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교인 '인권유린'고발, 참가자 대부분 20·30대 청년들
개종문제로 가족에 납치·감금, 신도 구양 사망사건 계기 '운집'
가정폭력으로만 치부한 사법당국, 처벌 교묘히 피한 목사들 등 성토

▲ 영하 10도의 날씨속에 광화문 일대를 메운 3만여 참가자들

 

[일간투데이 류재복 기자] 연일 계속된 17년만의 한파가 조금은 주춤했던 지난 일요일 28일 광화문 거리, 그래도 수은주는 영하 10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렇게 추운 날씨임에도 아랑곳하지않고 수많은 인파들이 거리를 가득히 메웠다. 인파 좌우로는 ‘살인마 강제개종목사 처벌하라’ ‘강제개종 조장하는 한기총 아웃’ ‘강제개종 조장하는 CBS 폐쇄’ ‘구지인을 살려내라’ ‘강제개종목사 구속하라’ ‘부모자식 갈라놓는 강제개종 처벌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대형 현수막들이 질서정연하게 나열돼 오가는 행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기자를 놀라게 한 또 하나의 사실, 2016년 겨울의 촛불집회에 비해 이날의 광화문 집회는 질서정연한 자세로 대오를 유지하면서 수만명의 참가자들이 대부분 20 ~ 30대의 청년 젊은이들이라는 것이었다. 특히 무대 중앙에서 구호를 선창하고 또 힘차게 노래를 열창하는 한 여성을 볼 때는 바로 일당백의 임전무퇴 여전사였다. 한마디로 표현키 어려운 광경이었다.

낮 12시부터 2시간여 진행된 이 날의 대규모 집회는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대표 박상익)(이하 ‘강피연’)가 주관한 '강제개종목사 처벌 촉구를 위한 궐기대회'로 “대한민국 국민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강제개종의 배후인 개종 목사들의 처벌을 촉구한다”는 함성이 진동했다.

이날 행사는 특히 최근 전남 화순의 한 팬션에서 개종목사의 사주를 받은 부모에 의해 감금된 채 개종을 강요당하다 사망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구지인(27)양 사건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강피연에 따르면 지난 1월 9일 사망한 고(故) 구지인 양은 전남대 특수교육학과 4학년에 재학중이 2013년에 신천지예수교에 입교했고, 부모는 모두가 장로교 교회신도였다. 구 양은 2016년 7월 23일, 무종교자인 언니와 영화를 보고 아버지 차량에 탑승, 귀가를 하다가 부모, 언니 등 3명에 의해 장성에 있는 천주교 모 수도원으로 납치 돼 9월4일까지 무려 44일간 감금된 채 광주지역 이단상담소인 모 교회의 박 모 간사와 임 모 전도사에 의해 개종을 강요당한 바 있다.

이어 구 양은 지난해 12월 30일 전남 화순에 위치한 모 펜션에서 부모와 말다툼 끝에 입막힘의 질식으로 실신해 화순의 모 병원에 옮겨진후 다시 광주 두 곳의 병원에 옮겨졌으나 결국 열흘 후에 사망했다.

이 때 언론 매체들은 이 사건을 부모와 자식이 종교 문제로 파국을 맞은 사건으로만 대서특필했다.

또 사건 당시 최영춘 화순경찰서 수사과장은 “가족 여행 이튿날 대화를 하는 데 딸이 종교적 갈등으로 대화에 응하지 않자 심하게 다퉜던 것 같다”며 “딸이 소리치면서 저항하자 구씨 어머니가 조용히 하라고 입을 막아 실신하게 된 것 같다. 구 씨의 부모는 딸이 의식을 잃자 곧바로 119안전신고센터에 신고했고, 딸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사실도 있다”는 선에서 사건 개요를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강피연은 구 양의 사망 사건 본질이 '강제개종에 의한 것'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 광화문 집회는 식전행사에서 강제개종의 실태를 영상으로 보여준 것을 시작으로 1부 행사에서 '강제개종 무언극'을 공연하고, 구 양 추모식, 친구인 김지민 양이 구 양에게 보내는 편지 낭독, 추모공연 순으로 이어졌다.

2부 행사는 궐기대회로 ‘인권을 빼앗긴 사람들’이란 주제의 영상시청, 신천지전국장로선교협의회 국용호 사무총장의 성명서 낭독, 강피연 지정환 인천지부장의 호소문 낭독, 청년버스킹의 ‘강제개종교육 호소문’ 구호 제창. 강피연 배영환 강서지부장 의 강제개종 실태 규탄, 청년버스킹 ‘진실의 외침’, 강피연 이정수 서대문지부장의 청와대에 보내는 탄원서 낭독, 구호제창 등이 펼쳐졌다.

 

집회현장에서 인터뷰에 응해준 조선족가수 한철-최미화 부부


기자로서는 이날 처음으로 강피연 집회현장을 목도하면서 지인인 조선족 가수 한철(53), 최미화(55) 부부(성남 거주)를 만나게 됐고 반가운 인사를 나누자마자 “강제개종이 도대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들은 “강제개종은 어느 한 교회를 나가는 개인신도를 납치, 감금 폭행 등의 불법행위를 통해 억지로 다른 종교로 바꾸게 하는 것으로 주로 개신교 교단 목사들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행위”라면서 “우리는 참종교이자 진실의 교회인 신천지를 믿고 있는데 신천지가 이단이라면서 신천지 교인들을 납치, 감금해 강압적으로 교단을 바꾸게 하는 행위가 바로 강제개종”이라고 분통을 터뜨리며 말했다.

