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취재팀 정우교 기자

[일간투데이 정우교 기자] 차기 대권주자로 손꼽혔던 유력 정치인이 그의 잘못으로 인해 단 네 시간 만에 무너졌다. 지난 5일 JTBC 뉴스룸 인터뷰를 통한 현직 정무비서인 김지은 씨의 성폭행 폭로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정치인이라는 것을 따로 놓고 생각해보더라도 유부남의 부적절한 성관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는 '합의 유무'를 따지는 것조차 무의미한 일이다. 

6일 자정 페이스북에 올린 사과문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합의에 의한 관계'라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됐다고 이야기했지만 '죄송하다', '사퇴하겠다'는 몇 줄의 글로 용서를 구하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사과를 할 것이었다면 김지은 씨가 피해 기간이라고 설명한 지난해 6월말부터 지난달 말까지 당사자에게 끊임없이 사과했어야 했다.      

이날 JTBC 뉴스룸 방송 이후, 보도에 의한 입장이 아닌 안 지사 본인의 입장을 기다리기까지 사실 수많은 생각이 오고갔다. 5일 오전, 미투(#Me too)운동을 장려했다는 사실과 비서를 불러 미투 운동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성관계를 가졌다는 폭로를 상식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말이다. 

또한 지난해 한 방송에 출연해 학생들 앞에서 강연을 하던 모습이 머릿속으로 오버랩됐다. 지난 5일 벌어진 이 사태를 접했던 국민들의 심정은 대동소이했을 것이다.  

오후 10시경,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과문과 함께 안 지사를 출당·제명 조치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제 민주당은 홈페이지 메인에 사과문만 널찍하게 걸어놓을 것이 아니라 명명백백한 조사와 진상규명이 진행돼야 할 것이다. 단순히 정치인 한 명을 내보내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다음날 오전 1시경, 사과와 사퇴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안 지사의 사과문이 그의 SNS에서 나왔다. 우선 모든 정치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사과문으로 끝을 낼 수는 없다. 당사자로서 끝까지 책임지기 바란다.  

그리고 7일, 또다른 피해자가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당했다고 폭로했다. 피해자는 안 전 지사 싱크탱크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직원. 현재 사이트는 접속이 안되고 있다. 이 여성의 폭로 내용에 따르면 안 전 지사의 성폭행·성추행은 2015년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자신의 지위가 버겁다면서 저지른 성폭행…이런  인물을 차기 대통령감이라고 생각했던 지지자들의 마음은 아마 깨져버린 관사 유리창과 같을 것이다.    

지난 5일 밤, 전 국민이 당한 충격이 당황스럽지만 끝이 아니길 바란다. 힘들겠지만 피해자들의 증언이 계속해서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권한'을 '권력'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가해자들의 왜곡된 인식과 깊숙히 박혀버린 이 이상한 관계들을 송두리째 바꾸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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