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에 더욱 강한 적신호가 켜졌다. 다음 달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요 시중은행의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또다시 들썩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치솟으면서 대출자들의 부담도 더 커지게 됐다.

14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의 이자는 여간 큰 부담이 아니다. 한국의 가구당 순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2017년 기준 17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및 비회원국 33개국 가운데 10번째로 높았다. 이는 OECD 30개국 평균인 123%를 훌쩍 웃돌며, 주요 선진국인 미국(112%), 일본(135%)보다 높은 수치다.

이런 현실에서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잔액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0.03%포인트 상승했다. 전날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1월 잔액기준 코픽스가 1.73%로 전월보다 0.03% 오른 데 따른 것이다. 코픽스는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에서 기준이 되는 지표다.

시중은행의 혼합형(5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이달 들어 상승세를 이어가며 농협·국민은행에서 5%를 넘어선 상태다. 금리 상승기를 맞아 한국의 가계부채가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는 배경인 것이다. 4년 만에 수장이 교체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주도로 한 각국 중앙은행이 물가 상승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에 적극 나서리라는 전망이다.

미 연준은 지난달 정책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했지만 탄탄한 경제 성장세와 고용지표 호조를 바탕으로 물가, 정책금리 전망 표현을 일부 긍정적으로 조정한 것이다. 연준은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2%를 밑돌고 있으나 올해 확대돼 중기적으로 2%에 수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리 인상에 속도가 붙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 등 10개국이 가계부채 위험영역에 들어섰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3년간 가계부채 증가율은 노르웨이가 평균 15%로 가장 높았고 한국이 10%대로 뒤를 이었다. 이들 국가는 평균 가계부채 증가율이 1%를 웃돌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65%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가속화하면 한국 경제는 거친 소용돌이 속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한미 금리역전이 임박했는데, 대응책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같이 올리자니 1400조원까지 불어난 가계부채가, 버티자니 700조원에 달하는 외국인 자금 이탈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당국은 빠른 시일 내 소득을 늘려 빚 부담을 줄여 전세계적인 금리정상화 대열에 동참할 체력을 갖추는 정책 수립에 힘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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