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학철부어(涸轍鮒魚). 말라가는 수레바퀴 자국에 갇힌 붕어에게는 2,3일 뒤에 오는 대하의 물보다 우선 말라죽지 않을 몇 바가지 물이 더 긴요하다는 뜻이다. 몹시 위급한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는 먼 미래의 해결책보다 당장의 임시방편(臨時方便)이 중요함을 역설한 표현이다.

요즘 국회에서는 거의 날마다 정당별로, 의원실별로 가상통화 관련 정책 토론회가 열린다. 이런 토론회에서는 그동안 가상통화에 대한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정부 대책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많다. 정부가 가상통화의 위험성에 대해서 방관 또는 애써 외면하다가 가격이 폭등하며 2030 젊은 층을 중심으로 '묻지마 투기' 바람이 일자 금지적 규제 일변도로 나가 신기술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측으로서도 답답하다. 가상통화 거품 붕괴에 따른 사회적 혼란도 걱정되고 미래 신성장 동력의 훼손도 우려되니 규제를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국회에서 가상통화에 대한 체계적인 입법이 빨리 안 돼 정부 부처별로 대증적으로 정책을 내놓다 보니 혼란이 가중됐다는 하소연이다. 문제는 국회에서 많은 토론회를 거치며 입법이 추진되는 이 와중에도 가상통화 거래는 계속되면서 거래소 해킹·사기 등으로 투자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윤미 금융소비자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현재 가상통화 거래소 약관을 살펴보면 대부분 사기·해킹 등 투자자 피해 발생시 적절한 구제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약관을 심사할 권한을 가진 공정거래위원회가 이에 대해 심사해 시정하는 등 정부는 입법 미비를 탓하기 전에 현재 법령 내에서 가능한 투자자 보호 행동에 먼저 나서라"고 일갈한다.

정부는 가상통화 신규 입법이라는 중장기적인 해결책이 나오기 이전에 현재 있는 법령 내에서 투자자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도를 적극적으로 찾아야 할 것이다. 철부지급(轍鮒之急) 상태에 놓여 있는 가상통화 투자 피해자들에게는 2,3일 뒤의 대하 물보다 몇 바가지 물이 더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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