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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 直問卽答①] "박물관의 경쟁상대는 에버랜드, 롯데월드… 끊임없이 재밌어야"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 관장의 삶과 철학①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 관장. 사진=류재복 기자

"박물관을 방문하는 사람들, 그리고 박물관이 보유하고 활용하는 콘텐츠야말로 문화적인 국력의 척도를 가늠하기에 이에 맞춰 노력할 뿐입니다."

'맛있는 박물관, 재미있는 박물관, 놀러 올 수 있는 박물관, 즐길 수 있는 박물관'을 만드는 것이 바람이라는 천진기(千鎭基·56) 국립민속박물관 관장이 소개한 박물관 운영 철학은 울림 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천 관장은 “박물관이 끊임없이 재밌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통 박물관의 경쟁 상대라고 하면 주변의 다른 박물관을 떠올리겠지만, 천 관장은 에버랜드나 롯데월드 어드벤처라고 강조했다.

아이들에게 놀이공원에 가자고 하면 신나하는 것만큼, 박물관에 오는 것도 즐거워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어린 시절부터 절기와 세시풍속 등 민속학에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민속 연구와 유물 보존·전시·교육 등의 역할에 충실을 기하고 있으면서 박물관 운영과 관련, 천 관장은 "국립민속박물관은 연 300만여 명이 찾는 한국의 대표 생활문화박물관입니다. 우리 민족의 전통 생활문화를 느끼고 체험하는 문화와 교육의 생생한 터전"이라고 박물관 성격을 명쾌하게 규정했다.

이와 관련, 천 관장은 "24절기와 세시풍속을 알려 현대인이 철(계절) 들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주변의 다른 박물관과 달리 우리 전통의 민속학을 중점적으로 알리는 장소이기에 절기를 알리는 것은 그에게는 매우 중요한 사명이다. 그는 현대인이 발렌타인데이, 빼빼로데이 등은 알지만, 2월 초하루 ‘머슴날’ 등 우리 세시풍속은 모르는 것에 안타까워했다. 누구보다 절기와 때를 중요시 하는 것은 그의 삶이 민속학과 함께 해 온 이유인 듯했다.

세계화·지방화의 글로컬(Glocal) 시대, 환경과 문화의 세기라는 21세기 초엽 국립민속박물관 운영 방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문화와 기술의 융합, 교육과 오락의 융합, 세계 문화와 지역문화의 융합, 자연과 박물관의 융합을 통해 세계와 소통하는 창조적 문화공간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전제한 천 관장은 "이런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 주제 중심의 전시, 세계 박물관들과의 연결망 구축, 평생학습장 개념의 박물관 구현, 전통 및 근·현대 생활문화를 보존·전승하는 정보센터 구축 등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대에 맞는 창조적 문화공간으로, 세계와 소통하는 열린 박물관을 기대해도 좋다는 천 관장의 말에선 자신감 가득한, 그러면서도 신뢰가 진하게 배어 있는 비전 제시로 받아들여졌다.
민속학자인 천 관장을 일간투데이 황종택 주필이 우리 민족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설날을 앞두고 찾았다. 전통 문화의 현대적 계승의 의미와 발전 방안 등에 대한 전문가로서의 견해를 들었다.

천 관장은 "소속감과 연대감이 낮아지고, 정체성에 혼돈을 느끼는 우리 현대인들은 즐기고, 쉬고, 위로받는 전통 명절의 이 같은 의미와 기능을 되새겨 볼 만하다"며 "시대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세시풍속은 강제적이고 수구적 계승이 아니라 창조적 계승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천진기 관장과 나눈 주요 대담 내용이다. 

- 국립민속박물관은 민속 연구와 유물 보존, 전시, 교육 등의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운영 비전과 강조하시는 점은 무엇인지요. 

▲민속박물관은 연 300만여명이 찾는 한국의 대표 생활문화박물관입니다. 우리 민족의 전통 생활문화를 느끼고 체험하는 문화와 교육의 생생한 터전이죠. 민속박물관을 문화와 기술의 융합, 교육과 오락의 융합, 세계 문화와 지역문화의 융합, 자연과 박물관의 융합을 통해 세계와 소통하는 창조적 문화공간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이런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주제 중심의 전시, 세계 박물관들과의 연결망 구축, 평생학습장 개념의 박물관 구현, 전통 및 근현대 생활문화를 보존·전승하는 정보센터 구축 등을 추진 중이죠. 시대에 맞는 창조적 문화공간으로, 세계와 소통하는 열린 박물관을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사진=국립민속박물관


- 국립민속박물관은 1946년 국립민족박물관으로 개관한 이래 한민족의 전통 생활문화를 조사, 연구, 수집하고, 이를 다양한 전시와 보고서·강연회 형태로 공개해 왔습니다. 우리 민족이 살아온 정신과 생활상을 간직하고 있는 ‘성소’ 같은 곳입니다. 어떠한 기준으로 박물관을 이끄시는지요.

