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또 다시 익숙한 장면이 그려지고 있다. 매뉴얼이 있는 듯 속속 순서대로 진행된다. 정권 교체와 함께 오는 CEO 교체 신호, 이를 무시 또는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면 들어오는 사법당국의 수사와 기소 압박, 결국 견디지 못한 기존 CEO의 자진 사퇴와 정권 입맛에 맞는 새로운 CEO의 선임, 그렇게 다시 정권 임기 동안 새로운 CEO 체제는 흘러간다.

지난달 31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KT 경기도 분당 본사와 서울 광화문 지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KT의 홍보·대관 담당 임원들이 법인카드로 물건을 사는 것처럼 꾸민 뒤 현금을 돌려받는 이른바 '카드깡'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약탈경제반대행동과 KT 새노조는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국회가 황창규 KT 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깊숙이 연루된 의혹에 대해 주목하자 임원들이 황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회피할 목적으로 (국회의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하기 위해 회삿돈을 횡령했다"며 불법 정치자금 제공의 배후로 황 회장을 직접 지목했다.

업계에선 일련의 수사 진행 과정을 보며 황 회장이 이전 CEO였던 남중수 전 사장, 이석채 전 회장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이게 지난 2002년 민영화돼 올해로 16년을 맞는 우리나라 국가 주요 통신사업체의 경영 현 주소다.

KT는 이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가 교체되면서 조직이 흔들리는 'CEO 리스크'를 털어내야 한다. 철저한 반성을 통해 과거 한국전기통신공사 시절의 역사적 잔재를 과감히 씻어내는 한편 정부와 정치권의 외풍을 견뎌 낼 수 있도록 진정한 민영기업으로 탈바꿈 해야 한다.

정부도 국민연금이 최대 주주(11.20%)인 점을 남용해 부당하게 경영 간섭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 통신사업 발전이나 국민 노후자산 관리 측면에서 모두 안 좋다. 국가의 소중한 자산인 전파를 운용하는 기간통신사업체의 경영진이 국민의 통신서비스 개선에 쓰여야 할 노력과 정성을 자리보전에 낭비하도록 해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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