강피연측 관계자도 기자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납치, 감금, 폭행은 정당화 될수 없다”면서 “더 이상 귀중한 목숨을 빼앗기는 상황을 막기 위해선 강제개종을 주도하는 개종목사들에 대한 법적 처벌이 반드시 필요하기에 우리는 오늘 이 강추위를 무릅쓰고 집회를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21일, 광주광역시 금남로 일대에서도 이날 광화문 집회와 같이 구 양 사망사건을 성토하는 행사가 열렸던 것으로 이 관계자는 전했다.
 
구 양은 강제납치후 직접 작성한 진술서를 통해 "강압적으로 개종교육을 강요받았다”고 밝힌데 이어 지난해 6월 4일에는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강제개종에 대한 청원의 글을 올렸다. 구 양은 “제가 대통령님에게 이렇게 청원의 글을 드리는 것은 대한민국 땅에서 제가 당한 인권유린에 대한 것을 알려드리고 또 인권유린을 자행한 강제개종 목사들을 처벌하는 법제정의 부탁”이라면서 “신천지 교회에 다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족에 의해 납치가 돼 44일간 감금된 상태에서 종교를 바꿀 것을 강요받았는데 이는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대한민국 헌법을 무시하는 행동으로 이런 종교자유를 박탈당하고 있는 청년들이 무려 1천명이 넘는다”고 호소했다.

구 양은 또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서 종교의 자유를 보장받지 못하고 납치, 감금까지 자행되면서 강제적인 인권유린의 개종교육이 행해지고 있다는 것은 정말로 말이 안되는 일이다. 이런 일을 조장하고 있는 사람들은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 소속의 사람들로 강제개종교육을 받게 하는 사람들의 가족들을 내세워 자신들은 법적으로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피해가는 현실의 불법과 당사자의 억울한 심정을 어디에도 호소할 수가 없어서 대통령님께 글을 남긴다”고 심경을 밝혔다.

광화문 집회현장에서 만난 강피연의 한 관계자는 “구양의 사건 역시 전형적인 강제개종 수법과 동일하다”면서 “지금까지 강제개종은 ‘종교문제’ ‘가족문제’란 이유로 경찰 등 사법당국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받아왔으며 더욱이 배후자인 개종 목사들은 모든 불법행위를 가족에게 떠 넘기며 법적 처벌을 교묘히 피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7년 울산에서도 개종을 하지않는다는 이유로 전 남편에 의해 40대여성이 살해됐다”고 전했다. 강피연 박상익 대표도 “납치, 감금, 폭행이 동반된 강제개종으로 인한 피해자가 현재 1천명이 넘는데도 개종 목사들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이번 구지인 양 사건 배후에 있는 광주 이단상담소 임 모 전도사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이뤄지지 않으면 또 다른 희생자가 생길수 있기에 모든 국민들은 이에 대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2부 행사에서 신천지전국장로선교협의회 장로일동은 성명서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들은 헌법이 명시하는 대로 종교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면서 “망령된 기독교계와 목사의 본분을 망각한 강제 개종 목사들을 옹호하는 한기총과 그 관변단체들의 무법한 행위를 대통령과 정부 각료, 그리고 국민들에게 고발한다”고 언명했.

이어 “꽃다운 27세 청춘의 한 성도가 안타깝게도 자기를 낳아준 부모에 의해 무참히 죽어갔다. 이 배경에는 돈벌이를 목적으로 개종을 강요하는 목사들이 있다. 경찰은 이런 목사와 부모의 범죄를 덮으려 하기에 청와대 게시판을 통해 재발방지의 대책을 촉구했지만 청와대를 비롯 관계당국은 지금까지도 외면하고 있다”면서 “개종교육을 명목으로 돈을 받으면서 살인, 인권유린, 가정파괴, 종교자유침해, 가정폭력등을 유발하는 한기총 소속 목사들의 처벌을 호소한다”고 절규했다.

이들은 이와함께 ▲살인을 사주한 강제개종목사의 구속처벌 ▲개종목사를 옹호하는 한기총과 소속교단의 해체 ▲현재 수사중에 있는 살인사건을 단순 가정문제나 종교갈등 문제로 축소하려는 경찰관계자 처벌 ▲모든 국민의 종교자유를 헌법대로 보장 ▲한기총과 범죄 개종목사들을 옹호하는 CBS방송 폐쇄 ▲정부 관계당국의 철저한 진상조사로 방관한 관계자들 처벌”을 촉구하는 함성을 울렸다.

이날 기자가 현장을 떠나려 할 때 조선족 가수인 한철이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가 있기에 누구든 자기가 좋아하는 종교를 믿으면 되는데도 어느 한 종교를 믿지 못하도록 불법행위의 강제개종교육을 하는 것은 법으로 규정하고 처벌해야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일부에서는 왜곡된 시선으로 우리 신천지를 아주 나쁘게 보고있지만 사실은 어느 종교보다도 참된 종교이며 진실의 종교이기에 우리는 8년간 열심히 믿으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신천지의 진실을 사실대로 꼭 세상에 알려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한겨울의 매서운 추위 속, 신흥교단인 신천지의 이같은 외침에 대해 직접 타깃이 된 기성교단 개신교계 일각의 반응이 궁금점으로 남았다. 이 나라의 정부와 사법부의 반응 내지 조치 또한 '정의'의 방향으로 흐를지는 더 심각하게 궁금하다는 중압감에 짓눌리면서 광화문현장에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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