▲저는 매일 아침 다섯 가지의 기도를 합니다. 첫 번째는 '일신의 안녕과 개인의 영달', 두 번째는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발전', 세 번째는 '인류의 공존과 공영', 네 번째는 '자연 생태계의 균형', 다섯 번째는 '우주질서의 안녕'을 위해 기도합니다. 

첫 번째, 두 번째 기도는 국민으로서 공직자로서 국립민속박물관에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기도입니다. 세 번째인 인류의 공존과 공영은 작은 지구촌에서 이웃하고 있는, 우리와 다른 문화와 역사를 갖고 있는 민족과 서로 공존하고 미래를 위해서 공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지구촌 곳곳에 많은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는 결국 인류가 함께 망하는 길임을 예고합니다. 인류의 공존과 공영을 위해서 기도만 하는 게 아니라 그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우리가 이웃을 잘못 만나면 이사하면 되지만, 이웃나라를 잘 못 만났다고 해서 나라를 옮길 수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같이 화합하고 이해하며 잘 사는 수밖에 없지요. '우리의 것은 소중한 것' 이라는 말로 끊임없이 우리의 것만 중요하다는 교육과 문화를 강조하지만 이제는 나와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가진 나라를 공부하고 이해하고 공존해야 합니다. 이것이 이른바 세계 시민주의(cosmopolitanism)입니다.

다른 나라 문화와 공존하자는 활동의 일환으로 얼마 전 국립민속박물관에선 '청바지 특별전'을 했습니다. 현생 인류에서 가장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물질문화가 있다면 바로 청바지로서 1년에 약 18억 피스가 판매됩니다. 같은 청바지라도 문화에 따라 해석과 의미가 다릅니다. 

예를 들어 인도에선 여성들이 엉덩이를 내놓을 수 없는 문화이기 때문에 청바지를 입고 나가면 직업여성으로 오해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할머니들도 즐겨 입는 의상이죠. 일본의 프리미엄 청바지는 4∼5백만 원짜리도 있습니다. 일류의 공통 문화요소인 청바지도 나라마다 차이가 있는 것이죠. 

민속박물관은 우리의 전통문화를 전시하는 것이 기본 바탕이지만 '아더 컬쳐(other culture)', 곧 타 문화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가지면서 인류문화의 공통성과 특수성을 이해해야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최근에 동아시아 혼례에 관한 전시가 있었습니다. 

일생 가운데 가장 잘 입는 날은 결혼식이며, 일 년 중 잘 먹는 날은 명절이듯 혼례와 명절은 어느 나라나 있지만 나라마다 치장하는 옷의 색깔과 먹는 음식이 다르고 샤머니즘이 포함되기도 합니다. 공통요소와 차이점을 이야기해줌으로써 우리와 다른 인류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죠. 이해하고 나면 함께 살아가는데 문제가 없습니다. 

네 번째 기도인 자연생태계의 균형은 이렇습니다. 동물의 세계에서 가장 나쁜 욕은 아마 '인간 같은 놈' 일 것입니다. 인종이라는 것은 이 지구 생태계 가운데 하나의 종에 불과한데 이들이 지구 생태계를 멸망시키고 동물의 아름다운 추억들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이에 박물관을 통해서 자연생태계의 중요성과 해답을 찾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연말이 되면 개띠 특별전을 가질 예정입니다. 이 같은 동물 특별전을 통해 우리와 다른 반대편에 있는 동물의 입장을 통해서 보는 자연 생태계를 설명하는 것이죠.

다섯 번째 기도는 우주질서의 안녕입니다. 몇 년 전 경남 진주시에 운석이 떨어졌을 때 대부분의 언론은 운석이 '1g이면 몇천만원인가' 라는 가치에 대해 논했습니다. 그런 기사를 접하는 순간 얼마나 창피했는지 모릅니다. 운석이라는 것은 우주생태계를 분석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재료인데 모두가 돈의 가치로만 생각하는 것이죠. 

이 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 동물, 자연생태계, 우주 질서 중 한 가지라도 흐트러지는 순간 어느 날 운석이 떨어져 충돌해 인류가 멸종 할 수 도 있는데 말입니다. 외계의 충돌설에 의하면 맘모스나 대형 공룡이 사라진 이유가 행성충돌이라는 가설이 있듯 말입니다. 

지구는 우주의 한 점에 불과한데 자기 사진을 인종으로서 놓을 수 있는 좌표, 세계인으로 놓을 수 있는 좌표, 우주에 놓은 좌표로서 어디에 서 있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민속박물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자연사 박물관과 우주항공박물관 등이 자기의 좌표 위치 인식을 위해 필요합니다.

우주의 질서 안녕을 위해 어떻게 풀어갈 것 인가. 과거 선비들은 하늘을 올려다봄으로써 천문을 읽고, 땅을 내려다봐 지문을 읽으며 천체를 읽었는데, 현대인들은 어떤 안목을 갖고 인식하며 살아가고 있습니까. 결국은 좌표와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박물관입니다. 

