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의 의미와 정치적 성향 판단근거에 대해 논하다

 

[일간투데이 정우교 기자] 사람들은 주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가리킬 때 '보수' 혹은 '진보'라는 용어를 쓴다. 그런데 이 두 말의 뜻은 정확히 무엇일까. 사람들은 어떤 근거로 인해 자신 혹은 타인의 정치적 성향을 '보수적이다', '진보적이다'라고 판단하고 있을까. 

우선 사람들이 본인의 정치적 성향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최근 청년층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 서울 거주 청년층 46%…"나는 진보적"

지난달 17일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서울 미래세대 리포트 : 꿈과 현실, 그리고 정치의식'에 따르면 자신이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전체의 45.5%였다. 보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청년층은 15.5%였으며 중도는 39%로 나타났다. 

이중 진보성향이라고 답한 청년층은 2016년 서울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전보성향이라고 답한 38.2%보다 7.3%p 높은 비율이다. 이는 보수성향이 강한 50~60대 영향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당시 50대의 진보성향 비율은 28.5%, 60대는 22.5%로 조사돼 청년층과 큰 차이를 보였다. 

 


■ 보수, 진보주의의 사전적 의미 

본격적으로 정치적 성향에 대해 알아보기 전, 사전적 의미에서의 '보수‧진보주의'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우선 보수주의는 '전통적인 가치와 관습을 존중하고 기존 사회 체제의 유지‧안정적 발전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진보주의는 '변화와 개혁을 통해 사회문제를 점진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결국 진보는 '개혁‧변화', 보수는 '안정'이다. 하지만 모호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경제'만으로 사회 전 분야를 설명할 수 없듯, '개혁' 혹은'안정' 을 지향한다고 해서 본인의 정치적 성향을 단정 지을 수 있겠냐는 의심인 것이다. 게다가 종종 이들 앞에 붙는 '온건', '급진', '강경'등의 용어는 오히려 헷갈리게 만든다. 

혹 성향을 결정짓는 근거는 자‧타칭 진보, 보수 정치인들에 대한 지지여부가 아니었을까. 그러한 인기주의라면 그것보다 위험한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 우리는 그동안 가공된 인물들의 민낯을 수없이 목격해 왔기 때문이다. 

 

▲ 사진=jtbc뉴스룸 인터뷰 화면 캡쳐


■ 보수주의가 갖는 과제에 집중해보자 

그렇다면 성향이 갖는 '과제'에 집중하는 것이 조금 더 객관적인 판단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보수주의부터 살펴보겠다. 논문 「보수주의란 무엇인가? -자유주의에 비춰본 보수주의-」(민경국, 강원대/경제학)에서는 보수주의의 6가지 과제에 대해 소개했다. 

첫째, 보수주의는 '경제 안정'을 위해 구제 금융(기업 파산을 막기 위해 정책적으로 제공하는 자금)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통해 야기되는 도덕적 해이나 제 3자의 조세부담, 경제 왜곡 등보다 실업‧저축 손실과 같은 경제 불안을 더 중시한다.

둘째,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국가의 지원 정책, 혁신기업에 대한 지원 등과 같은 산업정책을 중시한다.


셋째, 무역 분야에서는 전면적인 자유무역을 주장하지 않는다. 이른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보호무역(관세 또는 수입할당제 등으로 외국의 무역을 간섭하고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무역정책)'이 보수주의에 대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보수주의자들은 '마약·음주·동성애·도박' 등은 매우 부도덕한 것이고 개인적 도덕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을 옹호한다.

다섯째, 보수주의는 복지정책을 선호한다. 이들은 국가로부터 받을 복지에 대한 정당한 기대가 복지전통을 통해서 형성됐고 보수주의에는 가부장적 온정주의 요소가 내포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복지요구가 사회적 분위기를 압도해 거부될 경우, 보수주의는 복지요구에 순응한다고 논문은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논문에서는 군 면제 또는 특별 국방의무, 장관자녀 공무원 특별채용 등 특권의 이념적 원천은 '귀족주의' 또는 '능력주의'를 전제하는 보수주의라고 언급했다. (출처: 보수주의란 무엇인가? -자유주의에 비춰본 보수주의- /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환경재단 15주년 후원의 밤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 시상식에 유시민 작가가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진보주의자들이 생각하는 진보는 무엇인가

'진보주의'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상징적인 인물로 거론되는 '유시민 작가'를 통해 진보란 무엇인가에 대해 가늠해보자.

유 작가가 저술한 '국가란 무엇인가'에서는 인문운동가 이남곡 선생의 '진보를 연찬하다'의 내용에 대해 소개했다. 책의 내용에 따르면 진보는 "인간의 행복을 위해 자유를 확대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진보는 첫째, 노예‧신분‧계급제도, 독재, 자의적인 국가폭력 등 불합리한 제도와 반대되는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제도를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둘째, 진보는 물질의 결핍에서 인간을 해방하기 위한 생산력 발전이다. 

셋째, 진보는 타인과 자연을 침범하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남에게 먼저 양보하고 싶어하는 인간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과학, 종교, 여성운동도 진보의 중요한 영역이라고 책은 소개하고 있다. 

이 정의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다소 모호하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이에 유 작가는 진보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내렸다. 

"진보는 특정한 사상이나 이론, 어떤 구체적인 국가정책이나 제도에 대한 특정한 견해와 고정적으로 결합되지 않는다" [출처 : 국가란 무엇인가 / 유시민] 

특정한 제도와 정책이 아닌 현재 자신의 사유습성과 생활양식을 객관적으로 보고 그것과 환경의 변화 사이의 불일치나 부조화를 직시할 것으로 요구하며 생각이 닫히는 순간 그 사람은 진보와 멀어진다고 유 작가는 설명했다. 

단순히 개혁과 변화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그 과정에서의 해결방법과 사고의 유연함이 '진보주의'를 판단하는 근거가 아닐까 한다. 정치를 보는 시각이 이와 같다면 자신의 정치적 성향은 ‘진보적’이라고 생각해도 될 듯 하다. 

 

안국역 부근에 작성된 낙서. 사진=정우교 기자


이같이 정치적 성향을 판단하는 방법은 앞서 언급한 '보수주의'도 마찬가지다. 특정 정책, 인물에 따른 판단이 아닌 각 성향이 갖는 '목적'과 '과정'에 중점을 둔다면 본인과 타인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된다. 더 나아가 정치적 성향에 따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 시대의 모습도 조금 완화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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