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완 정책전문기자

개헌과 연관되어 국민투표법 개정 필요성에 대한 정치권의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계기는 지난 1월 23일 헌법개정및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최인호의원의 발언부터 시작된 것 같다. 

일주일이 1월 30일에는 정세균 국회의장 또한 개정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그리고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특별히 국회에 당부한다”며 “국민투표법이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고 효력을 상실한 지 2년이 지났는데 위헌 상태의 국민투표법이 2년 이상 방치된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이며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헌법불일치까지의 경과를 간략하게 살펴보면 2009년 및 2010년도에 일본과 미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의 재외국민이 국민투표법의 일부 조항이 헌법에 보장된 참정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사유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고, 이에 대하여 2014년 7월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인 제 14조 제 1항이 재외국민의 참정권을 제한하므로 위헌이라고 판결하였다. 그리고 그 조항은 2015년 12월 31일까지만 효력이 있다고 판결하였는데 아직까지 위헌인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대통령이 2년이 지났다고 한 이유는 2016년 1월부터 지금까지의 기간을 대략 계산해서 말한 것 같다.

■2년간 표류중인 재외국민 참정권

문제의 핵심은 국민투표법의 위헌조항을 국민투표 전에 개정하지 않으면, 올해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한다고 공약한 개헌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투표법의 일부조항에 대한 위헌 판결로 인하여 현행 법률로는 국민투표에 필요한 재외선거인 명부를 작성할 수 없으므로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최근 내린 바 있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이를 해소하기 위한 개정안을 최초로 발의한 사람은 자유한국당 함진규 의원이었다. 함 의원은 제 19대국회인 2014년 11월에 “재외국민등록법에 따라 등록된 재외국민 중 국내에 거소를 신고한 사람에게만 국민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은 헌법에 불합치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공관의 장이 국내에 거소 신고를 하지 않은 재외국민을 조사하여 재외국민투표인명부를 작성하여 국내 거소 신고를 하지 않은 재외국민에게도 국민투표권을 부여하려는 취지”의 국민투표법 개정안을 발의하였으나 본회의에 회부되지 못한 채 임기말 자동 폐기되었다. 제 19대국회에서 함진규의원 이외에 국민투표법의 헌법불일치를 해소를 위하여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은 한명도 없었다.

제 20대 국회에서 이 문제에 대하여 최초 발의한 국회의원은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으로서 2016년 8월이었다. 이 후 9개월이 지난 2017년 5월에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국민투표법 전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였으니 김도읍의원이 최초 발의한 시점보다 9개월 정도가 늦은 셈이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심재권 의원, 자유한국당 함진규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용호의원이 헌법불합치 해소를 위한 법률안을 2017년 6월, 9월 및 11월에 각각 발의하였다.

국민투표법 소관 상임위원회는 행정안전위원회이고 자유한국당이 위원장직을 맡고 있으니 대통령이 말한 국회 직무유기의 겨냥 점은 자유한국당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때까지의 입법 경과를 살펴보면 헌법불합치 해소를 위하여 실질적으로 노력한 정당이 어디인지 쉽게 알 수 있지 않은가. 아무래도 겨냥한 포인트가 삐끗한 것 같다.

■여·야 뜻 합쳐 역사적 기회 맞아야

현재의 국민투표법은 재외국민에 대한 일부조항이 위헌상태인 것 이외 공직선거법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선상투표제도, 사전투표제도 등이 규정되어 있지 않다. 현행 법률에 따른 국민투표에서는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처럼 투표일 전에 미리 투표할 수 없고, 장기 승선 선원의 경우에는 투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허위 사실이 인터넷 등에 게재된 경우 이를 삭제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없다. 국민투표법은 1989년 3월 25일 전부 개정된 이후 참여율 및 인터넷 이용 확대, 국민 편의 제고 측면 등에서 발전된 선거제도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아 헌법 불합치 조항 개정뿐만 아니라 여타의 조항에 대한 개정 또는 신설이 필요하다. 옛날 방식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국민투표를 거의 30년 전의 방식으로 하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개헌에 관하여 아직 당론을 정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현재 계류 중인 5개 국민투표법 일부개정법률안에 서명한 의원은 발의자를 포함하여 총 53명이나 된다. 더불어민주당 24명, 자유한국당 18명, 국민의당 9명, 바른정당 및 정의당 각 1명의 순이다. 이 정도면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투표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의 기본방향인 헌법을 개정하는 역사적 기회를 절차상의 흠결로 무산시킬 수는 없지 않은가. 국민의 입장에서도 일생에 두 번 맞이하기 힘든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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