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북한으로선 핵과 미사일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북한 스스로 자신들이 핵 무력을 완성했다고 호언하고 있고, 미국도 북한이 핵은 완성했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 마당에 핵 동결을 전제로 대화하라는 것은 자칫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해석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핵화 협상이 지척 안 되면 문제가 복잡하게 꼬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크든 작든 대북 군사행동 선택 기로에 놓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는 상황에 처할 우려가 크다. 이른바 미국의 제한적 대북 선제공격을 뜻하는 ‘코피작전(Bloody nose)’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선제적 군사행동의 문제점이 작지 않다. 선제적 공격으로 북한의 대대적인 반격을 막기란 불가능하기에 하는 말이다. 선제 타격이 북한의 보복을 억제하는 선에서 끝날 것으로 믿을 만한 근거가 없는 것이다. 특히 돌이킬 수 없는 참화를 초래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공격에서 미국 도시를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 임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는 23만명에 이르는 주한 미국인과 일본 거주 미국인 9만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다. 남북한 주민 수백만 명의 희생도 불 보듯 훤하다.
북한과의 영구적인 평화협정으로 가는 길은 길고 고되며 모든 면에서 체력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입장에서 평창 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만들고,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남북 간 친선을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북한과 미국 간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이다. 북미회담을 진전시켜 북한 비핵화의 전기를 마련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던 '한반도 운전자론'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입증하길 바란다.
문재인 정부의 기본 입장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북한에 대해 ‘핵·미사일을 포기하라’고, 할 말은 함으로써 미국의 신뢰를 얻는데 힘써야 한다. 지금은 그 어느 때 보다 미국의 신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다. 어떤 일이 있어도 ‘코피 작전’ 같은 대북 선제공격과 북한의 맞대응이 벌어지는 참화를 피해야 한다. 중국군 30만 명이 북중 국경에 집결한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외교는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우리의 입장을 미국에게 제대로 전달하고, 미국으로 하여금 북미 대화에 나섬으로써 한반도 내 전운(戰雲)을 걷는 일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일간투데이
dtoday24@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