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배상익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는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날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사장) 역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모두 석방됐다.

'재벌의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이라는 법칙을 따라 석방될 것이라는 많은 시사평론가들의 자조적인 예측이 그대로 적중됐다.

법원 안팎에선 ‘사법정의의 시계추를 2016년 국정농단 이전으로 되돌린 판결’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외신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는 소식을 앞 다퉈 전하면서 재벌에게 관대한 판결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고 보도하며 정부의 재벌개혁의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사법정의 ‘시계추’ 되돌린 판결

결론적으로 이재용 재판을 통해 '재벌 3·5법칙'이 되살아났다. 숫자 3은 ‘징역 3년’, 5는 ‘집행유예 5년’을 뜻한다. 한국 재벌총수들이 법정에서 꼭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으로 실형을 면하는 현상을 가리켜 이런 말이 생겼다고 한다. 집행유예는 징역 3년 이하를 선고할 때만 가능하다.

재벌총수에게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뒤 2심에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는 수순이다. 즉 "유죄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3년의 징역형을 5년간 미룬다는 것이다.

이런 행태를 막기 위해 재벌총수들이 곧잘 연루되는 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0억 원이 넘는 횡령·배임이 현재는 최하 ‘5년 이상’ 징역형이 하한이지만 이를 ‘7년 이상’으로 높여 3·5법칙을 적용할 수 없도록 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발됐지만 통과 되지 않고 있다.

이번 판결이 여러 가지 법적인 논리와 해석은 가능하지만 분명한 한 가지는 국민연금공단의 삼성 합병 찬성이 ‘(청탁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로 진행됐다고 본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항소심 판결은 물론 ‘이재용의 지배력 확보에 유리한 영향을 미쳤다’는 재판부 스스로의 판단과도 배치된다.

특검 역시 "국정농단에 가장 깊숙이 개입한 정권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라는 1심 판결 취지를 뿌리째 뒤집었다"며 “재판부가 처음부터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증거가 없다’고 하는 등 특검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주장한 내용과 제출한 증거에 대해 전혀 판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거대한 경제권력사법부 무력화

이러한 법원의 판결이유에 대하여 일반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이를 바라보는 많은 국민들은 분노했다. "더 이상 법원의 작태를 두고 볼 수 없다", "다시 정의의 촛불을 붙이자", “정형식 판사의 파면을 요구한다”며 판결에 동의할 수 없음을 주장하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정 판사의 파면을 요구하는 등의 항의 글이 게재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6500명 이상이 참여한 청원 글을 게시한 네티즌은 “국민연금에 손실을 입힌 범죄자의 구속을 임의로 풀어준 정형식 판사에 대해서 이 판결과 그동안 판결에 대한 특별 감사를 청원합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재벌 3·5법칙의 실체를 살펴보면 1조 5천억원대 분식회계를 벌였던 SK그룹 최태원 회장, 286억원 횡령과 2천8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였던 두산 일가, 1천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던 현대차 정몽구 회장, 466억원 탈세와 1천500억원대 배임이 유죄로 인정됐던 삼성 이건희 회장, 이외에도 범죄 종류도 액수도 천차만별이지만, 이상하게도 법원의 판결은 똑 같았다.

재벌들은 이 판결을 받고 교도소에 가지 않거나, 교도소에 갔다가도 휠체어에 마스크를 쓰고 법원을 오고가다 결국 풀려났다.

변호사를 통해 자신을 변호하고 방어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하지만 재벌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법률 석학들을 총 동원해 법을 무장해제시키며 사법부를 무력화 시키는 현실은 '정의는 살아있나?' 아니 '상식은 있는가?' 하는 당연한 의문마저 무색하게 만든다.

이번 항소심 재판부는 수많은 증거와 증인들의 증언을 무시하고 "승계 작업을 위한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는 이유로 "삼성의 승계 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이 존재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1심 판결과 달리 영재센터 후원금도 유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대법원은 '자유심증주의는 법관 개인의 세계관에 기초해서 증명력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 국민들이 갖고 있는 보편적인 법 감정, 합리적인 이성을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일반 국민들은 이재용 재판의 경우 거대한 경제권력 앞에서 모든 권력들이 숨죽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일반 국민들의 재판과정과 비교해보면 지나치게 세심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지면서 형량을 낮추려는 모양새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대법원에서 각 사안에 대한 원심의 법리적 판단이 적법한지를 가리는 절차만 남았다. 이 부회장에 적용된 혐의는 뇌물공여, 횡령, 재산 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규제법 위반,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등 총 5가지다. 이 중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법리적 판단이 어떻게 나올지 국내외 많은 눈들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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