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철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

인류의 4대문명이 모두 강 유역에서 발상(發祥)했듯이 강은 문명의 젓줄이자 국가발전의 동맥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고대 동양사회에서는 치수(治水) 또는 강의 관리가 국가 경영의 기본이었다.

저명한 역사학자 비트포겔(Karl A. Wittfogel)은 이와 같은 동양사회의 특징을 일컬어 수력사회(hydraulic society)라고 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에서는 강은 문명의 젖줄이며 문화의 산실이란 측면에서 수변문화(riparian culture)로 표현되기도 한다.

일찍이 세계 각국은 강을 중심으로 지역개발사업을 펼쳐 경제를 부흥시키고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했다. 미국은 테네시강 유역개발사업(TVA)를 통해, 인도는 다모다르강의 유역개발(DVA)를 통해 만성적 홍수를 해결하고 국가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흔히 국가발전은 강의 기적으로 상징화된다.

우리나라는 1960~1970년대 세계사에 보기 드문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다. 역사 속의 강의 기적은 지금도 계속되어야 한다. 우리가 강을 지혜롭게 활용한다면 제2, 제3의 기적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는 제1차 국토계획(1972~1981)을 통해 4대강 유역 개발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급격한 도시화·산업화 과정 속에서 강을 방치하는 우를 범하였다. 그 결과는 혹독했다. 사람과 강이 단절되었고 만성적인 홍수와 가뭄이 발생했으며 수질은 물고기가 살기 힘들 정도로 오염되었다.

사실상 그동안 강의 관리는 매우 소극적이었고 미봉책 위주였다. 예를 들면, 매년 홍수가 발생해 극심한 피해가 발생하는 데도 근원적인 처방보다는 사후 땜질식 처방이 대부분이었고 피해를 복구하는 데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었다. 강을 방치한 과오를 바로잡고, 21세기 대한민국의 신 문명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접근방식이 요청된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창조적 실용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역점 시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4대강 살리기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홍수와 가뭄, 물부족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단일 목적의 사업보다는 국토를 재창조하는 종합 프로젝트로서 범부서 차원에서 추진하는 국책사업이다.

4대강 살리기의 핵심과제는 첫째, 범정부 차원에서 물부족에 대비해 수자원을 확보하고, 둘째 수해 예방을 위해 홍수방어 대책을 마련하며, 셋째, 수질을 개선하는 동시에 생태를 복원하고, 넷째, 지역주민과 함께 복합공간을 창출하며, 다섯째, 강과 연계한 지역발전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5대 과제가 모두 중요하겠지만, 특히 중점적으로 연구, 검토하여 추진해야 할 사항은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와 주민 삶의 향상을 포함한 실질적 지역발전정책을 상호 연계시키는 일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를 중심으로 국토해양부, 환경부,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수산식품부 등 관계 중앙부처가 협력해 4대강 살리기가 전 국토에 걸쳐 실질적인 지역발전 효과를 일으키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4대강 살리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우선 각 지역을 대표하는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으로부터 시작해 국토에 실핏줄처럼 뻗어있는 여러 강들과 지천으로 사업을 확대해 국토의 잠재력을 극대화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수자원을 확보하고, 홍수와 가뭄을 근본적으로 예방하며 생태계를 복원하고, 전국 어디에 살든지 국민이 기본적인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할 것이다.

4대강 살리기는 국토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3차원적 지역발전전략 즉, 기초생활권, 광역경제권, 초광역개발권과 연계해 시너지효과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4대강 살리기는 국토발전의 선택이 아닌 필수 프로젝트다.
미국이 테네시강 유역종합개발을 통해 대공황의 어두운 터널에서 벗어났듯이, 우리도 그린 뉴딜(Green New Deal)의 핵심인 4대강 살리기를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제2의 기적을 일으켜야 한다. 4대강 살리기를 성공시키고 대한민국이 선진일류국가로 웅비하는 밝은 미래를 기대해본다.

4대강 살리기는 치산치수(治山治水)적 차원을 넘어선 국민성의 개조라는 보다 큰 의미도 지니고 있다. 요산요수(樂山樂水)란 말이 있다. 산과 물과 더불어 살 때 국민의 마음이 달라진다. 산은 덕을 기르고 물은 지혜를 준다고 하였다. 산은 가르고 물은 합친다는 말 또한 있다. 4대강 살리기는 국민들의 마음을 합치고 새로운 국민통합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물은 마음을 풍요롭게 하고 깨끗하게 해준다.

지난 4월27일 4대강 살리기 보고회의에서 대통령은 "복원 이전의 청계천은 쓰레기장을 방불케하는 곳이었는데 이제는 청계천에 맑은 물이 흐르면서 쓰레기를 버리는 서울시민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청계천 살리기는 서울시민들이 스스로 청계천을 맑게 지키게끔 서울시민들의 마음도 바꾼 것이다. 즉, 4대강 살리기는 물 부족을 극복하고, 재해를 방지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수질을 개선하는 데서 더 나아가 국민성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다목적 프로젝트인 것이다.

(기사협조 : 국토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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