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때까지 지내던 ‘기우제’
핵심은 화합 이루려던 ‘의지’

걸출한 인물의 특징은
탁월한 내공의 선택·집중
‘기우제 정신’과 일맥상통

삼재(三才)의 원리는 우주가 천·지·인 삼계로 이루어졌다는 것으로 동아시아의 오랜 사상이다. 한글의 제자원리도 천·지·인 삼재의 원리에 근거하고 있다. 천·지·인은 천문, 지리, 인문으로 영역이 발전된다.

천문은 밤과 낮을 중심으로 사계절에 따라 건기와 우기를 통해 변화와 심판을 주재하는 주체이다. 지리는 하늘의 변화를 받아들여 이(利)를 생산하는 자연의 일차생산자인데 풍수학으로 발전했다. 인간은 하늘의 변화와 땅의 생산물을 통해 자연의 혜택을 누리는 존재로써 철학과 사상, 예술을 만들었다.

미국의 소설가 너새니얼 호손(1804∼1864)의 작품 ‘큰바위얼굴’은 어니스트라는 소년이 성장하면서 큰바위 얼굴처럼 위대한 인물을 만나기를 고대하지만, 정작 자기가 큰바위 얼굴의 주인공이 된다는 줄거리이다.

인간은 자연의 영향을 받는 존재라는 것을 말해주는 상징적인 작품이다. 풍수학에 있어서 걸출한 인물은 땅의 영험한 기운을 받는다는 인걸지령과도 상통하는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풍수학은 현대적인 용어로는 인간환경론과 일맥상통한다.

땅을 선정하는 작업이나 방법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했다. 물론 동아시아의 풍수학처럼 완벽하거나 세밀하지 않지만, 서양도 풍수라는 의미의 ‘Geomancy’라는 용어가 있다. 원시적인 형태의 학문은 현대화의 과정을 거치는데, 서양적인 풍수는 입지조건 분석학과 도시사회학으로 발전했다.

풍수학의 핵심은 사회적·국가적으로 탁월한 인물, 걸출한 인물, 위대한 인물의 출현이 땅의 정기와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개인의 커다란 능력은 바로 국가의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땅의 정기가 한 사람이 큰 인물로 성장하는데 어떻게 작용하는가.


영양가 흡수해 튼튼한 나무 자라듯
땅의 기운 받아 위대한 인물로 성장


노거수(老巨樹)를 보자. 수령 수백 년이 넘는 노거수는 오래 시간 수많은 가뭄과 태풍과 한파를 견뎌낸 영물이다. 나무도 아무 곳에서나 노거수로 남지 못한다. 땅이 무른 곳에서 자란 나무는 태풍에 넘어질 것이고, 흙이 별로 없이 암반과 자갈로 이뤄진 땅에서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영양분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노거수가 되기 어렵다. 물이 없어서 건조한 곳에서도 나무는 튼튼하게 성장하기 어렵다.

흙이 단단하고 영양분이 풍부하고 수분이 꾸준히 공급되는 자리여야 노거수로 성장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태풍도 비켜지나가는 자리여야 한다. 풍수적 용어로 장풍이 잘돼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나무와 같은 미물도 크고 튼튼한 나무가 되기 위해서는 길지 즉, 좋은 땅에 서 있어야 가능하다.

하물며 소우주와 같은 인체와 고매한 영혼을 지닌 인간이야말로 길지를 선택하지 못하면 큰 인물로 성장하기 어려운 것은 나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풍수학에서 말하는 걸출한 인물의 특징을 살펴보면, 역량이 남다른 사람으로, 선택과 집중에서 탁월한 내공을 보여준다. 걸출한 인물이란 적어도 100만분의 1에 해당되는 사람이다. 이들의 남다른 역량과 탁월한 내공의 근원은 무엇인가. 기우제란 구석기시대부터 철기시대까지 가뭄에 마을이나 백성들의 화합된 힘을 모아서 하늘을 향해 비를 기원하던 제사였다. 그러면 언제까지 기우제를 지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다.

물론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면 비가 온다. 핵심은 이것이다. 이 당시의 사람들도 기우제를 지내지 않아도 때가 되면 비가 온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그들은 정성을 다해 기우제를 지냈다. 우둔하거나 우매해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백성들을 화합하게 하고 감응하게 하려는 것이다. 이를 기우제 정신이라고 한다.


풍수 힘 빌려 정기 받는다면
선천적 운명 거스를 수 있어


기우제는 언제까지 지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고시생은 ‘언제까지 고시공부를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맥을 같이 한다. 고시생이 고시공부를 하다가 중단하면 고시에 합격할 수 없다. 고시생의 대부분은 자기는 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기 때문이며, 그로써 공부를 중단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선택과 집중이라는 갈림길에 서게 된다. 선택은 올바른 선택을 말하며, 집중은 끊임없는 노력을 말하는 것이다. 끊임없는 노력은 불굴의 의지의 발로이다. 기우제 정신이란 바로 불굴의 의지를 말한다.불굴의 의지는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하지만 아무나 가지지 못하는 천부적인 재능이다. 필자는 올바른 선택과 불굴의 의지야말로 ‘조상이 던져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위대한 인물은 어려운 난관을 헤쳐내고 자기를 역사의 주인공으로 세운 인물로서 하늘의 천기와 땅의 정기를 받은 사람이다. 이는 선천적일 수도 있지만, 후천적일 수도 있다. 명문가가 아니라도 큰 인물이 나타날 수 있다. 선현들은 수려한 길지를 찾아 수련을 한 수양방식을 통해 인물이 만들어지는 교육방식을 택했다. 그리고 길지를 택해 거주한다면 충분히 걸출한 인물이 될 정기를 받을 수 있다. 단지 땅의 정기를 빌리지 않으면 그 후손이 길이 보존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으로 귀착된다.

땅과 집이 좋으면 그곳에 사는 사람이 번성한다고 했으며, 무덤자리가 나쁘더라도 집터가 좋으면 자손이 벼슬살이를 한다고 적혀 있다. 풍수학은 자기가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기회를 부여한다. 조상 탓을 하지 말고 자기의 인생은 자기가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통로가 풍수학이다. 풍수학은 배우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알 수 있는 저마다의 능력을 갖고 있지만, 배우지 않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감각에 지나지 않는다. 풍수학은 감각을 벗어나 확신을 가져야 효과가 배가된다.

풍수적 유산이 없는 명문가는 없다. 땅의 정기와 명문가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풍수의 힘을 빌려 자신의 능력을 배가하고 가문의 영광을 이룬 이야기를 흘려듣지 말기를 바란다. 성경에서도 ‘보지 않고 믿는 자 축복이 있을 것이다’라고 했지만, 가문의 풍수 유산은 이미 실현된 사실이고 미래에 이뤄질 예언이다. <김규순 서울풍수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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