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는 풀뿌리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린다. 세계화·분권화 시대에 지방자치제도는 점점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지자제가 확대될수록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도 정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지방정부 선출직들의 역할도 갈수록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중요하지 않은 선거가 있으랴마는 6월13일로 예정된 민선7기 지방선거는 더욱 중요하다. 지난 50여년 우리는 정부가 만들어 논 탄탄한 길 위를 부지런히 달리기만 했다. 그러나 이제 무작정 달려서는 안 되는 막다른 길에 직면했다. 성장정체라는 위기가 우리 앞에 버티고 섰기 때문이다. 앞으로 50년, 100년을 대비하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한다.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가 직접 해야만 하는 일이다.

중요한 과제는 지방정치를 제대로 보살필 수 있는 인물 선정이다. 지역을 이해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식견, 성실성, 도덕성이 담보되는 인물을 내세워야 하고 유권자는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유권자 관심이 절실하다. 6·13 지방선거는 3개월 후로 다가왔다. 지난달 13일 광역자치단체장과 시·도 교육감에 이어 지난 2일부터는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 선거 예비후보자 등록도 시작됐다. 사실상 본격적인 선거 레이스에 돌입한 셈이다.

한데 이번 선거는 국민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게 사실이다. 평창동계올림픽, 대남·대북특사, 개헌 등 굵직한 이슈에 묻힌 탓이다. 국가적 현안도 중요하지만 4년간 지방의 살림을 꾸려갈 지도자들을 뽑는 일 역시 소홀히 할 수 없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주민의 관심과 참여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그동안 지방선거는 대체로 다른 전국 단위 선거보다 투표율이 낮았다. 국민의 절반이 투표장에 가지 않을 정도로 투표율이 50% 안팎에 머물렀다.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에서 처음 사전투표제를 도입한 끝에 56.8%까지 끌어올렸을 뿐이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19대 대선 득표율 77.2%, 20대 총선 득표율 58.0%보다 낮다.

설상가상 6·13 지방선거는 자칫 정치혐오증을 불러 투표율이 낮을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6ㆍ13 지방선거가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권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파문으로 패닉에 빠졌다. 그간 안희정 마케팅을 펼쳐온 친안희정계 인사들은 물론 충청지역 여권 출마자들도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 선거운동 중단을 선언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터지고 있는 미투 운동이 언제든 자유한국당 등 야권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도 있다. 과거 한국당도 여당 시절 잇따른 성추문으로 야당의 비판 공세에 시달려 왔다.

유권자는 앞으로 남은 기간 예비후보들의 면면을 꼼꼼히 살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사람을 골라야 한다. 내 손에 우리 지역의 운명이 달려 있다는 자세로 옥석을 가려야 한다. 후보들 역시 깨끗한 정책대결로 선거운동에 임해야 한다. 상대를 헐뜯고 비방하는 흑색선전으로 지방자치를 진흙탕으로 빠뜨려선 안 된다. 중앙정치 의제가 지나치게 부각되면서 지방선거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공직자들이 유력후보에 줄을 서는 행태는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선거 구태이다. 유권자들의 냉정한 눈과 참여가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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