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정 의원, 개인정보보호 관련 개정법률안 발의 정책토론회 열어
비식별정보, 익명정보·가명정보 분리…가명정보 활용 입법화
산업계, "산업 육성 위해 가명정보 활용 길 넓혀야" VS 시민사회, "개인 정보

▲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4차산업혁명시대 개인정보 활용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4차산업혁명시대 개인정보 활용, 활성화 방안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정책토론회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오세정(국민의당·비례대표) 의원 주최로 지난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 토론회는 오 의원이 발의 예정인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오 의원은 개정안에서 우선 기존 법령에서 법적 개념이 모호한 비식별 정보를 다른 정보와 결합해도 누군지 알기 어려운 '익명(anonymisation) 정보'와 결합할 때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가명(pseudonymisation) 정보'로 나눈다.

이 중 익명 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명시, 법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가명 정보 또한 이용자나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통계 작성, 학술연구, 시장 조사 등 목적을 위해 이용자 사전 동의 없이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도록 해 산업계가 활용할 수 있는 길을 법적으로 열었다.

다만 사업자는 이용자에게 제공 항목, 제공 받는 자, 목적, 방법 등 정보제공 관련 사항을 공개하고 이용자가 정지를 요청할 경우 더 이상의 활용을 중단하는 옵트아웃(선택적 거부·Opt-Out) 방식으로 이용자 결정권을 보장한다.

이 개정법안은 지난 2016년 비식별 개인 정보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만든 '개인정보 비식별화조치 가이드라인'에 대해 시민사회와 산업계 모두 우려를 나타내자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기존 정부 가이드라인은 가공된 비식별 개인 정보를 관리하고 활용할 때 익명 정보와 가명 정보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아 시민단체는 개인정보 침해 위험을, 산업계는 법적 분쟁의 소지를 우려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창범 동국대 산업보안센터장(경찰행정학부 겸임교수)는 '개인정보 규제 개선 필요성-해외사례 중심'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가명정보 활용을 공익목적에 한정하는 것은 4차산업혁명시대 빅데이터 산업 발전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우리나라는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낮기 때문에 법에서 명확히 정립하는 방식으로 가명정보도 산업계에서 폭넓게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 나온 장홍성 한국빅데이터연합회장(SK텔레콤 데이터기술원장)은 "법이 모호하게 규정되면 보수적으로 해석돼 활용에 제약이 따르니 명확해야 한다"며 "다수의 정보를 보유한 통신·금융·유통대기업이 빅데이터를 스타트업에게 제공해 청년실업 해소와 대·중소기업 상생을 할 수 있도록 개인식별이 불가능한 정보는 산업적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석 연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또한 "지금 젊은 세대는 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을 정도로 빅데이터는 정보산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 산업에 연관된다"며 "재식별 불가능 정보를 공익목적에 한정하지 않고 폭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장 회장의 의견에 동감을 표했다.

이에 반해 김보라미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변호사는 "4차산업혁명시대 빅데이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동안 침해받지 않았던 개인의 정보권리가 침해받으므로 이에 대한 보호책이 필요하다"며 "행정안전부·방송통신위원회·금융위원회 등 개인 정보 보호와 관련된 다양한 정부 부처가 모여서 협의를 하되 한 곳에서 규제와 진흥을 동시에 맡음으로써 산업 육성에 밀려 이용자 보호가 위축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진욱 한국IT법학연구소 부소장(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법상 어떤 행위를 했을 때 민·형사상 면책이 명확히 돼야 기업들의 비식별화 정보 활용 여지가 넓어지면서 빅데이터 기반 혁신서비스가 가능하다"며 "페이스북이 이용자의 정보 제공에 보상하는 식으로 양질의 빅데이터를 확보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용자 정보를 계속 확보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기업들도 이용자의 데이터 기여에 대해 경제적 보상책을 제공하는 식으로 시장적 방법에 의한 정보확보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종현 행정안전부 개인정보보호정책과장은 "지난 2016년 6월 정부가 비식별화가이드라인을 배포했지만 기업에서는 법적 근거가 불확실해 소송 위험을, 시민단체는 개인정보 침해를 우려해 입법화 필요성이 제기됐다"며 "이용의 범위에 대해 산업계와 시민사회가 의견이 갈리는 가명정보도 중금리 대출처럼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가운데 산업계가 안전하게 정보를 활용하는 식으로 국민들을 설득한다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오 의원은 "과거 산업혁명의 선두주자였던 영국이 이른바 '붉은 깃발 법(Red Flag Act)'로 알려진 자동차 규제법으로 후발국가였던 미국과 독일에 자동차산업의 주도권을 뺏긴 전례가 있다"며 "기존에 모호하게 규정된 개인 정보 활용법제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현대화함으로써 4차산업혁명시대 개인정보보호와 빅데이터 산업 육성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이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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