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탑재한 투자전문가…경제상황 분석해 맞춤형 포트폴리오 설계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바야흐로 금융에 대한 통찰을 AI(인공지능)에게 맡기는 시대가 왔다. 투자정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학습하고 개인 맞춤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출시 바람이 금융업계 전반에 불고 있는 것.

로봇(rodot)과 투자전문가(advisor)의 합성어인 로보어드바이저는 사람의 개입 없이 AI가 직접 개인 자산 운용과 자문을 돕는 서비스다. 금융위원회 등 정부부처가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혁신 토론회'에서 테스트베드를 통과한 업체에 한해 비대면 투자일임계약을 허용키로 하는 등 규제를 완화면서 이 같은 서비스 도입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은 영업점만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오픈했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케이봇쌤(KBotSAM)'을 모바일과 인터넷에도 오픈했다고 7일 밝혔다.

케이봇쌤은 경제상황, 리스크 등 시장국면과 고객 투자성향을 AI 기술로 분석해 투자 전략을 결정하는 서비스다. KB금융그룹에서 자체 개발한 딥러닝 로보 알고리즘(KB Anderson)이 탑재된 것이 특징이다.

영업점과 인터넷에서는 일반 전문가와 로보어드바이저의 심층 비교가 가능하며 모바일 버전에서는 맞춤형 로보어드바이저 추천 설계를 받을 수 있도록 채널별로 서비스 차별화를 줬다. 또 모바일과 인터넷, 영업점 각기 다른 환경에서 가입해도 고객별 복수 포트폴리오 관리와 자산진단 모니터링 등 동일한 통합 사후관리를 받을 수 있어 자산관리를 전혀 모르는 고객도 쉽게 서비스를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은행은 '우리 로보-알파'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별 정보와 성형에 맞는 자산관리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며 이를 위비톡이나 문자메세지 등을 통해 리밸런싱(rebalancing·운용하는 자산의 편입비중을 재조정하는 행위)을 제안한다. 소비자가 스스로 자산관리를 할 수 있도록 '전문가 추천 포트폴리오', '은퇴·재무 설계, 지역별 유망펀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으뜸 펀드 마켓' 등 다양한 모델이 제공된다.

또 금융권 최초로 로보어드바이저를 실물 로봇과 연계해 서울 중구 소공동 본점영업부와 명동금융센터, 연세금융센터 등에 설치해 운영 중이다. 고객들은 실물로봇과 마주 보며 음성 대화를 통해 시황안내 및 투자성향 분석 등을 받을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로봇 자산관리 서비스인 '엠폴리오(M-Folio)'의 국내 주식형 서비스를 개시했다. 지난 2016년 출시한 기존 엠폴리오는 ETF(상장지수펀드)와 상장지수증권(ETN), 펀드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이번에 국내 주식형 포트폴리오 추천 서비스를 추가했다.

'엠폴리오 국내주식형'은 기업의 10년 치 재무·주가 데이터와 해외지수, 금리 등 각종 경제지표와 뉴스, 소셜네트워트서비스(SNS) 등 비정형 데이터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해 국내 주식과 저변동성 ETF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이 같은 로보어드바이저 출시 은행권 뿐 아니라 증권업계에서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신증권은 금융 정보기술(IT) 역량을 모아 자체 개발한 '대신 로보어드바이저'를 자문형·펀드형·일임형 랩 등 3가지 유형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 상품은 별도의 운용보수 없이 수익이 나면 수익금의 10%를 성과보수로 받는 상품이다.

머신러닝(기계학습) 기법과 포트폴리오 배분을 위한 수학적 모형인 '블랙-리터만 모형'을 통해 미래수익률을 예측하고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 사람의 개입 없이 100% 알고리즘 기반의 투자법을 바탕으로 운영되며 개별 종목에는 투자하지 않고 ETF에만 투자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자산가가 투자전문가에게 관리를 맡기며 고액의 수수료 등을 지불해야했지만 로보어드바이저의 등장으로 자산관리서비스 패러다임에 변화가 올 것"이라며 "누구나 소액으로도 쉽고 편리하게 자산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고객 관점의 서비스가 점차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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