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채용 비리의 실상이 드러나고 있다. 특정인을 뽑기 위한 면접 점수 조작 등 여간 충격적인 게 아니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사실이라면 엄중한 처벌이 따라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11개 국내 은행을 대상으로 채용 업무의 적정성을 검사한 결과 5개 은행에서 채용비리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힌 것이다.

금감원에 의해 채용 비리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은행은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JB광주은행, BNK부산은행, DGB대구은행 등 시중은행 5곳이다. 금감원이 제기한 주된 채용 비리 유형은 청탁에 따른 특혜채용, 특정 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한 면접점수 조작, 채용 전형의 불공정한 운영 등이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채용 청탁에 따른 특혜채용 6건 및 특정대학 출신 합격을 위한 면접점수 조작 7건 등 총 13건이다. 예컨대 사외이사 지인 등을 별도 명단으로 관리해 ‘글로벌 우대’ 사유로 서류 전형 통과 혜택을 부여하고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소위 SKY 출신과 외국대학 출신 등 명문대학 출신 지원자들을 합격시키기 위해 임원 면접 후 점수를 임의로 조정해 불합격자를 합격자로 탈바꿈시켰다는 의혹이다.

우리은행 비리 혐의는 아연실색케 한다. 검찰에 따르면 이광구 전 행장 등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신입행원 공채에서 지원자 37명을 부정 합격시켰다. 이들은 외부 인사 청탁자와 은행 내부 친·인척 명부를 파일로 관리하면서 이 명단에 있는 지원자들이 서류전형 또는 1차 면접에서 불합격권에 있더라도 합격시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전 행장은 인사 실무자들이 자신의 지시에 따라 청탁이 들어온 지원자의 인사서류를 들고 오면 합격 기준에 미달됨에도 ‘합격’ 칸에 점을 찍는 방식으로 합격 처리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합격권에 있던 일부 지원자들은 불합격 처리된 것이다. 매년 최소 70~80명 이상의 청탁자를 담은 ‘청탁 명부’가 인사부에서 관리됐다고 하니 은행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개입 한 개연성이 짙다.

우리은행 비리 유형은 과거와 다르게 ‘진일보’했다. 일반적인 채용 비리 사건에서 답안을 유출하거나 신규전형을 추가해 점수를 조작하는 것과 달리 우리은행은 점수 조작 없이 청탁한 지원자를 바로 합격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의 과제가 적잖다. 은행 측이 감사에 대비해 평가자료를 보존하는 공공기관과 달리 채용 직후 청탁명부와 평가기록 등을 파기했다고 하니 철저한 수사가 요청되는 대목이다.

KEB하나은행 등은 채용 비리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지원자 신분을 모르게 하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채용을 실시해 글로벌, 지역인재, 이공계지원자 등을 우대하고 지원자의 역량, 주요 거래 대학 등 영업의 특수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입행원을 선발했다는 해명이다. 그러나 금감원은 은행권 채용비리 조사 결과가 정확하다는 입장이다.

금융 감독기관과 수사당국은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 은행까지 채용 비리의 온상이라는 의혹에 대해 명쾌한 결과를 내놓고 드러난 부정비리에 대해선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취업준비생들의 상대적 박탈감, 청년들의 분노를 조금이라도 가라앉히기 위해서라도 일벌백계로 다스리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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