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엽관제(獵官制·spoils system)는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이 큰 공을 세웠거나 중요한 후원을 한 인사들에게 관직 또는 특별한 혜택을 주는 정치 관행을 일컫는 말이다.

1829년 서민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앤드류 잭슨(Andrew Jackson)은 자신의 주요 지지기반인 서부 개척민들과 중하류층 인사들을 대거 관료로 채용했다. 당시 미국 관료 충원 시스템은 재산·학력·경력 등에서 검증된 인물들만 받아들인다는 명분으로 사실상 '동부 연안 지역 상류층들(East Establishment)'만 혜택을 보는 '그들만의 리그'였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의 정치적 반대파들은 무자격자들로 국정이 흔들린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러한 반대파들의 비판에 대해 뉴욕 주 상원의원 윌리엄 마시가 "적에게서 얻은 전리품(spoils)은 승리자의 것이다"며 잭슨식 관료 임용을 옹호해 그 뒤로 엽관제라는 말이 정치사전에 올라가게 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공기관에서 정례행사로 벌어지는 엽관제의 한국식 표현인 '낙하산 인사'가 새 정부에서도 이어져 비판이 인지 오래다. 정부 입김이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공공기관이야 말할 것도 없고 최근에는 민간 기업들도 현 정부 관련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것이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노무현 정부 시절 법제처장을 지낸 김선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KT는 이강철 전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과 김대유 전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을, 포스코는 김성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각각 이번달에 열리는 주주총회에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역시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을 역임한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는 KT의 사외이사를 수락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우리는 바로 불과 얼마 전에 정치권력과 경제계가 잘못된 방식으로 만남으로써 국가적으로 커다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민간 기업들은 현 정부와 인연 있는 인사들을 사외이사 자리에 앉힘으로써 혹시라도 정책의 편의를 보려는 생각을 갖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외이사로 참여하게 된 인사들도 기업의 대정부 로비창구가 될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가 불식되도록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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