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경영권 승계 묵시적 청탁, 박 전 대통령측에 뇌물 공여"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가공의 틀'…추가 독대 없어"
승마지원 뇌물죄 여부·재산국외도피 액수 따라 유무죄·형량 결정

▲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오는 5일 이 부회장과 삼성 전직 임원 4명의 2심 결과를 선고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판정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이 5일 열린다. 특검이 이 부회장에 대해 1심과 같이 12년형을 구형한 가운데 2심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 대한 유무죄 판단·형량을 어떻게 내릴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오는 5일 이 부회장과 삼성 전직 임원 4명의 2심 결과를 선고한다. 지난해 8월 말 1심 선고가 난 이후 5개월여 만이다.

이 부회장측으로서는 무죄, 최소한 집행유예를 바라고 있다. 집행유예를 받기 위해서는 1심 선고 형량인 5년에서 최소한 2년의 감형을 받아야 한다. 형법상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요건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공여(제3자뇌물공여)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상 횡령 ▲특경가법상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총 다섯 가지다. 이 중 1심 재판부는 국회 위증죄를 제외한 나머지 4개 혐의를 일부 유죄로 결론냈다.

항소심의 핵심 쟁점은 삼성이 최순실씨에게 제공한 승마 지원을 뇌물로 볼 것이냐다. 1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삼성의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을 놓고 박 전 대통령에게 '묵시적 청탁'을 했고 그 반대 급부로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공모해 승마 지원금을 뇌물로 받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측은 경영권 승계는 특검이 만든 '가공의 틀'이라며 포괄적 현안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 반대로 특검은 포괄적 승계에 대한 묵시적 청탁에서 더 나아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 개별 현안에 대한 청탁까지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2심 재판부가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릴지 또는 이 부회장측, 특검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한 특검팀이 항소심 마무리 직전 승마지원과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 출연에 직접 뇌물·제3자 뇌물 혐의를 모두 적용한 공소장 변경도 유·무죄 판단의 관전포인트다. 승마지원에 제 3자 뇌물 혐의를 추가한 배경에는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을 검토해보라고 권고한 데 따른 것이어서 직접 뇌물에 유죄가 인정될지, 아니면 직접 뇌물은 무죄로 보고 제 3자 뇌물을 유죄로 인정할지 등 유무죄 판단이 더욱 주목된다.

이 사안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를 '공모공동정범'(2명 이상이 범죄를 공모해 각자 역할을 분담해 이행한 경우)으로 볼 수 있는지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1심은 두 사람의 오랜 친분과 최씨가 국정운영에 관여한 점 등을 토대로 이를 인정했다. 그러나 공무원이 아닌 제3자인 최씨가 돈을 받은 경우 공동정범으로 보고 직접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논란이다.

1심에서 특검이 주장한 제 3자 뇌물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인 '부정한 청탁'이 명확하지 않다며 뇌물죄가 인정되지 않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삼성 출연금도 뇌물로 인정될지 관심사다. 항소심에서 특검팀은 재단 출연금에 제 3자 뇌물공여 혐의에 '직무 관련성·대가성'만 입증하면 되는 직접 뇌물 공여 혐의를 추가해 입증부담을 덜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측은 재단 출연금은 다른 국내 주요 대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재단 출연을 요청 받아 출연한 것인데 삼성만 처벌 받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항소심에서 추가된 이른바 '0차 독대'의 인정 여부도 주목을 끈다. 특검팀은 안봉근 전 비서관과 안종범 전 수석의 증언 등을 토대로 지난 2014년 9월 12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청와대 안가에서 독대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부회장은 "면담한 사실이 없다. 제가 그걸 기억 못 하면 치매"라고 법정에서 진술하는 등 완강히 부인했다. 삼성 측에서는 "이를 증언한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의 기억이 불분명하다"며 "특검팀이 부정한 청탁의 근거로 들고 있는 청와대에서 만든 재계 면담 자료도 일반적인 업무처리 과정의 일환으로 제공한 자료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형량에는 재산국외도피 액수가 얼마나 인정되느냐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외국환거래법상 한국에 사는 사람이 외국 은행 등에 외화를 예치하려면 지정된 외국환은행 등에 예금거래신고서를 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재산국외도피죄로 처벌된다. 당초 특검팀은 승마지원을 위해 독일 내 코어스포츠와 삼성전자 명의 하나은행 계좌에 예치한 78억9천430만원 상당액 전부를 도피 금액으로 기소했다.

1심은 이 중 코어스포츠 명의 계좌로 보낸 약 37억원만 유죄로 인정했고 삼성전자 명의 계좌에 예치한 42억원 상당은 무죄로 판단했다. 삼성이 삼성전자 명의 계좌에 돈을 보낼 때 '삼성전자 승마단 선수들에게 필요한 말과 차량 구입 용도'라고 예금거래 신고서를 써낸 시점엔 최씨에게 말을 증여한다는 의사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에게 도피액 50억원 미만일 때 적용되는 형량인 5년 이상 유기징역이 채택돼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량이 선고됐다. 도피액 50억원 이상이면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만일 항소심에서 42억원까지 도피 금액으로 추가 인정할 경우 이 부회장의 형량은 더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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