 

사진=국립민속박물관


- 관장님은 고객 중심, 개방화, 전문화라는 21세기 박물관 체계에 발맞추어 대중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고 했습니다. 예컨대 관람 편의를 위한 주제 중심 전시, 창조적 연구ㆍ전시ㆍ교육을 위한 평생 학습장 개념의 박물관 구현, 전통 및 근현대 생활문화를 보존ㆍ전승하는 정보센터 구축 등의 일들이 긍정 평가되고 있습니다. 현재의 국립민속박물관에 대해 자체 평가를 하신다면 어떠할까요. 

▲박물관 방문객을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먼저 '공부하러 오는 사람'입니다. 저는 이들을 '올드 보이즈'라고 생각합니다. 공부하러 박물관에 오는 사람은 평생 ·초중·고 학생 때 단체로 세 번만 옵니다. 이는 강제적이지 자발적이지 않습니다. 단순히 숙제용입니다. 박물관은 그런 공간으로 가장 먼저 인식됩니다. 이에 성인이 되면 잘 안 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지식에 대한 요구 방식도 잘못됐다고 봅니다. 박물관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오는 사람들에게 뭔가 알려줘야 한다는 교육을 앞세우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유형은 '먹으러 오는 사람'. 이는 사실 한국에서 실현되기 어렵습니다. 외국 박물관은 그 지역에서 최고급식당을 함께 운영합니다. 맛있는 역사문화 속에서 그 지역 최고급 식사를 함께 맛볼 수 있는 것이죠. 그러면 외국 손님 접대에도 좋고 유물과 역사 속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이죠. 맛집이라면 몇 시간이고 줄을 서는 젊은 층을 위해서라도 박물관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 있어야합니다. 

세 번째 유형은 바로 '놀러가는 사람'입니다. 놀러가는 사람은 평생 세 번이 아니라 한 달에 세 번 옵니다. 사람들을 놀러오게 만들려면 박물관이 재밌어야 합니다. 이에 ICT(정보통신기술)과 각종 체험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큐레이터 및 내부 구성원들이 변화해야 합니다. 단순한 역사문화 전시공간이 아닌 교육+체험형 공간으로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경쟁상대는 인근 박물관이 아니라 에버랜드와 롯데월드가 돼야 합니다. 아이보고 박물관 가자고 하면 가지 않지만 놀이동산 가자고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니까요. 저는 공부하러 오고 먹으러 오고 놀러도 오는 그런 박물관을 만들고 싶습니다. 

현재 전시도 기획과 내용이 좋다는 평이 많습니다. 그러나 전국에 민속박물관은 이곳 한 곳 뿐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때론 정치적으로 지역 차이를 논하곤 하는데 호남문화와 영남문화 등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문화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고고역사 미술관을 13곳을 만들 게 아니라 민속박물관이 권역별로 하나씩 있어야 합니다. 최소 서울·경기 하나, 호남에 하나, 영남에 하나 등 말입니다. 

- 지역 박물관과의 교류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 민속박물관은 인터넷방송국이 마련돼 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민속박물관에 마라도에 있는 사람이 와서 볼 수 없으니, 문화 향유권을 위해 인터넷과 방송으로 널리 알리기는 것이죠. 최근 우리 박물관의 인기 프로그램은 바로 '케이 뮤지엄스(K-museums)'입니다. 국립박물관은 자기만 잘나가고 앞서가는 역할이 아닙니다. 

전국의 박물관과 함께 격을 맞추고 같이 진행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케이 뮤지엄스는 지역에 있는 공립, 사립, 대학박물관을 일 년에 5∼6개 선정해서 기획 단계부터 모든 과정을 공유하면서 같이 나아갑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인력과 노하우, 기획력이 갖춰져 있는 반면, 지역박물관은 부족하기 때문에 함께 하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정부 예산은 몇 억 주고 끝이지만 같이 작업을 하게 되면 예산을 함께 집행하고 호흡하게 됨으로써 기획력을 발전시킵니다. 이를 일 년 동안 같이 일을 하다보면 지역박물관도 업 그레이드 됩니다. 

박물관 하나 짓는대 5백억이 듭니다. 이에 예산당국에게 저에게 1%만 달라, 그럼 5억인데 이를 갖고 박물관을 하나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지어진 박물관에 우리의 역량과 노하우를 가져가 네트워크를 통해 발전시키는 것을 추진했습니다. 하드웨어를 짓는 시대보다, 지어놓은 하드웨어에 어떤 소프트웨어로 연결해서 만들어 가느냐가 중요한 시대입니다. 부족한 면이 많지만 노력중입니다. 가장 보람 있는 일 중 하나입니다.
 

 

"[황종택의 直問卽答②‧끝]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 관장 두번째 인터뷰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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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 주필 resembletree@naver.com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전문위원, 전 세계일보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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