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특사(特使)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누구일지, 언제쯤 가는지 등을 놓고 설왕설래다.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고위급대표단이 청와대를 예방한 자리에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친서와 함께 이른 시일 안에 평양을 방문해달라고 초청하는 구두 메시지를 전달한 데 따른 우리의 후속조치다. 북한 대표단이 우리 정부에 큰 숙제를 남겨놓은 건 분명하다.

대북특사의 조율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면 남북관계 개선과 동북아 안정 등에 크게 기여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이런 측면에서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대화의 동력을 살려나가기 위한 대북 특사 파견은 효율적 카드로 주목된다. 평창동계올림픽 이후를 내다보고 북·미 대화를 중재하면서 한반도 안보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핵 평화적 해결 단초 여는 임무

특사란 특별한 임무를 띠고 상대를 직접 만나 외교 목표를 관철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등장하는 세객(說客)도 일종의 특사다. 예컨대 전국시대 최강대국인 진(秦)나라에 대항해 한·위·조·초·연·제 여섯 나라를 연합시킨 합종책을 주장한 소진은 대표적 세객이다. 이에 맞선 장의 또한 마찬가지다.

특사의 역할이 무겁고도 크다. 성공적인 정상회담을 위해선 차분하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합당한 조건을 갖춰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과 대북정책을 명확히 이해하는 전문적인 식견을 지녀야 한다. 여야와 우리 사회에서 신뢰받는 중량급 인사면 금상첨화다. 준 특사든 실무자든 북측과 의제·시기·방법·절차 등을 조율한 후 우리 정부가 먼저 공개적으로 대북 특사를 파견하는 게 순리일 것이다.

주요 임무는 정상회담을 제기한 북한의 의도를 뚜렷이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만들어 가는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된다는 사실을 주지시켜야 한다. 간과해선 안 될 일은 한·미동맹 강화다. 미국과 협력을 강화해 미국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미국은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 시도를 ‘한국과 미국 사이를 이간질하는 평화공세’로 보고 있다. 미국이 남북정상회담에 동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지만 마음이 급한 것 같다"며 "우리 속담으로 하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말한 것은 미국과 북한 간 대화 등 여건 성숙의 필요성을 말해주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북한으로 하여금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도록 설득하고 이끄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북한이 핵문제 해결을 위해 북·미 대화와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임무다. 전략적인 최종목표는 북한의 핵 폐기에 두되, 전술적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전제조건은 핵동결에 두는 단계적인 접근방법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평창’ 화해무드 일회성 아니어야

그렇다. 북한이 핵을 지닌 채 국제사회 대북제재를 무너뜨리려는 의도가 분명한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가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 대통령이 방남했던 김여정 부부장에게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나가자”고 말한 것은 적절하다고 하겠다.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북·미 간 조기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기에, 미국과의 대화에 북한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 대화 진전이 남북정상회담의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 볼 때 더욱 그렇다. 평창 남북화해무드는 북한 핵 도발에 대한 유엔과 미국의 강력한 압박과 제재가 크게 효과를 내고 있어 북한의 평화공세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미국의 판단인 것이다. ‘올림픽 성화가 꺼지면 해빙도 끝날 것’이라는 측면에서 대북압박을 계속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한국의 대북유화정책을 비현실적으로 보는 일면도 있는 만큼 대북정책에서 한·미동맹관계에 균열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결론이다.

광복 이후 70여 년 간 대한민국의 자존과 안보를 지켜준 혈맹관계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평창올림픽의 남북화해무드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작은 통일의 효과로 연결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작금 분단을 고착화해온 주변 열강의 이해가 달라지니 한반도 통일을 가로막는 벽도 낮아지고 있다. 남북이 통일 논의의 고삐를 바짝 조일 시점이 다가왔다. 때를 놓쳐선 안 된다. “복은 두 번 다시 구할 수 없다(福不可再求)”고 했잖은가. ‘경행록’의 경구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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