금은 은퇴해 코치가 된 이 선수는 후배의 선전을 축하하면서 스무살 넘어서야 세계 진출을 시도했던 자신의 선수 시절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른 나이에 외국 무대에서 뛰면서 테니스 선진국의 경기장 매너를 익히고 대규모 관중 앞에서도 위축되지 않는 실력을 기를 기회를 잡은 후배를 부러워하기도 했다.

정현 선수의 성취와 이형택 선수의 아쉬움을 보고 들으면서 문득 우리나라 ICT산업계를 돌아보게 된다. 네이버·다음 등 국내 대형 포털업체들은 국내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지만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메이저 업체들의 위상에 한참 못 미친다.

어린 나이에 일찍 세계로 나아가 실전 경기력을 키우면서 글로벌 스포츠 스타로 발돋움 하고 있는 정현 선수. 우리 인터넷 기업들도 그를 본받아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말고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굳혀야 할 때다. 정치권과 정부도 우리 국내 ICT업계에서 '제 2의 정현'같은 기업들이 속속 나오도록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지 않는 규제를 정비해 이들이 열심히 뛰는데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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