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옥 시인

옥밥



오봉옥




옥밥 한술 억지로 우겨넣다
생각하니
엄니가 흙마당 멍석 위로 저녁을 나르실 때
풀물든 손을 툴툴 털어내던 아버진
어여 와 어여 와 하시었는데
그 엄니 오늘은 밥상머리 한 구석이 비어
된수저 치켜들다 울었는지
안 울었는지.




■출처 : 시선집 '달팽이가 사는 법' 문학사계(2013)

▲엄혹한 시대, 감옥 속에서도 그리움의 꽃은 핀다.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안주할 수 없었던 시인은 안주할 수 있는 고향, 거짓과 왜곡이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시를 쓰다가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시에서 과거역사의 좌파운동을 다루었다고 해서 공안당국의 서슬 퍼런 끼어맞추기식 수사의 논리에 의해 간첩으로 몰리게 된 것이다. 1980년대 얘기다. 그렇게 해서 갇히게 된 감옥에서 “옥밥 한술 억지로 우겨넣다”가 시인은 ‘엄니’와 ‘아버지’를 떠올린다. “흙마당 멍석 위로 저녁을 나르시던 엄니”와 “풀물든 손을 툴툴 털어내던 아버지”의 소박한 모습을 떠올린다. 식구들끼리 옹기종기 모여앉아 저녁을 먹던 평화로운 그 고향에 시인은 왜 안주하지 못했을까. 어쩌다가 그 ‘밥상머리’를 떠나와 감옥 속에서 ‘옥밥’을 먹게 되었을까. ‘옥밥’을 먹으면서 떠올리는 엄니의 모습, “된수저 치켜들다 울었는지 안 울었는지” 모를 엄니의 그 모습에 가슴이 아려온다.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생활의 고됨도 고됨이려니와 자식이 감옥에 갇혀 가슴 한 구석이 비어있으니 드는 수저인들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감옥 속에서 그런 어머니를 떠올리는 시인의 마음속에 모정에의 향수가 사무친다. 향수, 노스탤지어란 돌아가고자 하지만 채워지지 않는 욕구에서 비롯된 괴로움이라 하고, “고향을 찾지 못한 자는 죽는다.”고 한다. 하지만 어머니가 계시는 곳이 고향이고, 어느 곳에 있든 그리워할 어머니가 계신다면 살게 될 것이다. ‘옥밥’ 속에서 ‘엄니의 된수저’를 떠올리는 시인의 시가 살아나는 이유라고 하겠다.

■오봉옥

△1961년 광주광역시 출생.
△연세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 및 박사과정 수료.
△1985년 '창비' '16인 신작시집'에 '내 울타리 안에서' 외 7편을 발표하면서 등단.
△현재 서울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과 전임교수 및 대외부총장. 겨레말큰사전 남측 편찬위원, '문학의 오늘' 편집인.
△2005년 '올해의 작가상' 수상.
△시집 : '지리산 갈대꽃' '붉은산 검은피' '나 같은 것도 사랑을 한다' '노랑' '달팽이가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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