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채이배 의원, 가상통화 입법화 토론회 열어
"조기 입법화로 글로벌 스탠더드 만들자"VS"해외도 필요 최소한 개입…국가 공신력 부여 조심해야"

▲ 29일 국회 본청 바른정당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암호통화 어떻게 입법화 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가상통화(암호화폐)를 법적으로 규율하기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정부관계자와 법안 발의를 준비중인 야권 관계자들의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가상통화의 법적인 정의, 블록체인 기술의 포함 여부, ICO(가상통화 발행)의 허용 여부 등에 대해서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부산 해운대 갑)과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비례대표)은 29일 '암호통화, 어떻게 입법화 할 것인가'이라는 주제로 국회 본관에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안찬식 변호사(법무법인 충정)는 "정부는 가상통화 규제에 관한 법적인 근거를 유사수신행위규제에 관한 법률에 규정해 가상통화 사용을 억제하려 하고 있다"며 "이에 반해 국회의원들이 발의하는 전자거래금융법이나 자본시장법에 넣는 것은 가상통화 거래를 너무 제도화해 금융 거래 안전상 부담스럽다"고 각각의 법안 발의 형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안 변호사는 "기존 법령에 가상통화 규정을 집어넣으면 법 정합성상 문제가 있으므로 가칭 '가상화폐 거래와 안전에 관한 법률' 등의 독립된 법안 형식으로 만드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해 9월 정부가 발표한 증권·토큰형 ICO 전면 금지는 현재 가상통화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법률적 규제의 효력이 없다"며 "정부는 심사 기구를 만들어 사기성 부실 ICO는 제거하고 건실한 ICO선별해 허가하는 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또한 "정부의 ICO 금지는 기존 금융 통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청년들의 창업자금 통로를 차단한다"며 "국내 ICO를 금지하면 해외ICO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국부유출의 문제도 생긴다"고 비판했다.

이어 "가상통화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된다"며 "정부는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려 하지 말고 정확한 투자 정보 제공, 투자적격업체 지정, 거래소 등록, 실명제 적용, 보안감사 같은 투자자 보호 제도 확립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가상통화와 블록체인을 구분하려 하지 말고 블록체인을 포함하는 가상통화의 R&D(연구 개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금융으로서 가상통화는 금융위원회가 담당해 진흥과 규제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원종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일본은 90% 이상을 비트코인을 투자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시장 불안정성이 훨씬 큰 알트코인(대안코인)에 50%이상 투자하면서 위험성이 매우 높다"며 "ICO는 시장의 신뢰와 안정성이 생길 때까지는 유보하도록 정부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ICT업계도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보다는 규제 안에서 기술개발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재철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은 "가상통화는 본질적인 가치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화폐가 될 수 있다'는 신념을 전제로 거래되고 있다"며 "아무나 통화를 만들어 거래하게 되면 시장 거래의 혼란을 야기한다"고 가상통화 사용에 대해 반대했다. 이어 "가상통화와 전혀 상관없는 퍼블릭·프라이빗 블록체인은 계속 개발되고 있다"며 가상통화 규제와 블록체인 육성은 무관함을 역설했다.

강영수 금융위원회 가상통화대응팀장 또한 "블록체인이라는 해외 기술의 축적이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인지 해외의 쓰레기를 비싼 값에 사들여 우리 국부가 유출되고 있는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해외에서도 그 나라의 상황에 맞춰 핀셋식으로 필요 최소한의 개입을 하고 있는 만큼 가상통화 거래 취급업소 제도화 등 가상통화에 국가 공신력을 부여할 수 있는 정부 행위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병국 의원은 "가상통화 입법화는 전 세계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로 우리나라가 법을 만들면 세계 표준을 만들어 암호통화 거래 중심지로 부상할 것이다"며 "지난 2014년 방송통신융합법 입법이 지연돼 우리나라 ICT 산업이 세계 2, 3위권에서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던 과거의 우(愚)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채이배 의원은 "4차산업혁명의 플랫폼으로서 블록체인 기술은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며 "정부는 가상통화는 금지하고 블록체인은 육성한다는 방침으로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가상화폐 거래소, 사이버 보안 등을 통해 가상화폐 시장을 건전하게 육성하도록 국회도 입법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태경 의원은 "가상화폐에 대해서는 '천국에 가는 복권'을 샀다는 시각과 '사탄의 꼬임'에 빠졌다는 시각이 첨예하게 갈려 있어서 입법화가 쉽지 않다"며 "정치권이 지속적인 논의를 해서 300만을 넘어선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와 신기술 발전을 위한 합리적인 입법안을 만들어 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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