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육 간 만남에는 이념도 정치도 개입할 수 없는 인도주의만이 작용해야 한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기운이 흐르고 있는 작금 조건 없이 하루속히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져야겠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지난 2015년 10월 이후 중단된 이후 재개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지난 한 해에만 3천795명이 상봉 신청을 해놓고 끝내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한적)가 공동 운영하는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1988년부터 지난달까지 시스템에 등록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13만1천447명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7만2천762명은 이미 사망했고, 5만8천685명만 여전히 상봉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더구나 생존자 대부분이 고령자여서 남북 당국의 재개를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에 호응하기만 하면 시기와 장소, 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추진할 의사가 있음을 밝히고 있지만, 북한의 입장이 변수다. 북한의 전향적 자세가 절실하다. 남북 고위급 접촉 시 ‘이산가족 상봉을 노력한다’는 문구가 들어 있는 만큼 상봉을 정례화 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당장 생사 확인부터 시작하고 서신 교환과 화상 상봉의 길도 폭넓게 열어둬야 한다. 이산가족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은 남북이 이데올로기를 떠나 함께 나서야 하는 천륜(天倫)의 문제다. 분단의 통한을 안은 채 강산이 일곱 번 변한다는 70년 세월을 기다리고 있다. 상봉이 조건없이 속히 재개돼야 할 이유다.

고향이란 무엇인가. 그곳에서 태어났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거기에 묻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당위성을 함께 갖는 곳이다. 명절만 되면 그토록 끈질기게 고향을 찾는 이유는 뚜렷하다. 유년의 꿈이 어려 있는 산하와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사리가 이렇다면 이산가족이 고향을 자유 왕래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돕는 일은 동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의 소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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